[NOW] 며느리들 몰리는 '시부모 출입금지' 산후조리원

    입력 : 2017.03.14 03:04 | 수정 : 2017.03.14 11:42

    [남편 이외 외부인은 면회 못해]

    - 감염 예방위해 메르스 사태때 등장
    "눈치 안보고 맘 편히 쉴수 있다" 예비 엄마들에 입소문 나며 인기
    "갓난 손주 얼굴 못보게하다니" 시부모는 입소 반대해 고부 갈등

    서울 강남구에 사는 임신부 박모(32)씨는 오는 7월 출산 후 2주 동안 이용하려 했던 산후조리원 예약을 최근 취소했다. 박씨가 예약했던 곳은 남편 이외의 외부인 출입이 제한되는 '면회 금지' 산후조리원이었다. "안락한 시설에 간호사들이 아기를 잘 돌본다"는 소문을 듣고 예약했는데, 시부모님이 "얼마나 오래 기다린 첫 손주인데, 2주 동안 볼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반대한 것이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남편 외 면회 금지'를 내세운 산후조리원이 늘고 있다. 산모의 시부모뿐 아니라 친정 부모도 조리원으로 찾아갈 수 없다. 손주를 본 할머니·할아버지들은 대부분 "면회 금지 조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서울에 사는 예비 할머니 이모(60)씨는 "갓 태어난 아기는 하루가 다르게 얼굴이 변하는데 그 시기에 손주 커가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대구에 사는 박모(여·63)씨는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도 매일 하고, 임신한 며느리 뒷바라지도 열심히 했는데 손주 얼굴을 못 본다면 굉장히 서운할 것"이라고 했다. 딸이 오는 5월 출산하는 김모(58)씨는 "나도 딸과 사위한테 서운하지만, 사돈댁 보기가 죄송스러워 면회가 가능한 다른 조리원을 예약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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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산후조리원들이 '면회 금지'를 내세우는 까닭은 산모 안정과 신생아의 전염병 감염 예방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는 거의 모든 산후조리원이 산모가 지내는 방까지 가족이 들어가 아기를 보고 만질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부터 신종 인플루엔자가 유행한 뒤로는 감염을 우려해 면회실을 따로 두는 추세로 바뀌었다. 2015년 전국을 휩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계기로 남편 외 면회 금지를 내세우는 산후조리원이 생기기 시작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본지가 13일 서울에 있는 산후조리원 20곳을 취재한 결과 7곳이 남편 외 면회를 금지하고 있었다. 강남의 한 산후조리원 관계자는 "아기 중 한 명이라도 질병에 걸릴 경우 조리원 내 아기 전부가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당연한 조치"라고 말했다.

    일부 산후조리원은 "면회 금지는 전통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아기를 낳으면 '삼칠일(三七日·21일)'이 될 때까지 대문 앞에 금(禁)줄을 쳐 바깥 사람의 출입을 금했다. 외부인 면회 금지는 이런 전통의 현대판(版)이라는 것이다. 서울 구로구의 한 산후조리원 관계자는 "외부인이 찾아와 아기나 산모가 질병에 걸리는 것을 과거에는 '부정(不淨) 탔다'고 했지만, 요즘엔 '감염됐다'고 표현한다. 이 점을 말씀드리면 부모님들이 이해해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운해하는 할머니·할아버지들과 달리, 일부 산모는 "부모님 눈치 안 보고 편히 안정을 취할 수 있다"며 이런 산후조리원을 찾는다고 한다. 오는 8월 출산을 앞두고 있는 김나리(32)씨는 "다른 예비 엄마들과 카카오톡에 단체방을 만들어 산후조리원 등 각종 정보를 공유하는데 11명 중 6명이 면회가 금지되는 곳으로 예약을 했다"며 "대부분 '부모님 방문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 끌린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가정상담교육연구소 송정아 이사는 "산모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동시에 한국식 대가족 전통의 장점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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