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모든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데도, 보수와 진보 후보의 일대일 대결을 상정한 양자 대결에서는 안희정 후보가 문 후보보다 보수 후보를 더 앞서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도 및 보수층에서 지지를 더 많이 받는 안 후보가 본선 경쟁력이 있다고 볼 수도 있다"면서도 "그래도 이 정도로는 아직 진보층에서 앞서는 문 후보가 당내 경선에선 유리한 상황"이라는 분석을 하고 있다. 보수층의 안 후보 지지를 두고서도 "유력한 보수 후보의 부재(不在)가 빚은 일시적 현상" "진영 논리가 깨지고 있다는 증거" 등 다른 해석이 나온다.

(왼쪽 사진)더불어민주당 문재인(오른쪽) 대선 경선 후보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더문캠' 일자리위원회 출범식 행사장에 김진표 공동선대위원장과 함께 들어서고 있다. (오른쪽 사진)더불어민주당 안희정(가운데) 대선 경선 후보가 13일 당 경선 후보 등록을 마친 뒤 국회에서 박영선(오른쪽), 변재일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지난 12일 발표된 KBS·연합뉴스·코리아리서치 조사 다자(多者) 구도에서, 문 후보와 안 후보는 각각 29.9%와 17% 지지율로 1,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과의 대결을 가정한 양자 구도에서 문 후보(45.7%)와 안 의원(32.2%) 간 격차는 13.5%포인트, 안희정 후보(50.8%)와 안철수 의원(27.2%) 간 격차는 23.6%포인트였다. 문 후보와 비교해 안 후보가 10%포인트 더 큰 격차로 안 의원을 앞섰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양자 대결에서도 문 후보(33.6%포인트)보다 안 후보(38.9%포인트)가 황 권한대행을 더 큰(5.3%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민주당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문 후보와 안 후보는 각각 34.5%와 33.3% 지지율로 오차 범위 내였다. 그러나 민주당 지지층만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는 문 후보가 59.0%로, 20.8%의 안 후보를 3배 가까이 앞섰다.

지난 6일 발표된 조선일보·칸타퍼블릭 조사에서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다자 대결에서 문 후보가 30%로 12%의 안 후보를 2.5배 앞섰지만, 안철수 의원과 대결을 가정한 양자 구도에선 문 후보와 안 후보가 각각 13.8%포인트와 12.1%포인트 차이로 안 의원을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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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 단순 지지도에서는 문 후보가 크게 앞서지만 양자 대결에서는 두 후보가 비슷하거나 오히려 안 후보가 경쟁력 있는 것으로 조사된 것은 두 후보의 지지층 차이 때문이다. 서울경제·한국리서치가 12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국민의당·바른정당·자유한국당 지지층의 경우 문 후보 지지율은 13.2%, 3.1%, 5.5%였지만, 안희정 후보 지지율은 67%, 89.2%, 41.8%였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안 후보가 구심점을 잃은 중도·보수층의 지지를 흡수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결과를 두고 안 후보 측은 "문 후보의 확장성 한계와 안 후보의 본선 경쟁력이 입증됐다"고 했지만, 문 후보 측은 "그래도 결국 민주당 경선에선 문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변수가 있다면, 민주당 경선이 지지층뿐 아니라 누구나 참여 가능한 완전국민경선이라는 점이다. 안 후보 측은 경선 참여 인원 숫자가 200만명 이상으로 늘어난다면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200만명 이상이라면 보수 및 중도층까지 참여했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21일까지 진행되는 민주당 경선 선거인단 참가자 숫자는 13일 밤까지 170만명 선이었다. 그러나 민주당 관계자는 "200만명이 선거인단으로 등록해도 실제 투표할 사람은 100만명 안팎이기 때문에 조직력에서 앞선 문 후보가 유리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