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중산층 재건, 최우선 과제는?

    입력 : 2017.03.14 03:07

    김홍수 경제부장
    김홍수 경제부장

    미국의 억만장자 투자자 빌 그로스는 "만약 몇 년간 외딴 섬에 격리된 채 단 한 가지 정보만 얻을 수 있다면, 인구 구조 변화에 관한 정보를 선택하겠다"고 했다. 경제 예측에서 인구 구조만큼 실효성 있는 지표를 찾기 어렵다는 얘기다.

    한국 사회가 20년 전 일본을 그대로 따라가는 결정적 이유는 인구 구조가 과거 일본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1994년에 인구 7명 중 1명이 65세 이상 노인인 '고령 사회'가 됐다. 한국은 올해 이 지점을 통과한다. 일본은 2006년에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 사회'로 진입했다. '노인 파산'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것은 이 시점부터다. 한국은 8년 뒤 초고령 사회로 들어선다.

    최근 한국 특파원을 역임한 일본의 경제 전문 기자가 쓴 책을 읽다 놀랄 만한 사실을 발견했다. 일본 노인들은 한국 노인과 비교하면 엄청난 부자들이라는 점이다. 일본 정부 자료를 보면, 일본 60대 노인들은 평균 저축액이 2484만엔(한화 약 2억5100만원)에 이른다. 빚은 213만엔(한화 2150만원)에 불과하다. 이런 물적 토대 덕분인지 일본 노인들은 대체로 행복하다. 일본 내각부가 만든 '고령 사회 백서'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경제적 형편'에 대해 물었더니, "걱정 없다"고 답한 사람이 71%에 달했다.

    현재 우리나라 노인들은 어떤가. 통계청 가계금융복지 조사(2016년)를 보면 60세 이상 가구의 평균 저축액은 5608만원인 데 반해 부채는 4926만원에 이른다. 노인 2명 중 1명은 월소득 100만원 미만의 빈곤층이다.

    한·일 노인 간 자산 격차는 왜 이렇게 큰 것일까. 두 가지 설명이 가능하다. 병역 의무가 없는 일본 남성의 경우 대략 22~23세에 취직을 해서 40년 정도 일한 뒤, 63~65세에 은퇴한다. 반면 한국 남성들은 20대 후반에 취업해 25년 정도 일한 뒤 50대 초반에 은퇴한다. 더 짧게 일하고, 더 긴 노후를 버텨야 하니 우리나라 노년층의 재무 상태가 열악할 수밖에 없다.

    또 하나 결정적인 차이는 가계의 '비용 구조'에 있다. 원흉은 사교육비다. 월급쟁이 생애 소득 사이클을 보면 40대에 가장 많은 자산을 축적해야 하는데, 한국의 40대 가장은 과도한 사교육비 탓에 자산 축적이 안 된다. 한국과 일본 40대 가구의 소비지출을 비교한 NH투자증권 보고서를 보면, 한국 40대 가장은 소비 지출 중 18%를 교육비로 쓴다. 반면 일본은 7%에 그친다. 한국의 40대 가장이 가처분소득을 사교육에 털어 넣을 때, 일본 40대 가장들은 해외투자 등 재테크에 올인한다. 그 결과가 한·일 노인 간 자산 격차다.

    일본 단카이 세대(1947~49년생)의 은퇴 러시가 20년 장기 불황에 일조했듯이, 한국에선 베이비부머(1955~63년생)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경제가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노후 준비가 부실한 베이비붐 세대들이 대거 중산층에서 탈락하면서 내수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악순환 고리를 끊으려면 교육 개혁이 절실하다. 사교육비 부담에서 벗어나게 해 줘야 중산층의 구매력이 살아나고, 노후 파산도 피할 수 있다. 독자들께 차기 대선 주자들을 평가할 때, 교육 개혁 청사진부터 살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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