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도 경영 철학 가지고 계획 세워야… 한 해 수급안정은 모든 사업의 기반"

    입력 : 2017.03.14 03:04

    여인홍 aT사장 인터뷰

    여인홍<사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은 지난 1월 전남 나주 본사 대회의실에 모인 직원 350여명을 향해 "주도적으로 일하자"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위탁 사업만 수동적으로 수행하지 말고 스스로 일을 더 찾으라는 주문이었다. 그는 "농수산물 수급과 유통의 핵심 기능을 수행하는 기틀을 공고히 하자"며 "미래 50년을 준비하고 한 단계 도약하자"고 말했다. 2014년 9월 나주로 본사를 옮긴 aT는 국내 농수산물의 수급안정과 유통개선, 수출진흥, 식품산업육성 등의 업무를 맡는다. 1967년 설립돼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여 사장은 역대 최장(3년 3개월) 농식품부 차관을 지냈다. 차관 자리에서 물러난 지 4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aT 사령탑에 올랐다. 부산 출신으로 부산 동래고와 서울대 농학과를 졸업했다.

    지난 8일 찾은 aT 본사 사장 집무실에는 분홍 장미와 하얀 안개꽃이 꽂힌 꽃병 두 개가 놓여 있었다. 그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위축된 화훼농가를 돕자는 뜻에서 사무실 테이블당 하나씩 꽃을 놓는 '1테이블 1플라워' 캠페인을 실천한다"며 "바쁜 와중에도 꽃을 보면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고 말했다. 일주일 단위로 아네모네·프리지어·카네이션·장미 등으로 꽃을 바꾼다.

    ―네 가지 주요 업무 중 농산물 수급안정을 강조한 배경은.

    "수급이 안정돼야 생산자와 소비자가 예측 가능하게 움직일 수 있다. 김치 공장은 배춧값이 널뛰면 운영을 못한다. 수급이 안정돼야 식품생산도 가능하다. 수급 균형이 깨져 가격이 폭등한 농산물은 다른 나라에서도 사먹지 않는다. 불안한 수급이 수출까지 흔들게 되는 것이다. 수급안정은 모든 사업의 기반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수급안정을 강조한다."

    ―직원들에게 주도적인 자세를 강조했다.

    "aT는 중앙정부의 위탁을 받아 업무를 추진한다. 그런데 우리는 수급·유통 전문가 집단이다. 단순하게 위탁만 받아서는 곤란하다. aT의 계획이 정부 정책에 반영되도록 뛰어달라는 의미다. 전문가로서 주도적으로 의사 결정을 수행하면 위탁 사업도 효율적으로 굴러갈 것이다."

    ―중국 시장 수출 차질이 우려된다. 다른 나라로 수출 확대 전략은.

    "우리 농수산물의 미·중·일 3개국에 대한 수출 비중은 50%다. 이젠 16억 무슬림(이슬람교도) 시장을 공략하는 등 수출 다변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중동과 동남아 이슬람 현장판매를 위해 두바이와 인도네시아를 다녀왔다. 올해는 인도와 스페인, 이탈리아, 카자흐스탄 등 미진출 세계 시장을 활발하게 공략할 계획이다. 국내 기독교계의 할랄음식(이슬람 율법에 따른 무슬림 음식) 비판에는 동의할 수 없다. 종교와 상관없는 음식산업일 뿐이다."

    ―농정전문가로서 볼 때 국내 농업의 문제점은 뭔가.

    "아직도 많은 농민이 '농업'이 아니고 '농사'를 짓는다. 구체적인 생산·공급 규모 계획을 세우지 않고 해마다 관행적으로 농사를 짓는 것이다. 흉년이 들어 일부 품목의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몇몇 농민만 이득을 보는 구조가 여전하다. 이제 경영 철학을 가지고 농업을 해야 한다. 정부도 정치적인 의사 결정 습성을 버리고, 경제적인 관점에서 농업 정책을 수립하고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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