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요!] 대사습놀이 두 달 앞인데 보존회는 집안싸움만

    입력 : 2017.03.13 03:03

    전주=김정엽 기자
    전주=김정엽 기자
    전주 대사습(大私習)놀이는 조선 중후기 때 마상궁술(馬上弓術), 판소리 등 민속놀이를 겨루는 종합 예술 경연 대회였다. 여러 놀이 중에서도 판소리 부문의 우승자는 특별한 대접을 받았다. 명창 반열에 오를 뿐만 아니라, 임금 앞에서 소리를 하고 벼슬을 받는 등 부(富)와 명성을 쌓을 수 있었다.

    대사습놀이는 조선이 일제 강점기에 들어간 1910년쯤 명맥이 끊겼다가 1975년 부활했다. 전통 예술에 애정을 가진 전주의 인사들이 모여 '전주 대사습놀이 부활 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판소리·농악·무용·시조·궁도 등 5개 부문으로 첫 대회를 치렀다. 추진위는 1977년 사단법인 등록을 한 데 이어 '전주 대사습놀이 보존회'로 단체 명칭을 바꿨다. 1983년부터는 기악·민요 등 5개 부문을 더해 대회의 외형을 키웠다. 첫해 '흥부가' 중 박 타는 대목을 불러 장원에 올랐던 오정숙(중요무형문화재 5호·춘향가) 명창을 필두로, 중요무형문화재인 성창순·조통달·송순섭 등 많은 명창이 나왔다.

    대사습놀이의 권위와 명예는 작년 뇌물 파문으로 얼룩졌다. 판소리 부문 심사위원이었던 이모(67)씨가 지난해 10월 대회 참가자 정모(45)씨로부터 "예선 통과를 부탁한다"는 청탁과 함께 7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것이다. 실제 대회에선 정씨의 청탁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심사위원과 참가자 간에 검은 거래가 있다는 소문이 사실로 확인됐다는 점에서 충격적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대사습놀이 판소리 부문 장원에게 수여했던 대통령상을 올해엔 주지 않기로 했다.

    보존회 측은 대사습놀이 예산을 지원하는 전북도와 전주시가 쇄신을 요구하자 지난 1월 성준숙 이사장을 포함한 집행부 5명 퇴진이라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새 집행부 구성 과정에서 또 다른 잡음이 생겼다. 송재영 이사장 권한대행이 뽑히자 보존회의 일부 이사들이 "정관에 맞지 않는 선출 절차"라며 직무정지 가처분신청을 낸 것이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올해 대사습놀이를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대사습놀이는 현재 커다란 위기에 빠져 있다. 외부 전문가의 참여 폭을 넓히고, 심사위원을 공정하게 선정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보존회가 자정 노력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수준 높은 참가자들의 외면을 피할 수 없다. 자칫하면 국내 최고의 국악 경연 대회가 동네잔치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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