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밭 뚫고오니 간이의자… '논두렁 축구장' 너무해

    입력 : 2017.03.13 03:03

    [강원FC 첫 홈경기 팬 분노… 스키장 급하게 개조해 엉망]

    - 제일 싼 좌석이 3만원인데…
    팬들 "경기장서 퇴비냄새 진동… 선수만 사모으면 뭐하냐" 시끌
    화장실 위생 등 서비스 제로

    구단 "시간 부족했다" 사과문

    "이건 축구장이 아니다. 믿을 수가 없다."

    프로축구 K리그 FC서울의 공격수 데얀은 11일 강원FC와의 K리그 클래식(1부리그) 2라운드 경기가 끝나고 이런 불만을 털어놨다. 그는 "올림픽 스키점프대는 멋졌지만, 우리는 축구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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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98명 팬 우롱한 '울퉁불퉁 축구장' - 11일 프로축구 강원FC 홈구장을 찾은 팬들은 진흙길을 지나(왼쪽 위), 일부는 간이 의자 좌석에서 경기를 봐야 했다(왼쪽 아래 사진). 오른쪽 큰 사진은 강원 홈구장인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 타워 경기장 전경. 바닥이 하도 울퉁불퉁해 팬들은‘논두렁 축구’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강원FC 페이스북
    이 경기는 올 시즌 클래식으로 승격한 이후 적극적인 선수 영입으로 돌풍을 예고한 강원FC의 시즌 홈 개막전이었다. 홈 경기장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릴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 타워 경기장이었기 때문에 더 눈길을 끌었다. 지난 시즌 평균 관중 1057명이었던 강원엔 이날 5098명의 축구 팬이 찾아 열기를 실감케 했다.

    하지만 경기 후 "K리그가 어쩌다 '논두렁 축구'를 하게 됐느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현장에서 지켜본 관중, TV 중계를 봤던 팬들은 노랗게 바래고, 울퉁불퉁한 잔디에 놀랐다. 울퉁불퉁한 그라운드 사정 때문에 선수들이 넘어지는 장면도 여러 차례 나왔다. 현장의 선수와 팬들은 악취에도 시달렸다. 제설 작업 중 눈과 함께 쓸려나간 잔디가 그라운드 주변에서 썩으면서 '퇴비 냄새'가 진동했다. 강원의 구단 페이스북엔 "프로구단 수준에 걸맞지 않은 경기 운영"이라며 성난 팬들의 글 수백 개가 달렸다.

    K리그 클래식 2라운드
    이날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주차 시설 미비로 경기장에서 15분여 떨어진 주차장에 차를 대고 경기장까지 걸어갔는데, 진입로는 비포장에 온통 진흙 밭이었다. 한 팬은 "유모차 밀면서 진흙탕을 뚫고 힘들게 좌석을 찾았더니 간이 의자 좌석이 기다려서 기가 막혔다"고 했다. 좌석 공사가 완료되지 않아, 의자가 설치되지 않은 자리엔 간이 의자를 둔 것이다. 서비스 수준과 어울리지 않는 비싼 티켓 값도 팬들을 화나게 했다. 이날 강원 홈경기 티켓 값은 제일 싼 좌석이 3만원이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홈으로 쓰는 FC서울의 VIP 좌석 가격이 3만원이다. 한 팬은 "구단의 화려한 마케팅에 사기당한 기분"이라는 댓글을 남겼다. 이 외에도 매표 지연, 화장실 부족으로 설치한 이동식 화장실 위생 문제 등 '서비스가 형편없었다'는 질책이 이어졌다.

    강원은 개막을 앞두고 정조국, 이근호 등 주요 선수 14명을 영입하며 선수단에 100억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부었다. 프로축구계에선 "올해 흥행은 강원에 달렸다"는 말이 나올 만큼 기대가 높았다.

    결국 강원은 11일 밤 "미숙한 경기 운영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사과문을 올렸다. 강원에도 사정은 있다. 지난달 16일까지 이곳에서 스키점프 대회가 열린 탓에 한 달간 전 직원이 약 1만t의 눈을 치웠지만 "시간이 부족했다"는 해명이다. 이에 대해 팬들은 "그런 줄 알았으면 티켓 값 바가지라도 씌우지 말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관계자는 "잘못을 인정한다. 이렇게 많은 홈 관중이 찾은 것이 처음이라 그랬다"며 "다음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경기는 데얀의 후반 32분 결승골을 앞세운 서울이 1대0으로 승리했다.

    상주는 김호남이 2골을 터뜨리는 활약을 앞세워 전남을 3대1로 꺾었다. 포항 스틸야드에선 양동현의 2골에 힘입은 홈팀 포항이 2대0으로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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