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식이 만난 사람] "1·2위 후보, 대선 토론 '眞劍승부' 펼쳐야… 정치권에서 안 받아들여"

    입력 : 2017.03.13 03:03

    [최초의 대통령 궐위 선거… 김대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헌법기관인 중앙선관위, 탄핵의 마무리 맡아…
    개표 결과 발표하는 순간 '19대 대통령' 임기 시작"

    "군중집회에서 등장하는 국정 농단○○○·빨갱이XXX
    특정 정당과 후보 겨냥한 현수막과 발언은 違法"

    "헌법기관인 국회가 탄핵 소추를 의결했고 헌법기관인 헌법재판소에서 인용했다. 이제 헌법기관인 중앙선관위가 마무리를 맡게 됐다. 중앙선관위원장이 개표 결과를 발표하는 순간 '19대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다."

    김대년(58)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은 최초의 대통령 궐위 선거를 실무 관리하는 최고책임자(장관급)이다. 임기는 2년, 연임(連任)이 안 된다. 정치적 중립을 위해 그런 관행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김대년 사무총장은“OECD 국가 중 후보 등록 후 사퇴 허용하는 나라는 단 2국뿐”이라고 말했다.
    김대년 사무총장은“OECD 국가 중 후보 등록 후 사퇴 허용하는 나라는 단 2국뿐”이라고 말했다. /조인원 기자
    "대선 예비 후보 등록이 시작됐다. 원래는 선거일 240일 전부터 하는 거다. 예비 후보에 등록하려면 전체 기탁금 3억원 중 6000만원을 내야 한다. 과거에 기탁금을 안 받았을 때 186명이나 예비 등록을 한 적이 있었다. 예비 후보로 등록하면 선거사무실 운영, 어깨띠와 명함 등 일부 선거운동이 허용된다. 정식 후보 등록은 선거일 24일 전부터 이틀간이다."

    ―향후 '군중집회'가 선거법의 적용도 받게 될 것이라는데?

    "선거에 영향 끼치는 인쇄물·시설물 사용은 금지된다. '국정 농단 세력 ○○○' '빨갱이 XXX'처럼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겨냥하는 플래카드나 발언은 위법이 된다. 이미 집회 주최 측에 공문을 전달하고 안내했다."

    ―의사 표현의 자유를 너무 규제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 선거법이 너무 엄격하다. 기본권 보장 차원에서 표현의 자유를 좀 더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는 게 우리 입장이다. 과거에는 선거사무장, 사무원 등 등록을 한 사람들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었다. 지금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진전이 된 셈이다. 하지만 선거운동 기간에만 가능하다. 말(言)과 전화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상시적'으로 허용해주는 개정안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왜 그런가?

    "과열 혼탁해진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운동은 상시 허용된다. 선거 당일까지도. 말보다 인터넷의 파급력이 더 큰데, 정작 풀어놓으니 별문제가 없었다. 이제 말(言)도 막을 이유는 없다고 보는데, 어쨌든 법이 안 만들어졌으니 기존대로 관리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선거일 전 6일부터는 여론조사 결과 공표와 보도를 막아왔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정보 없는 '깜깜이 선거'가 되는 셈이다. 이것은 바뀌었나?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안 받아들여졌다. 공표를 안 함으로써 잘못된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말이다. 미국·일본·영국·독일은 제한이 없다."

    ―소위 '떴다방' 여론조사 기관에 의한 '가짜 여론조사'가 난무해왔는데?

    "이번에 선거 여론조사 기관은 일정 규모·시설·실적을 갖춰야 하는 '등록제'로 개정했다. 훨씬 심각한 문제는 '빅데이터'조사일 것이다. 여론조사는 나름의 기준이 있지만, 빅데이터 조사는 어떤 의도를 갖고 어떤 조사 항목을 택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이를 규제할 법안이 전혀 없다."

    ―미국 대선에서 봤듯이 '가짜(fake) 뉴스'도 새로운 유행처럼 되고 있는데?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지만, 우리 선거법은 이미 허위사실공표죄로 그런 걸 걸러 왔다. 중앙선관위 안에 사이버선거범죄대응센터가 있고, 제보도 많이 들어온다. 법원의 영장 없이도 통신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과 SNS 발달로 거짓 정보는 순식간에 확산된다. 조치를 취했을 때는 이미 확산됐거나 선거가 끝난 뒤가 될 수 있다.

    "선거일 하루 이틀 놔두고 '치고 빠지기'를 하는 수법은 과거에도 있어 왔다. 그것까지 막는 데 한계는 있겠지만, 선거판을 뒤흔드는 것은 막을 수 있다. 지난번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관한 '가짜 뉴스'가 있었다. 바로 잡아냈다."

    ―대선에서 진짜 문제는 대선 주자가 표를 얻기 위해 모든 걸 해주겠다는 선심성 공약을 일단 던지고 보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당선됐을 때 언론에서는 '나라의 앞날을 위해 선거 공약을 지키지 말라'는 조언까지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를 막으려면 언론 기관이 후보자별 정책· 공약을 비교 평가할 때 '서열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또 해당 공약에 얼마나 돈이 들고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를 제시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현혹되지 않는다. 작년에 이런 개정안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세간의 상식으로는 당연히 받아들여질 줄 알았는데?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의 소위원회에도 올라가지 못했다. 어디엔가 그냥 쌓여 있을 것이다. 우리는 입법 주체가 아니라 뭐라고 말할 권한이 없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나?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과 보조를 맞춰야 하는 입장이라 말하기 조심스럽다. 선거법 개정안은 정당 간 합의로 통과돼왔다. 정당 간에 이해 차이가 있으면 통과되기 어렵다."

    ―조기 대선으로 후보자나 공약에 대해 졸속 검증이 될 공산이 높다. 후보들은 예리한 질문을 받게 되는 대담이나 토론보다는 예능 프로 출연 쪽을 택하고 있다.

    "더 많은 횟수의 정책 토론이 있었으면 한다. 후보자 간 경쟁 기회와 유권자 선택의 기회가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선거가 끝난 뒤에 뒷말이나 공정성 시비가 나온다."

    ―중앙선관위가 주관하는 정책 토론회 선거 방송은 세 번인데?

    "심도 있는 토론을 위해 개정안을 냈다. 1차 토론회는 현행대로 한다. 초청자는 5석 이상의 정당 후보이거나 지지율이 5% 이상 등이어야 한다. 2차는 1차 토론회 후 지지율 10% 이상으로 한정했다. 3차는 지지율 1~2위 후보자만 진검승부를 펼치도록 했다. 그러나 이 개정안도 정치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4년 전 박근혜·문재인·이정희 후보의 대선 토론 과정을 생각해보면 알지 않겠나."

    ―그래서 개정하자는 여론이 있었는데?

    "정당 간 이해관계 때문에 안 됐다. 현재 대선을 앞두고 있어 더 답변하기가 곤란하다."

    ―대선 토론 뒤 이정희 후보는 문재인 후보에게 표를 밀어주기 위해 사퇴했다. 이 때문에 '후보자 중도 사퇴'를 금지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다.

    "이 개정안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OECD 국가 중 후보자 등록 후 사퇴를 허용하는 국가는 멕시코와 헝가리 단 2국뿐이다. 이 중 멕시코도 선거일 전 30일부터는 후보자 사퇴를 금지하고 있다."

    ―얼마 전 논의됐던 선거 연령 18세 하향 조정 문제는?

    "세계적 추세이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학부모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고, 정당 간의 입장 차도 워낙 첨예했다."

    ―과반수 이상 유권자의 지지를 받아 당선될 경우 보다 정당성이 확보된다. 이런 취지로 '결선투표제'가 논의되지 않았나?

    "외국의 경우 결선투표 기간을 14일 정도로 둔다. 60일 내에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이번 경우에는 실무적으로 어렵다. 앞으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문제는 정치권에서 논의해야 한다."

    ―관리 차원에서 이번 조기 대선의 가장 큰 어려움은?

    "선거가 불투명했기에 계획을 세울 수가 없었다. 전국의 투표소가 1만 4000여곳, 사전 투표소 3800곳, 개표소 250여곳, 선거 벽보 첩부 장소 8만7000여곳이다. 개인 건물인 경우에는 지금부터 확보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전 투표소의 전용 통신망 설치와 시험을 서둘러야 한다. 그곳 통신망 단말기에 신분증을 갖다 대면 투표용지가 나온다. 선상(船上) 투표의 위성 통신망 모의시험도 해야 한다."

    ―이번에 재외 투표는 가능한가?

    "재외 유권자가 198만명쯤 된다. 2009년 재외 투표 제도가 도입됐을 때 '대통령 궐위 선거의 경우에는 2018년 1월부터 한다'는 부칙 조항을 달았다. 국내에서 투표용지를 인쇄해 보내야 하는 절차적 문제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실제 벌어졌다."

    ―해외 동포들이 이번에는 투표할 수 없다는 뜻인가?

    "그 뒤 투표용지 대신 투표용지 발급기를 보내줘 그 문제가 해결됐다. 문제가 사라졌는데 그대로 갈 수 없다. 불과 얼마 전에 우리의 요구로 그 부칙 조항이 빠졌다."

    ―통상 선거는 수요일에 실시해왔는데?

    "가령 화요일로 정할 경우 월요일에 대휴를 내면 연휴가 된다. 연휴가 생기면 선거 참여율이 낮아진다. 그걸 막기 위해 수요일로 해왔다."

    ―화요일인 5월 9일이 선거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데?

    "헌재 인용 후 60일 이내 맞춰야 하고 그 전주(前週)에는 이틀이 공휴일이어서 그렇게 될 것으로 본다. 임시 공휴일로 정하고, 투표 시간은 보궐선거의 기준에 맞춰 오전 6시부터 저녁 8시까지로 연장한다."

    ―현재 상황으로는 보수 진영이 불리하다. 이들은 '도둑맞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탄핵 후유증으로 대선 결과에 대한 불복이 예상되는데?

    "우리 선거는 현실적으로 첨예한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분해도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으면 나라의 장래가 없다. 선거 과정에서 위반 행위를 단속해보면 '저쪽에만 유리하고 왜 우리에게만 가혹하냐'는 불만을 많이 듣는다. 선관위로서는 조금이라도 불복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

    ―한 대선 주자는 "지난 대선 때 개표 부정이 있었다"는 주장을 했는데?

    "개표 현장에 정당이나 민간에서 나온 참관인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너무 터무니없어 대응할 가치를 못 느꼈다. 지난 1987년 서울 구로을 '우편투표함' 사건도 있었지만(투표가 마감되지도 않은 낮 시간에 우편투표함을 이송하자 투표 참관 시민들이 이를 부정투표함으로 오인해 탈취한 사건), 작년에 사건 30년 만에 조사해보니 문제가 없었던 걸로 확인됐다."

    ―컴퓨터 개표 부정을 제기하는데?

    "투표한 용지에 사소한 문제라도 있으면 컴퓨터 기계는 분류하지 못한다. 이런 투표용지들은 사람들이 집계하게 된다. 사람이 분류할 경우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 또 투표지분류기의 시간 세팅을 원점에 두지 않으면 나중에 시간 표기가 잘못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걸 갖고 개표 부정이라고 한다."

    그는 고교를 졸업한 뒤 9급 시험으로 농수산부에 들어갔다. 서른두 살에 중앙선관위로 옮겨 최고직까지 올랐다.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그는 한 야간 대학에서 만화예술과를 다녔다. 필명으로 만화 작업을 해왔다. 공직에서 물러나면 정식 만화가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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