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朴 前 대통령의 마지막 모습

      입력 : 2017.03.13 03:12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 관저를 떠나 서울 삼성동 사저로 거처를 옮겼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 이틀 만이었다. 사저 도착 후 발표된 메시지에서 박 전 대통령은 "제게 주어진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모든 결과는 제가 안고 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시간은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말해 헌재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시사했다. 국민들이 기대했던 것과는 거리가 있다.

      우리는 지난 몇 개월간 대통령 탄핵을 놓고 수십 년 만의 대혼돈을 겪었다. 두 쪽으로 나뉜 대규모 군중집회로 일반 국민 모두가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헌재 결정 후 여러 여론조사에서 90% 안팎 국민이 이제 갈등과 대립을 넘어 통합의 길로 가야 한다고 한 것도 더 이상 나라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분열을 넘어서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박 전 대통령이 어떤 모습으로 물러서느냐다. 박 전 대통령도 억울한 심정이 없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헌재의 결정은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른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불과 얼마 전까지 대한민국 헌법 최후의 수호자였다. 그 헌법에 따라 대통령직을 물러나게 됐지만 전직 대통령으로서 헌법 수호 자세가 달라질 수는 없다. 그런 자세야말로 국민이 기억하는 박 전 대통령의 진정한 모습이다.

      이번 탄핵으로 최빈국에서 세계 10위권 국가로 도약한 대한민국에 자부심을 느껴온 많은 사람이 큰 상실감에 빠져 있다. 이들 상당수는 지난 대선에서 박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이다. 박 전 대통령은 국민 전체에게도 걱정을 끼쳐 미안한 마음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렵더라도 입을 열어 '헌재 결정을 받아들인다'고 밝히고 '국민이 통합해 대한민국을 지켜달라'고 호소했으면 한다. 지금 이 순간 그 말이 가진 힘은 비관에 빠진 나라의 앞길을 바꿀 수도 있을 정도로 클 것이다.

      1974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 직전 사임한 리처드 닉슨 전 미 대통령은 물러나면서 "지금도 내 본능은 온몸으로 (사임을) 거부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대통령으로서 미국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고 했다. 이 말은 미국 역사에 새겨져 있다. 우리 역사에도 반드시 필요한 말이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