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파면 선고가 내려진 10일 오전 11시 21분. 헌법재판소 남쪽 종로경찰서 앞 율곡로에 모인 촛불 집회 참가자들이 환성을 지르며 "이겼다"는 구호를 연호했다. 일부는 눈물을 흘리며 서로 얼싸안았다. '촛불이 승리했다! 박근혜를 구속하라'고 적힌 현수막이 펼쳐지고 폭죽과 샴페인이 터졌다.

촛불집회를 주최해온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선고 직후 발표한 '촛불항쟁 승리 선언문'에서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를 파면한 것은 시민들의 의지를 수용한 것일 뿐, 박근혜를 물러나게 한 것은 바로 우리들"이라며 "'이게 나라냐'고 할 만큼 망가진 나라다. 다시 일으켜 세우려면 박근혜를 구속하고 공범자를 제대로 처벌해야 한다. 광장의 촛불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10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탄핵 촛불 승리’라고 적힌 피켓과 촛불을 들고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을 환영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퇴진행동은 이날 오전 9시 50분부터 50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모인 가운데 집회를 시작했다. 정오부터 청와대 방면 행진을 시작할 때는 참가자가 2만명으로 늘었다고 퇴진행동은 밝혔다. 행진 참가자들은 "박근혜를 구속하라" "박근혜는 방 빼라" 같은 구호를 외치며 광화문과 경복궁 지하철역을 지나 청와대 인근의 효자동 주민센터로 향했다. 20여 명은 행진이 끝난 뒤 광화문 광장 옆 주한미국대사관 앞으로 가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퇴진행동은 오후 7시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10만명(주최 측 추산)이 모인 가운데 '승리의 날' 촛불 문화제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박근혜 구속'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탄핵은 시작이다. 이제는 구속하자" "적폐를 청산하자. 황교안은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 참가자는 쇼핑 카트 2대에 백설기를 싣고 와 다른 참가자들에게 나눠줬다.

이날 촛불 문화제에선 탄핵을 자축하는 발언이 쏟아졌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4개월 전 우리가 아니다. 저 막강하게 보였던 박근혜를 날려버린 무적의 촛불 시민 아니겠냐"며 "이제 이 힘으로 공범들을 감옥으로 보내자"고 주장했다. 이태호 퇴진행동 공동상황실장은 "이제 대한민국도 세계에 자랑할 만한 것이 생겼다. 우리는 이제 위대한 승리의 첫걸음을 디뎠을 뿐"이라고 했다.

퇴진행동은 11일 오후 4시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20차 촛불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퇴진행동은 "주말마다 열리던 촛불집회는 일단 11일로 막을 내릴 예정"이라며 "대선 기간에 2~3 차례 대규모 촛불집회를 열어 박 전 대통령 구속과 공범자 처벌 등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