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뽑은 환경청장 "온난화 주범, CO₂아니다"

    입력 : 2017.03.11 03:02

    화석연료업계 후원금 받던 인물
    "파리기후협약, 美에 나쁜 거래" 온실가스 배출 규제 완화 추진

    환경단체·민주당은 즉각 반발
    "NASA가 지구 평평하다는 꼴… 환경보호조직 수장 자격 없어"

    스콧 프루이트
    /AFP 연합뉴스
    미국 환경정책을 총괄하는 스콧 프루이트〈사진〉 환경보호청(EPA) 청장이 9일(현지 시각)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했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등 환경 규제 완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이 나오고 있다. 미국 환경 단체들은 "미항공우주국(NASA)의 수장이 지구가 평평하다고 하는 꼴"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프루이트 청장은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지구온난화의 주(主)원인이 이산화탄소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 활동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온난화의 원인에 대해선 엄청난 견해 차이가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아직 (온난화 원인을) 잘 모른다"며 "앞으로 계속 논의하고 검토·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EPA 홈페이지에는 '20세기 중반 이후 일어난 기후변화는 자연적 현상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고, 인간 활동이 미치는 (기후변화에) 영향이 절대적으로 큰 것으로 보인다'고 돼 있다.

    그는 이날 에너지 업계 기업인들이 모인 한 회의에 참석해서도 "미 의회가 EPA에 이산화탄소 이슈를 다룰 권한을 줬다는 점에 '근본적 의문'이 든다"고 했다. 환경보호 조직의 수장이 조직의 존재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도 "EPA 철폐를 원하는 세력들이 있다"는 말에 "그들의 요구는 정당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지구온난화는 중국이 미국의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벌이는 대표적인 사기극"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EPA 청장으로 지명한 사람이 프루이트다.

    프루이트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화력발전소 온실가스 감축 의무화, 수질 오염 방지 대책 등을 저지하기 위한 집단 소송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2011년에는 화석연료 관련 이익 단체로부터 30만달러(약 3억5000만원)가 넘는 후원금을 받기도 했다. CNN은 지난달 "프루이트가 2011년부터 최근까지 오클라호마주(州) 법무장관으로 일하면서 원유·전력 회사들과 환경 규제를 없애는 방안을 정기적으로 논의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트럼프, 오바마 행정부의 환경 정책 정리 표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등 환경 규제 완화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프루이트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파리협약은 나쁜 거래(bad deal)"라며 "미국은 경쟁자인 중국과 차별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고 했다. 파리협약에서 미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5년까지 목표치만큼 감축해야 하지만 중국은 2030년까지 감축하도록 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프루이트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자동차와 발전소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최근 EPA 인력을 1만5000명에서 1만2000명으로 줄이고, EPA 산하 연구·개발 예산도 40% 이상 줄이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환경 단체와 야당인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생물다양성센터(CBD)의 베라 파디 선임 고문은 "마치 NASA 수장이 지구가 평평하다고 말하는 걸 듣는 것 같다"며 "EPA를 책임지는 사람이 기후변화에 관한 기본적 사실들을 부인하는 것은 끔찍한 일"이라고 했다. 오바마 정부에서 EPA 청장을 지낸 지나 매카시는 성명을 내고 "기후변화의 증거는 명확하다"며 "(기후변화) 과학의 세계는 신념이 아니라 경험적 증거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소속 브라이언 샤츠 상원 의원은 성명에서 "기본적인 과학적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EPA 관리자가 될 자격이 없다"며 사퇴를 주장했다.

    프루이트 발언이 논란이 되자 백악관은 "그의 발언의 한 부분만 봐서는 안 된다"며 진화에 나섰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프루이트 청장은 아주 긴 답변을 했고, 그 (이산화탄소 관련 발언은) 말은 한 토막일 뿐"이라며 "그는 우리가 (온난화 원인에 대해) 확정적으로 알지 못한다고 말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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