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경성 건축, '짝퉁의 짝퉁'이라고?

    입력 : 2017.03.11 03:02

    경성의 건축가들

    경성의 건축가들

    김소연 지음|루아크|276쪽|1만5000원


    낮에는 일제 총독부 청사를 지었고, 밤에는 차별받던 동료·후배 조선인 건축가를 품었다. 조선인 최초로 경성공업전문학교 건축과를 졸업했고, 조선인 최초의 조선총독부의 건축기수·기사가 되었던 박길룡(1898~1943)이다. 친일과 저항의 꼭짓점이 아니라, 그 둘 사이를 계통 없이 왕복하던 회색의 사나이.

    식민지 경성의 건축 문화를 다룬 책들은 적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을 주목한 이유는 이념이나 사조(思潮)가 아니라 그 왜곡된 공간을 살던 인간에 주목하는 저자 특유의 앵글 때문이다.

    당시 건축가뿐만 아니라, 그때 건축을 바라보던 우리의 앵글도 이중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일본은 그렇게 싫어하면서, 미쓰코시백화점 앞에서는 입이 딱 벌어졌던 사람들, 일본식 모던 카페와 살롱에서 애국애족을 부르짖던 독립운동가와 혁명가들.

    종로타워 자리에 있던 화신백화점. 박길룡 설계.
    종로타워 자리에 있던 화신백화점. 박길룡 설계. /루아크 제공
    저자는 연세대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중국 칭다오이공대 건축공학과 교수를 지낸 김소연 '아키멘터리' 대표. 건축스토리텔링을 표방하는 연구소답게 문학적 문장으로 독자의 호흡을 빼앗는다.

    화신백화점을 지은 박길룡, 고딕 양식의 고려대 건물을 설계한 박동진, 태화기독교사회관을 지은 강윤, 윤치호의 이복동생이었던 윤치왕 주택을 지은 미국 유학파 박인준, 귀국한 김구의 거처였던 경교장을 설계한 김세연, 세종문화회관 자리에 있던 시민회관과 국제극장을 설계한 이천승, 경성공업전문학교를 졸업했지만 건축보다 시를 썼던 이상 등, 일그러진 시대의 근대 건축가들을 무대 위로 호명한다. 지금의 전문가들에게는 '짝퉁의 짝퉁'으로 폄하되는 일본식 서구 건축에, 그렇게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