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찾아 삼만리… 거동 불편한 어르신, 병원서 약 타게 해야

    입력 : 2017.03.10 03:04 | 수정 : 2017.03.10 08:04

    [고령자 맞춤 의료서비스가 없다] [下] 손질 필요한 제도들

    "재택 진료 활성화 위해 의사 왕진 건보서 지원을"

    - 노인환자의 천국 스페인
    공립병원에 노인 전문醫 상주, 환자 집으로 찾아가 진료까지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의 헤타페시(市). 우리나라로 치면 분당이나 일산 같은 수도 위성 도시로, 인구 17만명이 사는 이곳에는 550병상 규모의 헤타페 종합병원이 있다.

    스페인의 노인 전문의가 담당 지역의 거동 불편 환자를 방문해 진료하는 모습.
    목걸이로 의사 호출도 가능해요 - 스페인의 노인 전문의가 담당 지역의 거동 불편 환자를 방문해 진료하는 모습. 환자들은 정기 방문 검진을 받을 뿐 아니라 목에 거는 응급 버튼 목걸이로 의사를 호출할 수 있다. /김철중 기자
    스페인은 65세 이상 고령 계층이 전체 인구의 18% 수준인데 이 지역은 22%를 웃돈다. 고령 인구가 늘면서 이곳의 의료 서비스도 노인 환자 위주로 바꾸었다. 그중 핵심은 헤타페 공립병원 소속 노인 의학 전문의들이 직접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 집으로 방문하는 노인 환자 가정 진료 시스템이다.

    고령 선진국, 노인 의료로 재편

    노인 환자 가정 진료는 전문의 한 명과 노인 의학을 배우고 싶어하는 전공의 한 명이 2인 1조로 하고 있다. 병원은 이런 의료진을 4~5팀 운영한다. 이들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간격으로 노인 환자의 집을 찾는다. 환자는 낙상 후유증으로 거동이 불편해 병원에 오기 어려운 데다 고혈압·당뇨병 등을 앓고 있어서 정기적인 진료가 필요한 노인 환자들이다. 노인 의학 전문 의료진은 하루에 약 10곳의 환자 집을 순회하며 진료해준다.

    노인 환자 집에 들어서면 혈압·혈당 등을 측정하고 약물 복용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체크한다. 거동 불편 환자들이라 보행속도나 보폭이 나아졌는지도 측정한다. 환자들은 그동안 궁금했던 것을 가정 방문 노인 의학 전문의들에게 물어본다. 헤타페 공립병원은 의료진에게 차량을 제공하고 신규 환자나 우선으로 봐야 할 환자 명단을 의료진에게 매일 제공한다.

    헤타페 공립병원은 지역사회에 노인 낙상 환자가 늘면서 낙상의학과를 개설하고 우리의 보건소에 해당하는 헬스커뮤니티센터와 함께 낙상 치료 통합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낙상의학과는 노인들이 복용하는 약물 중에 졸리거나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성분이 있는지 체크하고 다른 약물로 대체할 수 있는지도 평가한다. 낙상 통합 관리 이후 이 지역 노인 낙상 발생 건수가 60%가량 감소했다.

    스페인 보건 당국은 낙상 환자들의 수술이나 처치에 들어갈 비용을 생각하면, 예방 프로그램 운영하는 비용이 훨씬 저렴한 편이라고 보고 있다. 국내에는 낙상과 관련이 있는 허리 척추와 골반 골절 환자가 한 해 15만명 이상이다. 노인 대퇴골 골절이 한 해 7만여명에 이른다. 그럼에도 체계적인 낙상 예방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지역사회를 찾아볼 수 없다.

    노인을 불편하게 하는 국내 의료 환경

    우리나라에선 외래 환자가 하루 1만명 안팎인 대형 병원의 경우 환자들이 진료가 끝나면 처방약을 타러 인근 지역 약국으로 이동해야 한다. 의약 분업으로 외래 처방약은 무조건 병원 밖에서 타야 하기 때문이다. 외래 환자의 4분의 1 정도는 65세 이상 노인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인근 약국으로 걸어가려면 15분 걸린다. 세브란스병원도 5~10분 걸어야 약국에 닿는다. 이 때문에 서울아산병원에는 약국에서 고용한 호객꾼들이 차량을 줄줄이 대기시켜 놓고 있다가 '약국 환자'를 불러 모으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이에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75세 이상 후기 고령자만큼은 병원 약국서 약을 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은 환자들이 비용 부담을 다소 더하는 방식으로 병원 약국 선택 의약 분업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학병원에서 퇴원한 말기 암 환자나 뇌졸중 환자의 경우 간호사가 환자 집을 찾아와 돌보는 가정 간호를 받을 수 있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의사가 환자 집을 방문해 진료해도 일반 외래 진료비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활성화돼 있지 않다. 거동이 불편해도 노인 환자들이 병원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국내 최다 가정 간호 사업을 하는 서울성모병원은 2000여 환자를 돌보는데도 의사가 참여하는 방문 진료는 못 하고 있다. 노인 환자가 많은 일본은 재택 의료를 활성화하기 위해 의사 왕진을 건강보험에서 지원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의 3.5% 정도가 뇌졸중 등 뇌혈관 질환으로 입원 치료를 받은 적이 있고, 그 후유증으로 다양한 거동 장애를 앓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김태형 의무이사는 "현재 병원 치료가 필요한 노인 환자들이 의료 설비나 의료진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요양원에 약 4만명 입원해 있다"며 "이들이 요양 병원으로 갈 수 있도록 하든가 요양원에 가서 촉탁 진료를 철저히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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