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도 대선주자도, 침묵의 기다림

입력 2017.03.10 03:04 | 수정 2017.03.10 08:00

[오늘 탄핵심판 선고]

- 정치권은 말조심, 행동 조심
문재인·안희정·안철수, 일정 잡지않고 "차분히 결과 기다릴 것"
유승민 "기각땐 정치적 책임질 것" 남경필도 "헌재 판단 존중"
이재명은 "바른길 아니면 촛불 더 높이"… 親朴 일부, 불복 시사

박근혜 대통령 탄핵 여부 결정을 하루 앞둔 9일 여야 정치권과 대선 주자들은 '말조심' '행동 조심'을 내부적으로 당부하며 일정도 최소화했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대표들은 이날 "어떤 결과가 나와도 승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도 승복 선언을 해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전날 오후부터 이날까지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내부 회의만 이어갔다. 박광온 수석 대변인은 본지 통화에서 "상황이 엄중한 만큼 무거운 마음으로 헌재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문 후보는 10일에도 대변인을 통해 사회 통합과 결과 승복에 대한 의사 표명만 하기로 하고 다른 일정은 잡지 않았다. 11일 예정된 촛불 집회 역시 참석 여부를 신중히 검토 중이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탄핵 정국의 마지막 변수는 박 대통령"이라며 "박 대통령이 선고 결과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보일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문 후보도 시간을 갖고 정리된 생각을 발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지난달 25일 "기각되더라도 정치인들은 함께 승복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안희정 민주당 후보는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자승 스님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헌재 결정이 나오면 하나 된 대한민국 정신으로 위기와 갈등을 통합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안 후보는 오는 12일까지 선거운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안 후보 측 이철희 의원은 "헌재 선고를 기점으로 사회적 긴장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도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안 후보는 당분간 충남도정 업무에 충실할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은 이날 특별한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헌재 결과에 따라 향후 일정을 계획하기로 했다. 안 의원은 전날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저를 포함한 정치인들은 국민 통합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승복하는 게 당연하다"고 한 바 있다. 안 의원 측은 "그간 야권 주자 중 유일하게 촛불 집회에 나가지 않고 사회 통합과 탄핵 승복을 주장해온 만큼 차분하게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도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국민의당은 헌재의 탄핵 심판 결정에 반드시 승복할 것"이라며 "어떠한 경우에도 헌재 판결에 승복하면서 국민 통합, 개혁의 길로 가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에서는 '탄핵 기각'을 전제로 한 당의 공식적인 승복 입장은 이날 나오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승복을 안 할 방법도 없다"는 기류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당 회의에서 "오늘 정도에는 박 대통령이 '어떤 결정이 나와도 승복하겠다'고 선언해주는 것이 대한민국 통합을 위해 해야 할 마지막 역할"이라고 했다. 우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헌재 결정이 기각이 되든 인용이 되든 승복하겠다"고 했다. 윤관석 민주당 수석 대변인 역시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고 국민과 함께 국민 통합의 길로 나아가겠다"고 했다.

한편 탄핵 인용만을 전제로 헌재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조계사 자승 스님을 예방하고 "내일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국민이 원하는 결론이 나는 것이 민주주의의 바람직한 형태"라며 "바른길을 훼손하는 장애가 발생하면 바른길을 가기 위해 노력하겠다. 촛불을 더 높이 크게 들어야 한다"고 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어떠한 헌재 결정이든 존중하겠다"고 밝혔지만 친박계 일부에서는 탄핵이 인용되면 불복하겠다는 움직임도 보였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측은 "국회 탄핵안을 주도했던 만큼 탄핵이 기각되면 의원직을 내려놓고 정치적 책임을 질 각오도 돼 있다"며 "헌정 질서 유지가 중요한 만큼 다른 대선 후보들도 어떤 결과든 승복해야 한다"고 했다. 남경필 경기지사 측 역시 "어떤 결과가 나오든 헌재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헌재 결과를 존중하고 승복해야 한다는 얘기를 수차례 해왔고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정병국 바른정당 대표는 "극단으로 가지 않도록 정치권이 완충 역할을 해야 하고 헌재 판결을 존중하고 절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박계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탄핵 소추안은 원천 무효이고 8명 재판부에 의한 평결은 위헌이므로 탄핵은 각하됨이 마땅하다"고 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러한 불복 움직임에 대해 "당론에 배치되는 행동이기 때문에 여러 조처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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