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맞절하던 '노장' "살아 있는 부처이셨다"

    입력 : 2017.03.10 03:04 | 수정 : 2017.03.10 08:03

    '위대한 스승, 청화 큰스님' 출간

    "노스님을 보고만 있는데도 그냥 웃음이 났습니다."(백양사 주지 토진 스님) "인사를 드리는데 노장님이 맞절을 하셨습니다. 하심(下心)을 그대로 보여주셨습니다."(조계종 원로의원 성우 스님)

    이들이 말하는 '노스님' '노장'은 청화(淸華·1923~2003·사진) 스님이다. 하루 한 끼만 먹는 '일종식(一種食)', 눕지 않는 장좌불와(長坐不臥), 묵언(默言) 수행으로 유명한 현대 호남 불교를 대표했던 수행자다. 최근 불교저술가 유철주씨가 펴낸 '위대한 스승, 청화 큰스님'(상상출판)은 제자와 재가 불자 20명의 증언으로 퍼즐 맞추듯 재구성한 청화 스님 이야기다.

    청화 스님
    모두의 답변에서 공통어를 찾는다면 '깨끗함' '맑음'이다. 고불총림 백양사 방장 지선 스님은 청화 스님의 첫인상을 "고행상(苦行像) 부처님 같았다"고 회상한다. 최소한의 음식으로 버티다 영양실조로 생니가 빠질 지경까지 밀어붙이던 시절이었다. 스스로에겐 추상(秋霜) 같았지만 남에겐 봄볕처럼 따뜻했다. 묵언 수행하던 중 절집 촌수로 아들(상좌)과 손자(손상좌)가 찾아오자 새벽에 먼저 일어나 밥해놓고 손바닥에 필담으로 '편하게 공양하소'라고 적어줬다. 조폭 행동대장을 제자로 들인 후엔 제풀에 습(習)이 떨어질 때까지 술값도 대줬다. 안거 끝나고 계곡에서 몸을 씻던 중 제자의 바지가 바람에 날아가자 자신의 두 겹 바지 중 한 겹을 뜯어줬다.

    그러면서도 후배, 제자들 앞에서 "지금 생각해보면 한 번도 결제 중에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스스럼없이 자성한다. 좀처럼 보기 어려운 솔선수범이다. 백양사 주지 토진 스님은 "극락정토가 얼마든 눈앞에 펼쳐질 수 있다는 것, 자비의 에너지는 주변 사람을 바뀌게 만든다는 것, 수행의 완성이 자비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분"이라고 회고한다. 서울 광륜사 주지 무상 스님은 "누구라도 스승을 가까이 모시고 살다 보면 아닌 부분이 눈에 많이 띄게 되고 존경심도 그만큼 없어지게 되는 법인데, 청화 큰스님은 모시고 살수록 더 깊고 진한 존경심만 우러나게 하셨다"고 말한다. "살아 있는 부처님을 모셨다"(곡성 극락암 주지 성본 스님)는 말이 헛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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