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덕적도·소록도… 아낌없이 사랑 나눈 碧眼의 성자들

    입력 : 2017.03.10 03:04 | 수정 : 2017.03.10 08:03

    제주도민 자립 도운 임피제 신부, 서해에 病院船 띄운 최분도 신부, 소록도 간호사 마리안느·마가렛
    평전과 다큐영화 잇따라 나와

    제주도 '이시돌 목장'을 세워 주민 자립을 도운 아일랜드 출신 임피제(89·본명 맥그린치) 신부, 연평도를 비롯한 서해 낙도 주민을 위해 병원선(病院船)을 운영한 미국 출신 최분도(1932~2001·본명 베네딕트 즈웨버) 신부, 그리고 소록도의 두 천사 마리안느(83)·마가렛(82). 1950~1960년대 당시 최빈국(最貧國)이던 한국에서도 가장 어려운 곳을 찾아 사랑을 나눠준 벽안(碧眼)의 성자들이다. 최근 이들의 생애를 다룬 평전과 다큐 영화가 잇따라 나와 고마움을 일깨워준다.

    제주도의 '돼지 신부'

    ‘임피제’라는 한국 이름으로 잘 알려진 패트릭 맥그린치 신부.
    ‘임피제’라는 한국 이름으로 잘 알려진 패트릭 맥그린치 신부. 그의 생애와 업적을 다룬 평전 부제는‘오병이어의 기적’이다. /사진작가 준초이
    임피제 신부 기념사업회 공동 대표 양영철씨가 집필한 평전 '제주한림이시돌 맥그린치 신부'(박영사)는 극적 요소를 되도록 배제한 학술 서적 느낌이 물씬 풍긴다. 하지만 1954년 성당 건물조차 없던 제주 한림에 부임한 청년 신부가 암퇘지 한 마리를 데려온 것을 시작으로 목장, 사료 공장, 양로원, 노인학교, 유아원, 신협, 수직(手織) 공장 그리고 호스피스 병동까지 일궈내는 과정 자체는 거대한 드라마다.

    임 신부가 강조하는 것은 "내가 아닌 우리가 해냈습니다"이다. 그리고 "한림에 와서 꼭 필요한 것 열 가지 정도를 정하여 성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실제로 거의 성공한 것 같다. 마지막 남은 것은 호스피스 병동"이라는 임 신부의 마지막 부탁에선 그의 무한한 제주 사랑이 느껴진다.

    '서해의 별' 최분도 신부

    미국 메리놀회 최분도 신부가 연평도성당 주임신부로 부임한 것은 1962년. 백령도, 덕적도 등은 '서해 낙도(落島)'라 불렸고, 주민들은 아파도 육지 병원 나들이는 엄두도 내기 어렵던 시절이었다. 최 신부는 신앙과 전교(傳敎)에 앞서 가난한 이들의 생계와 병든 이들의 치료, 아이들의 공부를 돕는 일에 먼저 뛰어들었다.

    최 신부는 1964년 수술실까지 갖춘 병원선 '바다의 별'을 띄웠다. 주민들은 단순한 맹장염으로도 생명을 잃을 뻔한 위험에서 벗어나게 됐다. 그는 또 가난한 어민들에게 어선을 사주고 3년 안에 원금만 갚도록 했다. 1966년 덕적도성당에 부임해서는 발전기를 들여와 섬에 전기를 들였고 상수도를 놓았다. 그의 미국 휴가는 항상 '구걸 여행'일 수밖에 없었다. 1976년 덕적도 주민 6000명은 그를 위해 공덕비까지 세웠다. 최 신부는 1990년 미국 메리놀회로 돌아가 러시아로 파견됐다가 2001년 미국에서 선종했다. 작가 김옥경씨가 집필한 평전 '가거라! 내가 너를 보낸다'는 이달 중순 나올 예정이며 오는 26일 최 신부 기일(忌日)을 맞아 덕적도성당에서 추모 미사가 열린다.

    "수녀 아닌 간호사"

    아이를 업어주고 있는 최분도(위) 신부와 젊은 시절 마리안느·마가렛의 모습.
    아이를 업어주고 있는 최분도(위) 신부와 젊은 시절 마리안느·마가렛의 모습. /최분도신부추모위원회·사단법인 마리안마가렛
    "수녀가 아니라 평신도입니다." 사단법인 마리안마가렛 대표인 김연준 소록도성당 주임신부가 요즘 강조하는 말이다. 깎아내리려는 뜻이 아니다. '수녀'라면 수도회 지원을 받는 것으로 오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 사람은 재속회(在俗會) 소속 평신도 간호사다. 이 때문에 지난 2004년 오스트리아로 귀국 후 수도원이 아닌 양로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본인들 노후는 전혀 생각지 않고 모든 것을 던진 봉사였던 것이다.

    이해인 수녀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 다큐 영화 '마리안느와 마가렛'(4월 개봉)에서 카메라는 치매로 양로원에서 지내는 마가렛을 비춘다. 마가렛은 소록도 사진을 보여주자 눈빛이 살아나며 "이거 물리치료실"이라고 한국어로 말한다. 이어 "일생을 저기서 살았는데 생각이 나죠. 저기 사람들, 식구, 환자들 다 보고 싶어"라고 한다.

    지난 6일 시사회에서 김희중 광주대교구장은 "천형의 땅에서 아낌없이 자신의 모든 걸 내주신 두 분의 삶을 통해 우리는 행복을 깨닫는다"고 말했다. 책 '소록도의 마리안느와 마가렛'(성기영 지음·예담)도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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