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중국… 이것이 대륙의 복수다

한국 사드 배치에 반발하는 중국의 경제 보복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중국의 보복은 한국산 제품의 판매를 중단하고, 자국민의 한국 여행을 금지하는 등 매우 노골적이다.
그런데, 중국의 이러한 치졸한 횡포에 속앓이한 나라가 한국만이 아니다.

    • 구성 및 편집=뉴스큐레이션팀 정영민

From. 중국… 이것이 대륙의 복수다

  • 구성 및 편집=뉴스큐레이션팀 정영민
입력 2017.03.13 08:36

심기 건드렸다 하면… 중국 '복수의 역사'

한때는 '밀월 관계'라는 말도 나왔던 한국과 중국 사이가 이제는 완전히 틀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갑자기 돌변한 중국의 태도에 일부에선 섭섭함과 당혹스러운 반응도 보인다. 하지만 중국 '복수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이러한 중국의 태도가 전혀 어색할 것이 없다. 중국은 한국 뿐 아니라 일본, 유럽 국가들에게도 자신들의 심기를 건드리기만 하면 경제 보복을 무기로 압박해왔다.

지금까지 중국의 횡포에 당한 나라는 어떤 나라들이 있을까? 또 이들은 중국의 보복을 어떻게 극복해왔는지 알아보자.

To. 한국
"우리 마늘 관세 올린다고? 너희 휴대폰 안 사"

중국 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취한 경제 보복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가 2000년 벌어진 한·중 마늘 분쟁이다.

▶배경
마늘 분쟁의 시작은 값이 치솟은 국내 마늘 시장에 값싼 중국산 마늘이 대거 수입되면서부터다. 국산 마늘의 반값도 안 되는 중국산 냉동 마늘의 습격에 마늘 농가는 주저앉고 말았고, 급기야 농협이 정부에 중국산 마늘에 대한 피해 구제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한국 정부는 중국산 냉동 마늘과 초산조제 마늘(식초에 절인 마늘)의 관세율을 기존의 30%에서 315%로 대폭 올리는 *세이프 가드 조치를 취했다.

*세이프 가드(safeguard)
특정 품목의 수입 급증으로 국내 업체의 심각한 피해가 있을 경우, 관세를 인상하거나 수입량을 규제할 수 있는 제도.

▶결과
한국의 세이프 가드 조치가 있은 지 일주일 만에, 중국은 한국산 휴대폰과 폴리에틸렌의 수입을 전면 금지한다는 보복 조치를 발표했다. 규모가 한국의 중국산 마늘 수입액의 무려 50배에 달했다. 이 조치는 WTO의 국제 규정에 어긋나는 것이었지만, 한국 정부는 반발 한 번 하지 못한 채 중국과의 마늘 협상에 돌입했다. 결과는 한국의 백기. 한국은 휴대폰과 폴리에틸렌의 수입 중단을 푸는 대신, 향후 3년간 매년 3만2000~3만5000kg의 중국산 마늘을 30~50%의 낮은 관세로 수입해 오기로 합의했다. 이에 마늘 재배 농민들은 크게 반발했지만, 당시의 외교통상부는 6억 달러의 수출길이 다시 열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To. 프랑스
"달라이 라마랑 회동? 너희 비행기 안 사"

티베트 망명정부의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Dalai Lama)를 일부 국가의 지도자들이 만나는 행위에 대해서도 중국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한다. 티베트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 중국 정부와 독립을 지지하는 달라이 라마 사이에는 역사적으로 갈등의 골이 깊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와 영국이 달라이 라마 때문에 중국의 괴롭힘을 받았다.

▶배경
2008년,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연합(EU) 의장 자격으로 달라이 라마를 만나자 중국이 들끓었다. 특히 사르코지와 달라이 라마의 만남은 중국 정부의 계속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성사된 것이라 중국인들의 분노가 더욱 심했다. 중국의 인민일보는 사르코지의 행동을 '악질적인 도발'이라고 규정하며, 값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과
사르코지와 달라이 라마의 회동 이후, 프랑스와 중국 사이는 급격히 경색됐다. 원자바오 당시 중국 총리는 유럽 순방 일정을 짜면서 프랑스만 쏙 뺐다. 그러면서 스위스, 벨기에, 독일, 영국 등 다른 유럽 국가들을 순방하면서 '믿음의 여행'이라는 표현을 썼다. 프랑스와 수교 45주년을 맞아 예정돼 있던 축하 행사에 중국 측 주요 인사들이 참석을 펑크내기도 했다. 가장 큰 경제 보복은 당시 중국이 프랑스로부터 구입하기로 했던 에어버스 150대를 전격 취소한 것이었다. 냉랭했던 양국 관계는 이듬해인 2009년, 프랑스가 티베트 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비로소 회복되었다.

한편, 프랑스와 함께 유럽 강대국에 속하는 영국도 달라이 라마 때문에 곤혹을 치른 적이 있다. 2012년, 중국은 캐머런 당시 영국 총리가 달라이 라마를 국빈 대접했다는 이유로 중국으로부터 투자 계획을 줄줄이 취소 당했기 때문이다. 이후 영국은 중국에 '저자세 외교'를 보였는데, 캐머런 총리가 직접 "티베트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천명했다.


To. 노르웨이
"반체제 인사에게 노벨상? 너희 연어 안 먹어"

중국은 자신들의 체제에 반하는 행동을 한 국가에도 강력한 경제 조치로 불만을 드러낸다. 2010년, 노벨평화상으로 인해 불거진 노르웨이 연어의 수입 금지 조치가 그 예다.

▶배경
노르웨이 연어의 수난은 2010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류샤오보(劉曉波)라는 인물 때문에 시작됐다. 중국 국적의 류샤오보는 오랜 기간 인권·민주화 운동을 해 온, 중국에서는 반체제 인사로 찍힌 사람이었다. 그런데 노르웨이는 류샤오보를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중국에 "큰 책임을 요구한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중국이 이러한 노르웨이의 '도발'에 중국이 크게 분노한 것은 당연지사였다. 중국은 노르웨이 대사를 소환해 항의하는 한편, 류샤오보의 부인을 가택연금하고 일부 국가들에게 노벨상 시상식에 불참하도록 협박하는 등 방해 공작을 펼쳤다. 결국 2010년의 노벨평화상 시상식은 주인공인 류사오보가 빠진 채로 열렸다.

▶결과
노벨평화상 사태 이후, 중국은 노르웨이산 연어에 대해 수입 금지 조치를 내렸다. 당시 노르웨이는 중국에 연어를 수출하는 1위 국가로, 중국내 점유율이 92%에 달했다. 그러나 이 조치 이후 30% 이하로 점유율이 추락했다. 중국의 경제 보복은 연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중국은 노르웨이와의 어업 장관 회담을 돌연 취소하는 것을 시작으로, 양국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무기한 연기했다. 그러면서 손상된 양국 관계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노르웨이의 공식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큰소리쳤다.

결국 두 손을 든 쪽은 노르웨이였다. 노르웨이 외무장관은 연어 수입 금지 조치가 시행된 지 6년 만에 중국을 방문해 리커창 총리를 만난 뒤, 양국의 무역관계 정상화가 담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 공동성명에는 노르웨이의 간접적인 사과와 함께, 앞으로 중국의 이익을 해치는 행위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담겼다.


To. 일본
"댜오위다오에서 우리 선장 체포? 희토류 안 팔아"

'희귀한 금속 원소'라는 뜻의 희토류는 전세계에서 중국이 90% 이상을 생산하고 있는 물질이다. 희토류는 전기차 배터리, 스마트폰, 풍력발전 등 첨단 산업의 필수품인데, 이 때문에 중국은 자신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국가에 희토류의 수출을 제한해 왔다. 중국의 '희토류 무기'에 가장 심하게 당한 국가는 일본이다.

▶배경
중국과 일본의 '희토류 전쟁' 서막은 양국 간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이었다. 사실 영유권 분쟁은 오래전부터 있었는데, 2010년 일본이 센카쿠 열도 주변에 들어온 중국 어선의 선장을 체포하며 극에 치달았다. 중국 정부는 일본 대사를 여러 차례 불러 선장을 석방하라고 항의했고, 일본이 이에 응하지 않자 급기야 희토류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중국은 희토류 수출 금지 외에, 일본 여행 상품의 판매도 금지해 큰 타격을 입혔다.

▶결과
중국의 전방위적인 압박을 견디다 못한 일본은 결국 체포했던 선장을 석방했다. 하지만 중국은 사태가 발생한 지 2개월여가 지나서야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희토류 전쟁은 일본이 백기를 들며 일단락됐지만, 2012년 일본이 센카쿠 열도의 국유화를 강행하자 이 두 국가에는 또 한 번 위기가 닥쳤다. 당시 일본인이 중국 현지에서 무차별 폭행을 당할 만큼 중국 내 반일 감정이 높았다. 중국 정부 역시 고위 인사의 방일(訪日)을 줄줄이 취소하고, 센카쿠 열도 주변에 함선과 전투기를 배치했다. 하지만 일본은 센카쿠열도 국유화 방침을 끝내 철회하지 않았다. 양국의 긴장 관계는 2014년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다소 완화되었다.


To. 필리핀
"분수도 모르는 게… 너희 바나나 안 사"

중국이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곳은 또 있다. 중국,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여러 나라가 얽혀 있는 남중국해가 바로 영유권 분쟁지다. 중국은 주변국보다 강대국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이들 국가에 힘을 과시해 왔다.

▶배경
중국과 필리핀의 영유권 분쟁은 2012년 불거졌다. 남중국해에 있는 스카보로섬(중국명 황옌다오)에서 중국 어선을 단속하는 필리핀 전함과 중국의 초계함이 대치하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이후 중국은 필리핀에 "분수를 알라"는 등 거친 발언을 쏟아내는 동시에, 경제 보복을 시작했다. 중국은 당시 필리핀 관광객의 20%가 중국인인 점을 감안, 즉각 필리핀 여행을 중단시켰다. 이어 필리핀 과일류에 대한 검역을 대폭 강화하며 바나나, 파인애플 등의 수입을 사실상 금지했다. 표면적으로는 필리핀산 바나나에서 해충이 발견됐다는 이유였다.

▶결과
지난 2013년 필리핀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국제중재재판소로 가져갔다. 15개 항목으로 나눠 제기된 영유권 문제에 대해 중재재판소는 필리핀의 승소를 선고했다.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이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중국이 패소 후 곧바로 바나나 수입 금지 조치를 해제한 건 아니다. 중국은 필리핀에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한 후 미국과 거리를 두기 시작하자, 비로소 바나나 수입 금지 조치를 풀어줬다. 그러면서 바나나 외에 망고, 새우 등 필리핀 농수산물 수입 품목 확대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재판 결과에도 꿈쩍하지 않던 중국이 자신들의 이익에 도움이 될 것 같자 도리어 먼저 손을 내민 것이다.


To. 대만
"반중 성향 총통이잖아? 너희 나라 여행 금지"

▶배경
중국이 대만에 경제 보복을 하게 된 배경은 지난해 취임한 대만의 첫 여성 총통 차이잉원 때문이다. 중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반중(反中) 성향의 차이잉원에게 처음부터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다. 차이잉원이 당선되면 중국 국민의 대만 관광을 제한하겠다고 으름장을 놨고, 실제로 차이잉원 총통이 취임하자 관광 보복을 그대로 시행했다. 그러나 이때에도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대만 관광 제한을 부인했다.

▶결과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대만의 관광 시장은 이 조치로 큰 타격을 받았다. 차이잉원이 취임한 뒤 중국인 관광객이 전년보다 30% 이상 줄어든 것이다. 대만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건 8년 만에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보복이 오랫동안 영향력을 미치진 못했다. 중국인은 줄었지만 타 국가의 관광객은 꾸준히 늘어, 지난해인 2016년에는 대만을 찾은 관광객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대만·필리핀의 전략을 배워라

앞서 사례로 언급한 국가들은 지금 한국이 겪고 있는 것보다 더한, 혹은 비슷한 수준의 중국 횡포를 경험했다. 그러나 일부 국가는 중국이 준 위기를 기회로 삼아 오히려 돌파구를 마련했다.

일본  '희토류' 개발 프로젝트에 1조 5천억 투자
일본은 중국이 희토류 갑질을 벌이자, 1조 5천억 원을 들여 자국의 희토류 개발 프로젝트에 투자했다. 그 결과 희토류를 뺀 자석, 자동차 모터 등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와 동시에 인도와 정상회담을 하고, 희토류의 수입 통로 확장에도 힘을 썼다. 전방위적으로 노력한 끝에 중국에서 전량 수입하다시피 한 희토류의 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었다.

대만 비자 면제 조치로 관광객 유치
중국의 관광 보복으로 태국을 찾는 중국인 수는 현저히 줄었지만, 그 대신 태국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57% 가량 늘었다. 대만 정부가 실시한 비자면제 조치 덕분이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관광객이 늘어난 것을 자축하며, 자신의 SNS에 9개 국어로 감사 인사를 남겼다.

필리핀법대로 해결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겪은 필리핀은 중국의 바나나 수입·관광 보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듯 싶었다. 그러나 차근차근 준비한 끝에 국제중재재판소의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다. 처음에는 아무도 필리핀이 이길 줄 몰랐던 '달걀로 바위 치는' 게임이었다. 물론 법대로 해도 중국이 따르지 않는다는 건 문제다. 하지만 중국도 '움찔'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였다.

*사진: (위) 인도 만모한 싱 총리와 정상회담 중인 아베 일본 총리. (중간) 대만 차이잉원 총통이 9개 국어로 남긴 인사말. (아래) 필리핀의 승소를 응원하는 베트남 국민들. /조선 DB·트위터·AP연합

★참고기사 中 경제보복 당한 국가들의 교훈


현재 한국은 수출의 25%, 관광객의 47%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 보복이 당장은 뼈아프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가 지적하듯, 이번에도 지난번 마늘 분쟁 때처럼 중국에 굴복해선 안 된다. 중국이 덩치를 믿고 갑질하는 나라라는 건 이제 세상이 다 안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맞춰줄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힘을 키울 방안을 고민할 때다.
[박정훈 칼럼] 우리는 생각만큼 만만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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