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동전에 담은 노숙인 신자들의 '통일 염원'

    입력 : 2017.03.09 03:08

    광복절·3·1절 예배서 헌금 100원·500원… 30만원 모아 통일나눔 기부

    마포구 산마루교회의 노숙인 교인들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통일나눔재단 사무실에서 십시일반 모은 돈을 기부하고 있다.
    마포구 산마루교회의 노숙인 교인들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통일나눔재단 사무실에서 십시일반 모은 돈을 기부하고 있다. /이진한 기자

    "여러분이 내주신 기부금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값진 선물입니다."

    8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통일과나눔재단 사무실에서 윤석홍 재단 상임이사가 기부금을 들고 찾아온 6명에게 연신 고개를 숙이며 "정말 감사드린다"고 했다. 모두 두꺼운 겨울 점퍼에 낡은 운동화 차림이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정상기(65)씨가 가방에서 돈이 든 비닐봉지를 꺼내 책상 위에 쏟았다. 100원·500원짜리 동전이 와르르 쏟아졌다. 꼬깃꼬깃한 1000원짜리 지폐도 여러 장 있었다. 총 40만5150원이었다.

    큰돈은 아니지만, 이날 기부에 동참한 사람들은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있는 산마루교회에 다니는 노숙인 신자들이다. 산마루교회는 일반 교인이 100여 명, 노숙인 교인 역시 100여 명인 작은 교회다. 이주연(61) 담임목사는 "지난해 '노숙인이라고 받기만 해서는 안 된다. 매년 광복절과 3·1절 예배 때에는 통일을 위해 특별 헌금을 하자'고 제안했더니, 여기에 공감한 62명의 형제(신자)들이 기부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20년간 서울역에서 노숙을 해왔다는 김영진(50)씨는 "장애가 있는 노부모님을 부양해야 하는 처지라 매주 100원, 500원씩 내는 헌금도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며 "통일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이번에는 1000원을 냈는데 어머니도 기뻐하실 것 같다"고 했다. 김씨의 수입은 산마루교회가 노숙인들의 자활을 돕기 위해 운영하는 서울 부암동 농장에서 일하면서 버는 한 달 50만원가량이 전부다. 이 중 절반 이상을 부모님댁에 보내고 나머지 10여만원으로 한 달을 산다. 생활고를 겪다 노숙을 하게 됐다는 김병기(36)씨는 하루 5000원으로 산다. 그는 "하루 생활비의 5분의 1을 기부했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이 교회 이동선 목사는 "다들 하루에 평균 5000원 정도로 생활하는 분이라 40만원이라는 큰돈을 한 번에 모으지는 못했다"고 했다. 작년 광복절 예배에서 100원, 500원씩 헌금한 게 모여 8만5150원이 됐고, 올해 삼일절에는 그보다 많은 22만원이 모였다. 여기에 기부 소식을 들은 정홍원 전 국무총리가 10만원을 보태 40만원 돈이 만들어진 것이다. 정 전 총리는 산마루교회가 '노숙인 교회'로 알려지자, 2년 전부터 교회 급식비를 내주고 직접 배식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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