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이 "몇 달 안에 나쁜 무역협정들을 재협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1월 미국의 무역 적자가 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통계가 나오자 성명을 내고 "미국인을 지키기 위해 무역정책을 더 강력하게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나쁜 무역협정'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하루 전엔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이 삼성과 LG를 찍어 '무역 부정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삼성·LG가 (관세 회피를 위해) 중국에서 베트남과 태국으로 생산지를 옮겼다. 이런 무역 부정행위는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주엔 미 무역대표부(USTR)가 연례 보고서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미국의 무역 적자를 확대시켰으며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었다.

트럼프 행정부 책임자들의 통상(通商) 인식은 왜곡되거나 사실과 다른 것이 적지 않다. 전 세계를 무대로 최적의 생산지를 찾아다니는 것은 삼성·LG뿐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모든 글로벌 기업의 공통된 전략이다.

그러나 트럼프 통상팀의 인식이 잘못됐더라도 이 현실을 비판만 하고 있을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과 중국·일본 등이 불공정 무역으로 막대한 대미 흑자를 내고 있다는 전제 위에서 통상 정책을 짜고 있다. 따라서 통상 압박이 본격화되기 전에 우리가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지금처럼 개별 기업들이 미국 투자 계획을 내놓는 것으론 한계가 있다. 아베 일본 총리는 산업계의 협조를 받아 '일자리 70만개, 4500억달러 투자'라는 보따리를 트럼프에게 안겨주었다. 일본도 손해 보지 않는 거래일 것이다. 우리도 정부와 재계가 손잡고 미국 패키지(종합) 투자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 그 안에서 한·미가 윈·윈할 수 있는 길이 반드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