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추적>설리-최자 결별, 디지털 세탁소에 가봤다

    입력 : 2017.03.08 17:10 | 수정 : 2017.03.09 09:43

    지난 6일 아이돌 걸그룹 f(x) 멤버였던 연예인 설리(23)가 힙합그룹 ‘다이나믹 듀오’의 최자(37)와 2년 7개월의 연애 끝에 헤어졌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이 전직 아이돌 여가수는 그동안 인스타그램 계정에 ‘남친 사진’을 숱하게 올리고 지웠다. 함께 침대에 누워 키스를 하는 모습, 동반여행 가서 함께 먹은 ‘남자 성기 모양’ 철판 볶음밥 등 성적 코드가 담긴 사진도 있었다. 솔직히 우리도 보고 싶어서 본 건 아닌데, 자꾸 보여주니 민망해도 별 도리가 없었다.

    그런데 결별 발표 후 이틀이 지난 지금도, 이들의 SNS에는 여전히 한창 연애하던 시절 사진이 일부 남아있다. 무슨 심리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일부는 남아있으니 볼 사람은 얼른 가서 보고 오도록 하자.

    아이돌 그룹 출신 설리가 그동안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연애 사진들. /인터넷 캡처

    이들이야 그렇다 쳐도, ‘어지간한 사람’은 헤어지고 나서 함께했던 흔적을 그냥 두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독자 대부분은 그 어지간한 사람일 듯하다. 그러니 철저히 어지간한 입장에서, 어지간한 사람이 이런 상황에 처했다 치고, 인터넷에 묻은 흔적들을 지우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지 이 기회에 알아보도록 하자. 본지가 국내 한 디지털 세탁소(개인이 원하지 않는 인터넷 기록을 정리해주는 업체)를 찾아가 가상 견적을 뽑아봤다.

    -7일 오후 현재 온라인상 ‘설리와 최자’ 게시물의 상황은?
    “SNS게시글, 이미지·영상 파일, 혐오·비방글을 빅데이터 분석으로 찾아내는 자체 ‘검색봇(bot)’으로 ‘최자 설리’를 검색해봤더니, 음담패설이나 욕설 같은 부정적인 내용을 담은 게시물이 327만여건 뜨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트별로 인스타그램 44만건, 일간베스트 17만6000 건…. ‘악성 유언비어’로는 응급실(15만3000건), 임신(33만5000건), 떡(32만건), 약(79만8000건) 등의 연관 게시물이 뜬다.”

    -이게 다른 연예인 커플보다 많은 수준인 건가?
    “그렇다. 자연스럽게 만나고 헤어진 다른 연예인 커플보다 80% 정도 더 많은 것 같다. 국내 최초로 디지털 세탁소를 열어 4년째 운영 중인데 지금까지 방송인·연예인 같은 유명인사 고객은 90여명이었다. 이들 중 ‘단순 열애 게시물’을 지워달라고 한 이는 없었다. 모두 ‘사회적 물의’나 ‘악성 루머·비방’에 시달리는 경우였다. 단순 열애 게시물 삭제 요청은 일반인 고객이 결혼 전 몰래 찾아오는 게 대부분이다.”

    -지우는 데 돈이 얼마나 드나?
    “데이터양에 따라 결정된다. 설리·최자 커플 정도 수준은 매달 1000만원씩 3년 정도 작업해야 할 것 같다.”

    -왜 이렇게 비싸고, 오래 걸리나?
    “삭제하는 게 모두 다 수작업이기 때문이다. 우선 온라인에서 의뢰인에 대한 부정적인 데이터를 수집한 다음, 지울 내용을 선별한다. 어떤 글은 교묘하게 사실인 부분과 아닌 부분이 섞여 있기 때문에, 인공지능 수준으로는 걸러낼 수가 없다. 사람이 허위 사실을 직접 찾아야 한다. 이후 개별 포털사이트에 수정·삭제 요청을 한다. 이런 식으로 직원 한 명이 하루에 지울 수 있는 게시물이 150건 정도다. 일반인은 연예인만큼 데이터양이 많지 않기 때문에 매달 50만~200만원 선, 평균 2~3개월 진행하는 편이다.”

    -어떤 사람들이 주로 찾아오나?
    “지난 2년 동안 악성 게시물을 지워달라며 찾아온 개인 고객이 3192명이다. 이 중 43%(1365명)가 청소년이었다. 아무래도 인터넷을 많이 쓰고, 무분별하게 쓰는 비율이 높다 보니 신원 유출·몸캠 피해 사례가 많은 편이다. 물론 연예인도 오긴 온다. 2000년 초반 섹스 비디오 유출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연예인은 10여년이 지나도 관련 게시물이 770만건에 이르자 결국 찾아왔다. 1년 동안 2억5000만원을 들여 지웠다. ‘스폰서와 결혼했다’는 루머에 시달린 연예인은 550만건, 술자리에서 만난 여성을 강간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던 남자 배우는 370만건을 지워줬다.”

    -‘실시간’ ‘급속도’로 퍼지는 인터넷 루머를 막으려면?
    “먼저 인터넷에 본인의 사진이나 글을 올릴 때 신중해야 한다. 이미 들불처럼 루머가 번지기 시작했을 땐, 적극적이고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 초반에 소문의 싹을 자르는 거다. 팩트와 소설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법적인 근거에 따라 게시물의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부분을 짚어내서 세심하게 수정과 삭제를 요청해야 한다. 당황한 나머지 숨어버리거나, 상황을 외면하면 더 큰 루머가 퍼진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지우는데 훨씬 많은 비용과 고생이 따르게 된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