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프랑스도 EU 탈퇴?… 극우 후보들 집권 이변 가능성

    입력 : 2017.03.08 03:04

    [심상찮은 유럽의 극우 열풍 - 최연진 특파원 르포]

    프랑스 르펜, 대선 지지율 선두권 "순진한 세계주의 환상은 끝났다"
    "네덜란드가 이민자 ATM 됐다" 극우 자유당 15일 총선서 1당 유력

    최연진 특파원
    최연진 특파원
    "르펜은 공화당·사회당이 모르는 척했던 유럽연합(EU)과 유로존의 문제점을 제대로 말해요."

    지난 2일 오후(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의 한 강연장.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전선(FN)'의 대선 후보 마린 르펜(49·사진)이 연설을 마치고 떠난 뒤에도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여운이 남는 듯 자리를 쉽사리 떠나지 못했다. 삼삼오오 모인 지지자들은 "이대로 가면 2차 투표에서도 승산이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앞서 연설에 나선 르펜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려 있었다. 그는 "네덜란드가 EU를 탈퇴하면 프랑스도 바로 탈퇴해야 한다"며 "EU는 독일 배를 불려준 것밖에 한 일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르펜은 또 "2차대전 이후 한국과 일본 외에 경제가 제대로 성장한 나라가 없다. 두 나라의 성공 비결은 바로 보호무역이었다"며 "자유무역과 순진한 세계주의의 환상은 이제 끝났다"고 했다. 강연장을 가득 메운 지지자들은 기립해 손뼉을 치며 '프랑스 만세(Vive la France)'를 외쳤다.

    마린 르펜
    이날 좌담회는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르펜이 지지자들에게 대선 공약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사전에 참가 신청한 지지자와 출입 허가를 받은 언론에만 이메일로 시간·장소를 공지했는데도 200명 이상이 찾았다.

    르펜은 오는 4월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해 결선투표에 오를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6일 프랑스여론연구소(IFOP) 조사에 따르면 르펜은 지지율 26.5%로 1위를 차지했다. 무소속 중도 성향 후보 에마뉘엘 마크롱(40)이 지지율 25.5%로 턱밑까지 따라잡았지만, 르펜의 인기는 탄탄한 보수 지지자들을 바탕으로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르펜은 2위로 결선에 진출해 큰 격차로 패배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1월 초부터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해 2개월 넘게 정상에 서 있다. 여론조사 기관들은 르펜이 5월 결선투표에서도 40% 안팎의 지지율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분석한다.

    르펜 지지자들은 "르펜이 프랑스를 제자리로 돌려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2차대전 이후 1970년대 중반까지 이어진 경제 호황기 '영광의 30년(trente glorieuse)'을 르펜이 다시 불러올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프랑스에는 대도시에서 지방으로 갈수록, 또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르펜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많다.

    오는 15일 총선을 앞둔 네덜란드에서도 극우 바람이 불고 있다.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네덜란드 극우 자유당(PVV)은 당수 헤이르트 빌더르스(54) 인기가 올라가는 추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PVV는 27~28석을 얻어 제1당이 될 가능성이 크다.

    총선 특집기사 사진 찍는 네덜란드 정당 대표들
    총선 특집기사 사진 찍는 네덜란드 정당 대표들 - 오는 15일 열리는 네덜란드 총선을 앞두고 주요 정당 대표들이 5일(현지 시각) 암스테르담에 있는 일간‘데 텔레그라프’본사에서 총선 특집 기사에 실릴 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헤이르트 빌더르스 자유당(PVV) 대표, 에밀 루머 사회당(SP) 대표, 자유민주당(VVD) 대표인 마르크 뤼터 총리, 루드빅 어셔 노동당(PvdA) 대표, 알렉산더 페흐톨드 D66당대표, 지브란트 반 헤르스마 부마 기독민주당(CDA) 대표. /EPA 연합뉴스
    빌더르스는 '신변 위험'을 이유로 언론 인터뷰를 직전에 취소하거나 거리 유세를 피하는 등 이례적 행보를 보여왔다. 그는 5일 유로뉴스 인터뷰에서 "네덜란드에서 코란(이슬람 경전)을 그냥 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논란이 됐다. 빌더르스는 "모로코인 쓰레기를 치우겠다"는 등 극단적 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이 빌더르스 지지율엔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1960년대부터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로코·터키 출신 근로자를 대거 받아들인 네덜란드에선 다른 유럽 국가보다 먼저 반(反)난민·반(反)이민 문제가 불거졌다. 실업률이 높은 북부 흐로닝언 지역, 남부 림뷔르흐 지역 등의 지지자들은 그의 발언에 환호하고 있다. 최근엔 그가 페이스북에 "네덜란드가 이민자의 ATM이 됐다"며 비아냥 섞인 말을 올리자 순식간에 '지지한다'는 댓글이 수십 건 달렸다.

    네덜란드 총선은 유럽의 극우 열풍을 가늠할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한다. 유럽 언론들은 "다른 정당들이 연정을 꺼려 빌더르스가 총리가 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PVV의 선전은 프랑스 대선(4·5월)과 독일 총선(9월)에서 극우 세력을 결집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인물 정보]
    프랑스 극우정당인 마린 르펜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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