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만 최고가 아니다"… 비운의 2인자 남승룡 기린다

    입력 : 2017.03.08 03:04 | 수정 : 2017.03.08 07:37

    [발길 뜸한 손기정 체육공원 '손&남 프로젝트'로 리모델링]

    - 손기정만큼 큰 남승룡 발자취
    서윤복 보스턴마라톤 우승땐 35세에 페이스메이커로 뛰어
    "팀워크가 뭔지 보여준 영웅"
    공원 체육센터를 달리기 성지로… 러닝 트랙 정비, 서울로와 연결

    '조선남아(朝鮮男兒) 의기충천(意氣衝天)!'

    1936년 8월 10일 자 조선일보 호외(號外)는 독일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나란히 금메달과 동메달을 걸었던 두 청년의 쾌거를 전했다. 우승자는 손기정(1912 ~2002), 3위가 남승룡(1912~2001)이었다. 육상 명문 양정고 1년 선후배 사이였던 두 사람은 당시 조선인들에게 커다란 민족적 자부심을 심어줬다.

    서울 중구 만리동엔 손기정 선생을 기리는 체육공원(약 3만㎡)이 있다. 1987년 양정고가 양천구 목동으로 이전하자 서울시는 학교 건물 3개 동을 증개축해 손기정기념관과 손기정문화체육센터 등을 조성했다. 축구장·헬스장·독서실도 들였다.

    1936년 6월 베를린 올림픽을 앞두고 독일 현지에서 적응 훈련 중인 손기정(왼쪽)과 남승룡. 8월 열린 마라톤 경기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건 이들은 일제 치하의 조선인들에게 큰 자긍심을 안겼다. 서울시는 중구 만리동에 있는 손기정기념관(아래 사진) 등 체육공원을 리모델링해 두 선수를 함께 기리는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1936년 6월 베를린 올림픽을 앞두고 독일 현지에서 적응 훈련 중인 손기정(위 사진 왼쪽)과 남승룡. 8월 열린 마라톤 경기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건 이들은 일제 치하의 조선인들에게 큰 자긍심을 안겼다. 서울시는 중구 만리동에 있는 손기정기념관(아래 사진) 등 체육공원을 리모델링해 두 선수를 함께 기리는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베리준오디자인·손기정기념재단
    이곳은 개장 당시엔 주목을 받았지만 이후 잊히다시피 했다. 만리동 언덕배기에 있는 데다 변변한 안내 표지판조차 없어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 방문객을 불러모을 전시 공간은 전체 면적의 3%에 불과하다. 기념관의 하루 평균 관람객은 30명에 그치고 있다.

    서울시는 손기정 선생만큼이나 한국 마라톤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남승룡 선생을 새로운 콘텐츠로 내세워 공원을 리모델링한다. 두 사람의 의기와 도전 정신을 미래 세대에 전하고, 도심 재생의 표본이 될 공간으로 만들어 시민과 관광객을 불러모으겠다는 것이다.

    일명 '손&남 프로젝트'다. 시는 7일 손기정기념관에서 향후 리모델링 디자인에 참여할 청년 크리에이터 9명을 모아 설명회를 열었다. 5월 20일 개장 예정인 서울역 고가보행길 '서울로(Seoullo)'의 부가 가치를 높이려고 재생 사업 중 처음으로 총괄 디자이너를 위촉했다. '손&남'을 브랜드화하는 아이디어를 냈던 베리준오디자인의 오준식 대표다. 그는 홍익대·파리국립고등장식미술학교를 졸업하고 2009년 현대카드에 영입돼 디자인실장을 지냈다. 제주 올레 이정표가 그의 작품이다. 서울로 브랜드와 가림막 역시 오 대표가 재능 기부로 디자인했다.

    손기정 기념관 위치 지도

    '손&남' 프로젝트는 '비운의 2인자'로만 알려졌던 남승룡 선생을 재조명하는 데 무게를 둔다. '1등만이 최고가 아니다. 등수와 상관없이 열정과 노력이 인정받는 세상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이다. '팀워크가 무엇인지 보여준 공동선(共同善)의 영웅'이라는 남 선생의 모습도 부각할 계획이다. 남 선생은 마라토너로서는 전성기가 지난 35세였던 1947년에 미국 보스턴마라톤에 출전했다. 국제무대 경험이 전무했던 후배 서윤복 선수를 위해 페이스메이커(12위)로 나서준 것이다. 당시 우승이라는 대이변을 썼던 서 선수는 대회 우승 후 "그분(남승룡)이 옆에서 뛰며 끌어주지 않았다면 나는 결코 우승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시는 서울로 서쪽 끝에서 300m 떨어진 공원 안의 체육센터가 '달리기의 성지' '러너의 아지트'로 거듭나도록 할 계획이다. 공원 러닝 트랙을 정비하고, 서울로에서 남산까지 이어지는 러닝 코스를 개발한다. 또 충정로역 6번 출구~손기정기념관(840m), 손기정 체육공원~서울로~경리단길(4.5㎞) 등을 정비해 나갈 예정이다. 라커룸·샤워실·카페테리아·기념품숍도 만든다. 리모델링 공사는 하반기에 시작한다. 오 대표는 "서울시 전체 도시 재생의 모범이 되고, 서울 시민은 물론 중국인과 일본인까지 찾아올 국제적 명소로 디자인하겠다"고 말했다.

    [인물 정보]
    고(故) 손기정 마라톤 선수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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