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6일 탄도미사일 기습 발사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북한은 매년 3~4월 진행되는 한·미 연합 키리졸브(KR)·독수리(FE) 훈련에 반발해 무력시위 성격의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곤 했다. 2015년엔 한 번에 7발을 쏘기도 했다. 다만 이번처럼 사거리 1000㎞가 넘는 중거리 미사일을 4발 연속 발사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국책 연구소 관계자는 "김정남 암살 사건의 배후로 북한이 지목되며 미국 조야(朝野)에서 대북 강경론에 힘이 실리고, 주한 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가 가시화하는 등 북한이 처한 외교·안보 환경이 한층 악화하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했다.

사드 배치 본격화에 긴장?

이날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과 그 부근에 떨어진 미사일 4발은 사거리 1000㎞의 스커드ER 또는 1300㎞의 노동미사일 혹은 이들 미사일의 개량형일 가능성이 크다. 이 미사일들은 기본적으로 일본이나 주일 미군 기지 공격용이다. 그러나 발사 각도를 키워 한반도 남쪽을 공격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낙하 속도가 기존 패트리엇 미사일로 요격할 수 있는 수준(마하 4~5)을 훌쩍 넘는다. 우리와 주한 미군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것이다. 한·미 군 당국에 따르면 이에 맞설 수단은 사드밖에 없다. 하지만 오늘처럼 북한이 여러 발을 동시 또는 연속으로 쏠 경우 사드로도 모두 요격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 견해다. 최근 롯데와 국방부의 부지 맞교환 계약 성사로 사드 배치가 급물살을 타게 된 상황에서 북한은 '사드 무용론' 확산과 사드를 둘러싼 남남(南南) 갈등의 증폭을 노리고 '4발 연속 발사'라는 도발 카드를 집었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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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이날 쏜 미사일 4발은 비행 거리는 비슷했지만 방위각은 75~93도로 모두 달랐다. 탄착 지점을 연결하면 부채꼴의 호가 된다. 군 소식통은 "사거리 1000~ 1300㎞의 북한 미사일은 미 항공모함 전단 등이 있는 요코스카(橫須賀) 해군 기지 등 유사시 미 증원 전력이 출동하는 주일 미군 기지들을 사정권에 넣는다"며 "오늘처럼 방위각을 달리해 쏜 것은 이 기지들을 핵탄두로 동시 타격할 능력이 있음을 과시한 것"이라고 했다.

미·중에 대한 메시지도

북한이 이날 장거리 미사일 발사장이 있는 평북 철산군 동창리에서 미사일을 쏜 것도 의미심장하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은 "장거리 미사일은 아니었지만 굳이 동창리를 택한 것은 미국에 전할 메시지가 있다는 얘기"라며 "모든 옵션을 꺼내놓고 대북 정책을 검토 중인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우리를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대화하자'고 압박한 것"이라고 했다.

외교가에선 "이날 북한의 신경질적 반응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가 강경으로 흐를 것이란 관측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란 말이 나왔다. 지난 4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가 검토 중인 대북 정책 옵션에는 전술 핵무기의 한국 재배치, 사드 포대 추가 배치, 선제타격 등 고강도 대북 압박책들이 대거 포함됐다. 김정남 암살의 배후로 북한이 지목된 뒤로는 미국 조야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베이징 외교가에선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최근 중국 정부가 취한 북한산 석탄 수입 중단 조치에 대한 불쾌감 표시"라는 해석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