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협력 관계… 평행선 달리는 兩大 바둑 기구

입력 2017.03.07 03:03

[화요 바둑]

- '두 집 살림' 한국기원·대한바둑협회
"종갓집" vs "정식 가맹 단체"
단증·정부 지원 등 곳곳서 대립… 바둑계, 공멸 우려 목소리 높아

한국기원(위)과 대한바둑협회의 단 인증서 양식. 두 단체는 단증을 신호탄으로 각종 분야에서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펼치기 시작했다.
한국기원(위)과 대한바둑협회의 단 인증서 양식. 두 단체는 단증을 신호탄으로 각종 분야에서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펼치기 시작했다. /한국기원·대한바둑협회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이하 대바협) 간 주도권 다툼이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다. 한국기원은 1954년 창립됐고, 대바협은 바둑의 체육화 과정에서 2005년 한국기원이 설립한 단체다. 두 기구는 이후 협력과 반목을 거듭하는 기묘한 관계를 유지해오다 지난해 대바협 회장 선거에서 홍석현 한국기원 총재 단일 체제가 무너지면서 다시 대립 관계로 돌아섰다.

양측은 요즘 아마추어 단급(段級) 인증서 발급 문제로 날카롭게 대립 중이다. 인증서는 그간 한국기원의 고유 업무로 여겨져 왔으나 대바협이 지난 2월 1자로 16장을 발급,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첫 전선(戰線)이 형성됐다. 초등연맹·중고연맹 등 단급증 수요가 많은 조직을 장악한 대바협은 범위를 30급에서 9단까지 넓히고 올 한 해 인증서를 1만장 발급할 방침이다.

1964년부터 6만여장을 발행해온 한국기원으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 단증은 매년 매출(약 120억원)의 2%가량을 도맡아온 한국기원 주수입원 중 하나였다. 기원 측은 "급증(級證)은 몰라도 아마추어가 아마 유단자를 사정(査定)한다는 건 난센스"란 입장이지만 대바협은 "지역별로 심사위원을 두는 등 우리 쪽이 훨씬 조직적"이라고 맞받는다. 대바협이 인증료 인하 정책을 들고나오자 한국기원은 "갱신 주기가 워낙 짧아 저렴한 편도 아니다"며 폄하한다.

문제는 이것이 양측 대립의 시발점에 불과하다는 것. 두 조직은 정부 지원 예산 분배를 놓고도 팽팽하게 맞서있다. '한 집 살림'이 '분가(分家)'되면서 각종 사업의 주최권에 대한 입장이 크게 다른 탓이다. 올해는 한국기원에 22억5000만원, 대바협엔 4억5000만원이 배정됐는데, 양측이 이견을 보이고 있는 부분만 약 7억원에 달한다.

대바협은 '레슨 프로' 및 '세미 프로' 제도 도입이란 결정타까지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바둑 지도로 살아가는 직업 바둑인과 프로 못지않은 실력의 아마 강자들은 사실상 프로이므로 이들을 장내로 끌어들여 한 식구로 만들겠다는 게 대바협의 구상이다.

자칫 존립 기반마저 흔들릴 처지가 된 한국기원의 최대 무기는 '종갓집'론이다. "수십년 간 온갖 풍상 속에 바둑계를 이끌어온 한국기원의 역사적 정통성과 경험은 존중받아야 한다"(양종호 한국기원 전략기획실장)는 논리다. 이에 대해 대바협 심우상 사무처장은 "적어도 아마추어 관리는 체육회 정식 가맹 단체인 우리에게 오히려 정당성이 있다"고 맞선다. 한국기원은 2월 말 소속 프로들에게 '대바협 단증 발행에 간여하는 기사는 징계하겠다'는 공문을 보내 문단속에 나섰다.

양측의 세 대결은 전국 17개 시도 협회 산하 각 지역 바둑 단체들이 단급증 발급을 어느 쪽에 더 많이 신청하느냐에 따라 1차 판도가 가려질 전망. 하지만 힘을 합쳐도 어려운 판국에 두 기구의 반목은 경기력 추락과 바둑계 전체의 공멸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물론 양측 모두 이런 부담감에서 자유롭지 못하므로 뜻밖의 극적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온다.

바둑 보급 사업 지원 주무 부서인 문화체육부는 두 단체의 자율적 해결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입장이다. 전국은 서기관은 "정부는 두 기구가 절충점을 찾으면 그에 맞춰 지원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해 양측의 정통성 다툼에 개입할 뜻은 없음을 내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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