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 꿈꾸는 靑春의 순간… 2030 열광시키다

    입력 : 2017.03.07 03:02

    [개막 3주 만에 관람객 5만명… '유스―청춘의 열병…'展 흥행 비결]

    래리 클라크·고샤 루브친스키 등 '20대의 우상' 아티스트 총출동
    젊음의 상징인 타투·누드 포착… 인스타그램 즐기는 20대 감성 공략

    '인증샷' 목적인 사람 많아 아쉬워

    지난 한 해만 관람객 45만명을 동원한 서울 한남동 디뮤지엄이 올봄 또 하나의 '블록버스터'를 기록할 조짐이다. 지난달 9일 개막해 3주 만에 관람객 5만명을 돌파한 '유스(Youth)―청춘의 열병, 그 못다 한 이야기'전(5월 28일까지)이다. 금요일이던 지난 3일에도 미술관 매표소는 전시 티켓을 구하려는 사람들로 줄이 이어졌다. 표를 끊고도 관람 인원 제한으로 다시 줄을 선다. 관람객 절반 이상이 20대 청춘들. 전시장 입구에 남녀 한 쌍을 내려준 택시기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여기가 뭐 하는 곳인데 사람들이 이렇게 많아요?"

    ◇클럽으로 변신한 어두컴컴한 전시장

    대규모 사진 전시다. 래리 클라크, 라이언 맥긴리, 고샤 루브친스키 등 '유스 컬처'를 주도하고 있는 아티스트 28명이 총출동했다. 기성세대엔 생경하나 2030세대에는 '우상' 같은 이름들이다. 대부분 1980~90년대생으로 동시대를 살아간다는 연대 의식이 굳건하다. 러시아 작가 고샤 루브친스키는 국내엔 패션디자이너로 이름이 먼저 알려졌다. 지드래곤이 즐겨 입어 유명세를 탔다. 라이언 맥긴리는 뉴욕 휘트니미술관에서 최연소 개인전을 연 주인공으로 국내에도 수많은 팬을 거느린다. 미국 사진작가이자 영화감독인 래리 클라크는 이른바 유스 컬처의 '대부(代父)'. 뉴욕 10대들의 일탈을 담은 영화 '키즈(Kids)'로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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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은 눈부실 만큼 찬란하고 아름답다. 라이언 맥긴리의 '피퍼스(Peepers)'는 세계적인 무용수 피나 바우슈의 춤 동작으로 연출한 사진이다. /디뮤지엄
    '청춘의 열병'이란 주제를 극대화하기 위해 전시장 1층은 '클럽'으로 변신했다. 공사장의 임시 철골 구조물과 철조망으로 연출한 전시장 벽에 반항으로 들끓는 젊은이들의 사진과 영상이 내걸렸다. 이유 없이 가로등 꼭대기에 매달려 행인들을 쏘아보는 청년, 부두에서 다이빙을 하다 온몸에 상처를 입은 소년. 부조리로 가득한 세상을 향해 시위하듯 이마와 등짝에 쇠꼬챙이로 지져 넣은 글자들이 섬뜩하다. '우리는 당신들 쓰레기통에서 피어난 꽃들이다(We are the flowers in your dustbin)' '오직 신(神)만이 나를 심판할 수 있다(Only God can judge me)'. 젊음의 상징인 스케이트 보드와 타투도 전시장을 메웠다. 아날로그 캠코더로 세계 곳곳의 스케이트 보더들을 촬영한 라이언 가르셸의 영상, 파리·몬트리올·베를린에서 만난 100명의 타투이스트(문신사·文身士)들을 찍은 니컬러스 브륄레의 사진 앞에서 관객들은 '인증 샷'을 찍느라 바빴다.

    ◇찬란했으나 고독했던 순간

    고통과 방황의 소굴에서 빠져나오니 전혀 딴 세상이 펼쳐진다. '부디 당신이 별까지 이르는 사다리를 세우길, 그리고 차근차근 밟아 오르길'로 이어지는 밥 딜런의 노랫말을 따라 올라간 2층 전시장은 온통 파스텔톤이다. 라이언 맥긴리는 한쪽 벽을 자신이 찍은 400장의 누드 사진으로 도배를 했다. 뉴욕에 사는 젊은 아티스트 200명과 5년간 촬영해 완성했다. 제목이 '졸업앨범(Year Book)'. 피부색, 몸매, 헤어 스타일, 표정까지 천차만별이지만 폭발하는 젊음의 환희를 온몸으로 느끼게 하는 이 전시의 하이라이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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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일 서울 한남동 디뮤지엄‘유스’전에 몰려든 관람객들. 2층 전시장 풍경이 화사하다. /김윤덕 기자
    맥긴리를 보러 왔다가 파올로 라엘리에 빠진 관람객도 적지 않다. 덴마크계 이탈리아 작가인 라엘리는 마치 일기처럼 일상 속 청춘들의 한순간을 포착했다. "힘들지만 그래도 살아야 해!"라고 말하는 듯 황혼녘 두 팔을 높이 치켜든 여성의 모습을 담은 '비상(soar)'은 이번 전시의 포스터가 됐다. 찬란했으나 막막하고 외로웠던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해 가슴이 먹먹해진다. 여자 친구와 함께 전시를 보러 온 회사원 정승원(27)씨는 "사진을 보니 좀 더 화끈하게 20대를 보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든다"며 웃었다. 은퇴 후 사진을 배우는 권영주(65)씨는 "내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나 싶어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을 즐기는 젊은이들의 취향과 감성을 공략한 것도 전시 흥행의 비결. 그러나 대학생 김미선(22)씨는 "전시보다 인증 샷이 목적인 것 같은 사람들도 많아 관람에 방해가 됐다"며 아쉬워했다. (02)796-8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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