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색화 열풍 때문에 왔냐고? 이우환 이을 작가 많아 왔죠"

    입력 : 2017.03.07 03:01

    ['페이스 서울' 오픈한 美 페이스 갤러리 마크 글림처 회장]

    세계적 작가 거느린 뉴욕 상업 화랑… 베이징·홍콩 이어 한국 미술 발굴
    "서도호·이불 등 관심있는 작가 여럿"

    "단색화 열풍 때문이라고요? 오, 노노! 전혀 아닙니다."

    마크 글림처(Glimcher·53) 페이스 갤러리 회장이 손사래를 친 건, 페이스가 서울에 진출하는 '저의'를 물었을 때다. 고유명사가 된 '단색화(Dansaekwha)'를 또박또박 발음하던 글림처는 "단색화가 폭발적 인기인 건 사실이지만, 우리는 이미 이우환이라는 위대한 작가와 10년째 일하고 있다"며, "세계 어느 도시보다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서울에 갤러리를 여는 건 아시아 미술 시장의 성장을 위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3일 만난 마크 글림처 회장이‘페이스 서울’개막 전시를 앞두고 활짝 웃고 있다.
    3일 만난 마크 글림처 회장이‘페이스 서울’개막 전시를 앞두고 활짝 웃고 있다. /이진한 기자
    페이스(Pace) 갤러리는 가고시안(Gagosian) 갤러리와 함께 뉴욕 상업 화랑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미술계 '큰손'이다. 장 뒤뷔페, 로버트 라우젠버그 같은 거장을 비롯해 척 클로스, 데이비드 호크니, 키키 스미스, 이우환 등 70여명의 세계적인 작가군을 거느린 현대미술의 산실이다. 마크 글림처는 1960년 페이스를 창립한 안 글림처(Arne Glimcher·79)의 둘째 아들. "작가는 물론 컬렉터까지 현대미술의 미래는 중국에 있다"는 아버지 뜻을 받들어, 다른 화랑들이 유럽에 진출할 때 베이징(2008년)과 홍콩(2014년)에 잇달아 페이스 갤러리를 내고 장샤오강, 웨민쥔 같은 작가들을 서구에 적극 소개해왔다.

    지난 4일 서울 한남동에 '페이스 서울'을 정식 오픈한 글림처 회장의 포부는 컸다. 한국의 정치, 경제 상황이 유동적인데 시기를 잘못 택한 것 아니냐고 묻자 고개를 저었다. "불안한 상황일수록 위대한 예술 작품을 필요로 하지요. 아티스트의 역할은 불안과 불확실성을 대중들이 이해하도록 돕는 거고요."

    눈여겨보는 한국 작가가 있느냐는 질문엔 "아직 공개하기엔 섣부르다"며 말을 아꼈다. 렁린 페이스 아시아 대표는 "아직 계약이 이뤄진 작가는 없지만 서도호, 이불 등 우리가 관심을 갖고 있는 한국 작가는 여럿이다"고 말했다.

    마크 글림처는 하버드대에서 생화학과 면역학을 공부했다. "아버지 갤러리를 떠나려 끝없이 노력했지만 운명처럼 다시 돌아오게 됐다"는 그는 아트 딜러로서의 훈련을 프랑스의 세계적인 작가 장 뒤뷔페에게서 받았다고 했다. "형과 함께 어릴 때부터 예술가들에게 둘러싸여 자랐어요. 삼촌 또는 할아버지처럼 따랐죠. 한번은 파리에 있는 장 뒤뷔페의 스튜디오에 놀러 갔는데 뒤뷔페가 '이 그림 중 뭐가 최고냐'고 묻더군요. 아무거나 하나 가리켰더니 '이유가 뭐냐?'고 또 물어요. 얼떨결에 '가장 아름다우니까요' 했더니 종아리를 때리면서 다시 말해보라고 하더군요. 울면서 말했죠. '당신 작품은 죄다 못생겼어요!' 그러자 뒤뷔페가 박수를 쳐주더군요." 뒤뷔페는 인물을 우스꽝스럽게 그리는 화가로 유명하다.

    글림처 회장은 러시아 출신 추상화가 마크 로스코를 인용해 덧붙였다. "로스코는 예술가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자기 작품을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어요. 아트 딜러는 대중에게 작가의 세계를 제대로 이해시켜줘야 하는 사람이고요. 그러려면 작품을 정직하게 봐야 하죠. 뒤뷔페가 저의 스승이었던 셈입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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