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中國의 사드 보복, 성공할 수 없다

  • 지해범 동북아시아연구소장

    입력 : 2017.03.07 03:15

    지해범 동북아시아연구소장
    지해범 동북아시아연구소장
    중국의 사드 보복 전략이 교활하다. 자국 산업 피해가 적은 분야에서 소비자를 앞세워 추진하고 있다. 환구시보 1일 칼럼이 이를 보여준다. '한국과 장기적인 대치에 들어갈 준비를 해야 한다'는 제목의 글은, "우리의 보복은 적군 1000을 죽이고 아군 800을 잃는 방식이 아니라, 한국만 큰 손실을 입는 영역에서 중국 소비자가 주력군이 되어 한국을 진짜 아프게 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여행 가지 말고, 한국 상품 사지 말고, 한국 드라마 보지 말라는 선동이다.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진다'는 말이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이에 해당한다. 중국의 보복은 당장은 한국에 피해를 주겠지만 우리 국민이 이 고통을 견디고 경제 체질을 강화하면 승리는 우리 것이 된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이 '중국 환상'에서 깨어났다. 그동안 한국인은 '친구, 협력, 동반자, 경제 활동 자유' 같은 중국의 '미사여구'에 속는 경향이 있었다. 가령 기업 간 협력 중에 '윈윈 관계'도 있지만, 때로는 중국 기업이 한국 기업의 기술을 흡수하는 동안만 '위장된 협력'을 했다는 걸 간과했다. 이제는 '말과 행동이 다르고, 웃는 얼굴 뒤에 칼을 숨기는' 중국인의 실체를 깨달았다.

    시위대가 허난(河南) 성 정저우(鄭州) 시의 신정완쟈스다이광장에서 롯데그룹 계열사의 소주 상품인 ‘처음처럼’과 롯데 음료수 박스를 쌓아두고 중장비로 짓뭉개고 있다. /웨이보 캡쳐
    사드 보복이 성공할 수 없는 또 하나 이유는 한·미·일 협력이 어느 때보다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정부는 한국 정부와 함께 북한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다루기로 했다. 한국민 역시 사드 갈등을 겪으며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한·일 간에도 안보 협력이 강화되는 추세다. 사드 문제를 지렛대로 '한·미 동맹의 틈'을 벌리려던 중국의 외교 전략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중국이 한국의 안보 조치에 내정간섭하고 일부 중국인이 한국차를 부순다고 해서, 한국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대응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자유, 민주, 인권, 평화, 선린우호'의 가치 위에서 도덕적 평정심과 냉정함을 유지하면 된다. 정부는 단계별, 분야별로 대응책을 마련해 기업 및 국민과 소통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중국의 부당행위를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해 세계가 알게 해야 한다. 사드 견해가 다른 야당 지도자라 해도 김정은에게 핵을 포기하게 할 수 없다면 사드 배치 결정을 쉽게 번복해선 안 된다. 중국은 1차 사드 저지(배치 연기)에 성공하면 2차 저지(사드 철회)로 나올 게 뻔하다. 중국 언론은 "한국의 새 대통령이 사드를 철회하지 않는 한 우리의 보복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야당 대선 주자들은 "내가 대통령 되면 중국을 설득할 수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우리 기업들은 중국 관광객이 몰려온다고 시설을 크게 늘렸다가 여행객이 줄면 어려움을 겪는 근시안적 경영에서 벗어나, 중국인이 아무리 많이 와도 매장 내 출입 인원을 제한하고 매장 밖에 길게 줄 세우는 프랑스 명품 기업의 경영전략을 배워야 한다. 문화는 막는다고 막아지는 게 아니다. 중국의 한한령에 조급해하기보다 한류 콘텐츠의 제값을 받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중국의 보복은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외교 안보 전략을 전면 조정하고, 무역 구조를 바꾸며, 국민의 지혜로 고통을 분담한다면, 한국은 훨씬 강하고 단단한 나라로 탈바꿈할 것이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