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광 보복'

입력 2017.03.03 03:14 | 수정 2017.03.03 09:20

15일부터 여행사 통한 한국관광 전면 중단
중국 관광객 절반인 年400만명 줄어들 듯

中, 롯데면세점 홈피 마비시키고 롯데마트 17곳 조사
연일 사드 보복… 일부 음식점 한국손님 사절하고, 포털선 한국음악 차트 없애

중국 정부가 국영·민간여행사를 통한 중국인의 한국 관광을 전면 금지한 것으로 2일 밝혀졌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 개인 관광객을 제외한 한국행 단체 관광객을 대폭 줄이는 방식으로 '관광 보복'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로 지난해 기준 800만명 수준이었던 한국 방문 중국 관광객이 절반가량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 고위 소식통은 이날 "중국 관광업을 총괄하는 국가여유국이 중국 여행업계에 '이달 15일부터 한국행 관광 상품 판매를 전면 중지하라'는 구두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 800만명 중 최대 40%인 320만명이 여행사를 통해 한국에 갔다"며 "개인 여행자도 중국 당국 조처에 심리적 영향을 받는다면 절반 수준인 400만명가량의 한국행 발길이 끊길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지금까지 '사드 보복은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서서 '사드 보복'을 시작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베이징 관광 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가여유국은 이날 중국 상위 20대 여행사를 소집해 이 같은 지침을 내렸다. 이번 조치는 베이징을 시작으로 중국 전역으로 확대 시달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오는 15일부터 온·오프라인을 통한 한국 관광 패키지 상품 판매가 중단된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특정 국가에 대한 관광 금지 조치는 센카쿠 열도 영유권 분쟁 당시 일본이나 반중 성향의 차이잉원 정권이 출범한 대만에 대해 내린 수준의 조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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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사관 앞 시위, 롯데마트 위생·안전 조사, 현대차 공격… 커지는 反韓감정 -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선 사드 배치와 관련한 중국 내 반한(反韓) 분위기가 넘쳐 난다. 칭다오 한국총영사관 앞에는 ‘사드 반대’ ‘롯데 제재’ 등의 팻말을 든 중국인 시위대가 등장했고(왼쪽), 중국 내 롯데마트 17곳에서는 위생·안전·소방 점검이 일제히 실시됐다(가운데). 현대차를 부수는 장면을 찍은 사진도 올라왔다(오른쪽). /웨이보

중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롯데가 사드 부지를 제공하기로 한 지난 27일부터 중국은 최대 여행사인 중국여행사(CTS)를 비롯한 국영 여행사를 중심으로 한국 관광 상품에서 롯데면세점·호텔 방문을 제외하는 등 보복 조치를 시작했다. 롯데면세점 전체 매출에서 중국 관광객 매출 비중은 70%를 넘는다.

롯데면세점의 인터넷 면세점 홈페이지는 2일 중국 해커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받아 한국어·중국어·영어·일본어 사이트가 3시간 넘게 다운됐다. 롯데면세점 인터넷 사이트의 하루 매출은 40여억원대로, 전체 면세점 매출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2000년 사이트 개설 이후 '먹통 사태'는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면세점은 이날에만 약 5억원(추산)의 손실을 봤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이날 정오 중국 지역 IP를 사용한 디도스 공격을 받아 시스템이 다운됐다"고 했다.

중국 당국은 또 지난 1일부터 중국 전역의 롯데마트 17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위생 안전과 소방 점검, 시설 조사에 착수했다. 중국은 작년 11월 말에도 200여 곳의 롯데 점포와 사업장을 무더기로 조사했었다.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 검역국은 한국에서 수입된 롯데의 요구르트 맛 젤리에 금지된 첨가제가 사용됐다는 이유로 젤리 600㎏, 300박스를 소각했다고 현지 매체가 보도했다. 이런 상황은 작년 9월에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의 한 무역업계 관계자는 "세계 자유무역의 리더가 되겠다는 중국이 (한국을 상대로) 치졸하고 무법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의 보복성 조치는 롯데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 정부기관인 국가여유국은 이날 베이징 주요 여행사 관계자들을 불러 모아 한국행 관광 패키지 상품 전면 중단을 구두 지시했다. 이미 예약한 여행객들은 이달 중순까지는 모두 소진하고 추가로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했다. 중화권 매체에서는 이날 "중국 공산주의청년단이 웨이신 메시지를 통해 롯데에 대한 불매운동을 지시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베이징 일부 음식점에는 '한국인 손님 사절'이란 문구가 나붙고, 포털사이트 왕이망 뮤직에선 한국 음악 차트가 사라지기도 했다.

중국 온라인 공간에선 롯데를 겨냥한 무차별 제재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웨이보 사용자는 "눈만 뜨면 사방에서 '(롯데) 제재'를 외치고 이를 따르라고 강요한다"며 "롯데가 채용하는 중국인 직원이 몇 명인지 알고 그러느냐"고 했다. 일부 네티즌은 "울며 겨자 먹기로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는 제재하면서 정작 사드를 만들고 배치하려는 미국은 가만두느냐"고도 했다. 중국 사회주의학원의 왕덴양 교수는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이런(모두 제재를 외치는) 분위기에서도 중국 외교의 최대 임무는 개혁·개방과 현대화 건설을 위한 외부 조건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 덩샤오핑의 지침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키워드정보] 사드 보복 수위 높인 중국, "삼성·현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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