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중환자실'… 멈춘 심장도 다시 뛰게 만든다

    입력 : 2017.03.03 03:13 | 수정 : 2017.03.03 07:53

    - 국내 한 대뿐인 중환자실 구급차
    차 안에 인공심장 '에크모' 갖춰… 중증 심근경색 환자 목숨 구해

    올해 1월 1일 새해 첫날 아침, 경기도 평촌 한림대병원 응급센터에 강원도 춘천성심병원으로부터 긴급 구조 전화가 걸려왔다. 중증 심근경색증 환자에게 응급처치는 했는데 "에크모(ECMO) 치료를 하지 않으면 환자가 사망할 우려가 있어 도와 달라"는 요청이었다. 에크모는 이른바 '인공 심장'으로 불리는 체외 혈액순환 장치다. 숨을 못 쉬거나 심장 박동이 거의 없는 환자의 피를 몸 밖으로 빼낸 뒤 피에 산소를 입혀 몸에 다시 넣어준다. 에크모는 지난 메르스 사태 때 중증 환자를 살리는 역할을 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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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배 더 커… 일어서도 넉넉한 공간 - 달리는 중환자실 구급차는 규모가 일반 구급차보다 1.5배 크다.‘ 인공 심장’에크모와 인공호흡기 등을 탑재해 의료진이 구급차 내에서 서서 환자를 돌볼 수 있다. 일반 구급차는 공간이 비좁아 의료진이 웅크리고 앉아야 한다. /한림대병원
    춘천성심병원의 에크모 구조 요청은 회사원 김모(48)씨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기 때문이었다. 고혈압, 흡연, 비만 상태인 김씨는 지난 연말 동해안에 여행 가 고기 회식 후 다음 날 1월 1일 새벽에 극심한 가슴 통증이 발생했다.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 혈관 3개 중 2개가 막힌 중증 심근경색증이었다. 심장 박동이 약해져 벌써 폐부종이 생겼다. 이런 경우 생존율은 20% 이하다.

    의료진은 막힌 관상동맥 일부를 뚫는 시술을 했다. 그다음엔 에크모를 환자에게 부착한 뒤 심혈관 중환자실서 집중 치료를 하는 후속 절차가 남았다. 하지만 이 병원엔 에크모가 없었다. 환자를 일반 구급차에 태워 큰 병원으로 옮기자니 이송 도중 사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평촌 한림대병원 에크모센터 김형수(흉부외과) 교수팀이 주관하는 '이송용 에크모' 출동을 요청한 것이다.

    한림대병원의 '중환자실 구급차'는 일반 구급차보다 규모가 1.5배 크다. 국내 한 대밖에 없다. 내부에 에크모, 인공호흡기, 자동 심폐소생술 장비, 혈압·호흡 실시간 모니터링 장치, 약물 주입기 등을 설치해 중환자실과 동일한 시스템을 갖췄다. 요청이 오면 전국 어디로든 환자를 데리러 간다.

    구조 요청을 받은 '달리는 중환자실'은 흉부외과 교수, 응급의학과 전문의, 에크모 전문 간호사 등 3명을 태우고 춘천으로 달려갔다.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에크모를 환자의 몸에 연결했다. 환자 김씨는 구급차 안에서 에크모와 인공호흡 보조 치료를 받으며 110㎞를 달려 평촌 한림대병원 중환자실에 무사히 들어갔다. 이후 환자는 2주 더 에크모 치료를 받고 지난 1월 중순 퇴원했다. 춘천의 김씨 부친은 "죽었던 아들이 살아 돌아온 기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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