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설물 봉변에 정전사태까지… 수원시, 석달째 까마귀와 전쟁

    입력 : 2017.03.03 03:13 | 수정 : 2017.03.03 07:54

    1000마리 남하않고 도심 머물러… 동사무소마다 물청소 민원 쇄도
    인터넷엔 "지진 전조" 우려 글도

    경기 수원시가 석 달째 머무는 달갑지 않은 손님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겨울 철새인 떼까마귀 1000여 마리가 밤마다 도심의 전선 위에 줄줄이 모여 앉아 공포감마저 유발하며 을씨년스러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까마귀 떼가 질펀하게 흩뿌리는 분변으로 차량이나 거리가 더러워지고 있다.

    지난 28일 오후 8시 35분쯤 수원시 인계동 일대엔 정전까지 발생했다. 뉴코아아울렛 동수원점(지상 10층) 등 인근 상가의 조명이 꺼지고 엘리베이터 작동이 멈췄다. 근처 전신주에 설치된 변압기 고장이 원인이었다.

    경기도 수원시 한 아파트 단지 상공에서 떼까마귀들이 무리 지어 날아다니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 한 아파트 단지 상공에서 떼까마귀들이 무리 지어 날아다니고 있다. 최근 수원시는 겨울 철새인 떼까마귀 1000여 마리가 돌아가지 않고 정전을 일으키거나 분변을 흩뿌려 골치를 앓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전력은 현장에서 떼까마귀 사체 한 마리를 발견했다. 한전 측은 떼까마귀가 날아가면서 고압선과 접촉해 사고가 났다고 밝혔다.

    수원 지역엔 작년 12월 초부터 떼까마귀 무리가 등장했다. 떼까마귀는 시베리아 등지에서 서식하다 11월부터 우리나라로 찾아와 주로 울산 태화강 주변에서 월동하고, 이듬해 3월쯤 돌아간다. 그러나 올해는 3000마리 정도가 수원까지 온 다음 남하하지 않았다. 요즘도 1000여 마리가 남아 있다. 이들은 낮에는 도시 외곽 논밭에서 먹이를 찾고, 저녁이면 수원에서 쉬는 일과를 반복하고 있다.

    떼까마귀들은 건물이 밀집해 바람을 피할 수 있고, 쉴 만한 전신주나 전선이 많이 남은 옛 도심에 주로 머물고 있다. 이 바람에 주민들은 봉변을 당하고 있다. 김모(56·인계동)씨는 "아침이면 승용차는 물론 길바닥이 새똥 천지"라고 푸념했다.

    동사무소는 물청소 민원에 시달리고, 음식점이 밀집한 골목에선 손님 차량에 비닐을 덮어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세차장은 손이 모자랄 정도로 호황을 만났다. 지동의 한 손 세차장 직원은 "새똥을 덮어쓴 차에는 따로 약품을 써야 하기 때문에 추가 요금도 받는다"고 말했다.

    국립환경과학원 검사 결과 떼까마귀들이 조류인플루엔자(AI)를 전파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인터넷 게시판에는 "새까만 몸통이 기분 나쁘다" "울음소리가 무섭다"는 반응은 물론 "지진의 전조가 아니냐"며 걱정하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시 관계자는 "올겨울은 날씨가 춥지 않은 편이었고, 먹이가 풍부해 떼까마귀가 수원에 머무는 것으로 보인다"며 "영화 '새'(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처럼 까마귀가 사람을 공격하지는 않지만 분변 청소를 하느라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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