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국 의존도 못 줄이면 한국 얕보는 횡포 계속된다

조선일보
입력 2017.03.03 03:20 | 수정 2017.03.03 05:42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본격화되고 있다. 예견된 일이다. 시진핑 주석이 공개적으로 '반대'를 밝혔기 때문에 1인 독재 체제의 특성상 상당 기간 보복이 이어질 것이다. 롯데면세점 홈페이지가 중국발(發)로 추정되는 해킹 공격에 다운되고, 중국의 온라인 쇼핑 사이트들은 검색어에서 '롯데'를 차단했다, 한류(韓流)를 규제하는 '한한령(限韓令)'이나 한국산 제품 통관 차별, 전세기·비자 규제 같은 이른바 '준법 보복'도 시작됐다. 공산당 선전기관들은 '단교(斷交)에 준하는 제재'를 주장하며 "한국 기업들을 벌(罰)해서 교훈을 주자"고 불매 운동을 선동하고 있다. 정상적인 국가 관계에선 있을 수 없는 감정적이고 고압적인 태도다.

현 지구 상에서 중국은 정치적 목적으로 노골적 경제 보복을 하는 거의 유일한 나라다. 센카쿠섬 분쟁 상대인 일본에 희토류(稀土類) 수출 중단으로, 반체제 인사에 노벨상을 준 노르웨이엔 연어 수입 금지로 보복했다. 대만·프랑스·필리핀·몽골 등도 비슷한 이유로 중국의 보복을 당했다. 중국의 보복 외교는 이미 악명이 높다.

우리를 향한 사드 보복은 더 집요할 가능성이 있다. 시진핑이 직접 나서 체면이 걸린 데다 단순히 사드 반대를 넘어서 이 기회에 한국을 길들인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에 손해를 끼칠 수 있는 모든 부분을 있는 대로 다 건드리겠다고 작정했을 수 있다. 다른 기업도 공격할 것이다. 대국(大國)이지만 삼류에 불과한 국가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런 이웃을 둔 것이 우리의 숙명이다.

중국의 협박 앞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사드 배치는 북핵·미사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취하는 방어적 조치이며 이는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고유한 주권이다. 원칙을 지키면 일시적 곤란을 겪을 수 있으나 결국 옳았던 것으로 판명 나는 법이다. 중국이 이러는 것도 한국을 '원칙 없이 흔들리는 나라'로 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으면 두고두고 화근이 된다. 사드 배치를 조속히 완료해 가동해야 한다.

중국의 보복으로 한국 경제가 입을 피해는 상당할 것이다. 그러나 결코 견디지 못할 수준은 아니다. 일부 중국 미디어도 지적했듯이 한국 기업을 제재하면 중국에도 손해다. 중국은 한국에서 부품·소재를 들여다 가공해 재수출한다. 중국 안에 설립된 2만3000여개의 한국 기업이 만들고 있는 일자리도 있다. 중국에 오는 외국 여행자 중에도 한국인 비중이 12%로 가장 많다. 중국도 한국에 대한 의존도가 작지 않다.

중국의 보복은 정치적 이유로 무역을 제한하지 못하도록 금지한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 중국 측은 정부가 관여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뻔한 거짓임을 모두가 안다. 국제사회는 중국을 지켜보고 있으며 자신들도 언제든 중국에 당할 수 있다고 느낄 것이다. 중국의 보복은 하면 할수록 스스로에게도 부담이 된다.

중국은 사드가 아니라도 걸핏하면 경제 보복 카드로 위협할 것이다. 한국이 자신들 시장(市場)에 의존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 수출의 25%와 외국 관광객의 47%를 중국에 의존한다. 우리는 이제서야 중국이란 나라에 근본적으로 불투명한 정책과 정치 리스크가 있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그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다.

중국 의존도를 지금부터 차근차근 줄여나가야 한다. 연어 수입 제한 보복을 당했던 노르웨이는 유럽연합(EU) 등의 신시장을 개척했다. 일본 역시 중국 비중을 줄이고 동남아·인도 등으로 다변화하는 정책을 폈다. 대만도 마찬가지다. 반면 우리는 2000년 중국산 마늘 분쟁 때 그렇게 당하고도 중국 위주 전략을 수정하지 못했다.r>
중국 시장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더 이상 매력 덩어리는 아니다. 인건비가 급등한 '레드 오션'으로 바뀌었다. 이미 화장품 업계는 중국 대신 중동과 동남아 시장 쪽으로 눈길을 옮기기 시작했다. 정부, 기업, 국민 모두가 심각한 '중국 리스크'를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면 한국을 얕보는 중국의 횡포는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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