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정액제냐 중증 입원비냐… 정부, 의료비지원 고민

    입력 : 2017.03.02 03:04 | 수정 : 2017.03.02 07:51

    의료계 "정액제로 노인 부담 늘어… 보조금 늘려야"
    복지부 "중증질환 보장부터 늘릴지 우선순위 검토"

    - 노인기본진료비 16년째 1500원
    일부선 "마실 나오듯 물리치료"… 진료비 인상 필요하단 의견도

    전남에 사는 양모(71) 할머니는 요즘 동네 의원을 찾는 횟수를 대폭 줄였다. 허리가 자주 아파 1주일에 2~3번 병원을 찾아 핫팩·초음파·전기자극 등 '물리치료 3종 세트' 치료를 받았는데, 1500원 하던 진료비가 작년부터 4700원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양 할머니는 "허리 아파도 1주일에 한 번 겨우 병원 간다"면서 "아픈 노인에게 왜 이렇게 진료비를 많이 올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달 열린 '내수 활성화 관계 장관 회의'에서 "'동네 의원 외래 진료 본인 부담금 노인정액제'(이하 노인정액제) 개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면서 관련 논의가 빨라지고 있다. 노인정액제란 노인이 의원급 의료 기관에서 진료를 받은 뒤 총진료비가 1만5000원 이하로 나오면 1500원만 내도록 하고, 1만5000원을 초과하면 진료비 총액의 30%를 내게 하는 제도다. 노인정액제 기준 금액(총진료비 1만5000원)과 기본 진료비(1500원)는 지난 2001년 이후 16년간 바뀌지 않고 있다.

    ◇"가난한 노인, 병원도 제대로 못 가서야"

    65세 이상 진료비
    정부는 "의료계와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한 뒤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새 제도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개편 방향을 놓고 의료계는 "정액제 기준 금액을 확 올리거나 국고 보조를 늘려 달라"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노인 의료비가 급증하니 신중하게 접근하자"는 입장을 갖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①정액제 기준 금액을 상향 조정(1만5000→2만5000원)하거나 ②정액제(2만원까지 정액)와 정률제의 혼합 ③바우처 등 노인에겐 국고 보조 ④노인 연령별 본인 부담 차등 등과 같은 개선안을 정부에 전달한 바 있다. 기본적으로는 정액제 기준 금액을 확 올리거나 정부 보조를 늘려 달라는 뜻이다. 의협 관계자는 "노인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제대로 못 받으면 결국 노인의 건강권까지 침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2400억~5500억원 재정 필요"

    정부도 노인정액제 기준 금액을 어떤 식으로든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한정된 건보 재정을 어디에 더 투입할지는 더 고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통령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의협 주장처럼 정액제 기준 금액을 올리면 몇 년 뒤 수가가 오를 경우 똑같은 요구가 있을 것"이라며 "노인들의 동네 의원 외래 진찰료 부담을 완화하는 게 우선인지, 입원 보장률이나 중증 환자 보장률부터 올리는 것이 좋은지 우선순위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구나 의료계 주장처럼 기준 금액을 2만5000원(①안)이나 정액+정률 혼합(②안) 형태로 바꾸면 건강보험료가 매년 2400억~5527억원 정도 더 들어갈 것으로 분석됐다. 급속한 고령화로 노인 진료비 비중은 자꾸 올라 이 금액은 더 커질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진료비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이 쓰는 진료비 비중은 2010년 32.2%에서 2016년 38.7%까지 치솟았다. 2020년 45.6%, 2030년엔 65.4%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부는 이 때문에 '정률' 방식을 검토 중이다. 노인 진료비가 1만5000원을 넘을 경우 ▲1만5000~2만원은 진료비의 10%, 2만~2만5000원은 20%, 2만5000원 초과는 30%를 내게 하거나 ▲1만5000원 초과 진료비에 대한 일정 구간별 정률제를 적용하는 방식 등이다.

    건강보험 재정 추이 등을 볼 때 16년간 1500원으로 동결한 노인 기본 진료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 의사는 "노인들이 마실 나오듯 동네 의원을 들러 물리치료 받는 데에 건강보험 재정을 더 투입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신영석 보건사회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건보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최우선 원칙으로 해야 한다"며 "이번엔 의료 현장 목소리에 맞춰 어느 정도 노인정액제를 현실화하더라도 재정 투입 우선순위 등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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