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vs 38%… 메르켈 제친 '고교 중퇴자' 슐츠

    입력 : 2017.03.02 03:04

    [9월 총선 독일, 마르틴 슐츠 돌풍]

    - 12년 동네책방 주인… 서민적 풍모
    20년 넘게 유럽의회서 활동, 작년 독일 정계 복귀 선언
    슐츠와 함께 사민당 인기 급등… 2주만에 지지율 10%p 올라
    4연임 꿈꾸는 메르켈 총리 "내 인생서 가장 힘든 선거될 것"

    독일 중앙 정치 무대에 진출한 마르틴 슐츠(62) 전 유럽의회 의장이 오는 9월 총선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총리직 4연임(連任)' 꿈을 무너뜨릴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선거를 7개월여 앞두고 최근 잇달아 실시되고 있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슐츠가 이끄는 제1야당 사회민주당은 메르켈의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연합과 치열하게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며 "슐츠를 더 이상 잠깐 타오르다 꺼지는 '짚불(strawfire)'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했다.

    사민당은 지난 28일 동시에 발표된 두 여론조사에서 집권 여당인 기민·기사연합과 나란히 1승1패를 주고받았다. 여론조사기관 치베이(Civey) 조사에서는 31.4%로 기민·기사연합(34.3%)에 뒤졌지만, 인자(Insa) 조사에선 32%로 기민·기사연합을 1.5%포인트 차로 눌렀다. 사민당은 지난 2월 실시된 24번의 여론조사에서 7번 기민·기사연합을 이겼다.

    1일 독일 제1야당인 사회민주당(SPD)의 마르틴 슐츠(가운데) 대표가 독일 빌스호펜에서 열린 행사에서 지지자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슐츠는 오는 9월 독일 총선에서 4연임을 꿈꾸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아성을 넘보는 다크호스로 등장했다.
    1일 독일 제1야당인 사회민주당(SPD)의 마르틴 슐츠(가운데) 대표가 독일 빌스호펜에서 열린 행사에서 지지자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슐츠는 오는 9월 독일 총선에서 4연임을 꿈꾸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아성을 넘보는 다크호스로 등장했다. /EPA 연합뉴스
    슐츠는 개인적 인기에서도 메르켈을 추월했다. 지난 26일 슈피겔이 독일 유권자 5000명에게 "차기 총리로 누굴 지지하느냐"를 물어본 결과, 43.5%가 슐츠라고 답했다. 메르켈은 37.9%에 그쳤다. 슐츠는 지난달 3일 제1공영 ARD 조사에서도 50% 지지율로 메르켈(34%)을 16%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슐츠와 사민당의 급부상은 독일 정계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이다. 슐츠는 1994년 이후 20년 넘게 줄곧 유럽의회에서 활동했다. 유럽의회 의장도 지냈다. 유럽의회 의장 재선이 유력했지만 지난해 11월 국내 정계 복귀를 선언했다. 슐츠가 입국하자 지그마어 가브리엘 사민당 대표는 당 대표와 총리 후보 자리를 양보했고, 이후 사민당 지지율은 급등했다.

    지난달 6일 빌트지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대이변이 연출됐다. 사민당이 31% 지지율로 메르켈의 기민·기사연합(30%)을 1%포인트 차이로 누른 것이다. 불과 2주 전 같은 조사에서 사민당이 21%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순식간에 지지율이 10%포인트 폭등한 것이다. 사민당이 기민·기사연합을 누른 건 2002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메르켈과 슐츠 비교 표
    이런 추세에 힘입어 사민당은 정권 교체 꿈을 키우고 있다. 요하네스 카르스 사민당 의원은 "헬무트 콜이 그랬듯이, 메르켈의 정치적 생명도 끝장날 것"이라며 "국민은 새 얼굴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16년간 장기 집권했던 콜 전 총리는 1998년 총선 패배로 총리에서 물러났다.

    슐츠의 갑작스런 부상은 메르켈에 대한 독일 유권자 지지세가 약해진 것도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메르켈의 장기 집권에 독일 유권자들이 염증을 내기 시작한 데다, 2015년 여름 중동 난민을 무조건 수용한 것이 메르켈에게 결정적 타격을 입혔다는 것이다.

    슐츠가 기존 기성 정치권에 몸담지 않았던 '아웃사이더'라는 점도 장점이다. 사민당은 지난번 총선 패배 후 메르켈이 이끄는 대연정에 참여했는데, 이후 많은 지지자가 "사민당이 기민당 품속에 안겼다"며 실망감을 표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민당 재건을 외친 슐츠가 복귀하자 지지자들이 다시 결집하고 있다.

    슐츠의 서민적인 경력이 사민당 색깔에 맞는다는 분석도 있다. 슐츠는 고교를 중퇴했고, 한때 알코올중독에 빠졌다가 이를 이겨내고 12년간 동네 책방을 운영했다. 이후 지자체 선거를 통해 정계에 입문했다. 메르켈도 슐츠의 등장을 크게 경계하고 있다. 메르켈은 "이번 선거는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선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슐츠가 총선에서 승리하거나 선거 결과가 박빙일 경우, 사민당 주도 연정이 탄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같은 좌파 계열인 좌파당·녹색당과 이른바 '적적녹' 연정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9월 베를린주 선거에서 사민당은 21.6% 득표율을 기록한 뒤, 좌파당(15.6%)·녹색당(15.2%)과 연정을 구성했다.

    반면, 메르켈의 무난한 승리를 점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현지의 한 외교 소식통은 "메르켈의 풍부한 국정 경험과 능력은 여전히 막강한 득표력을 갖고 있다"며 "이번 독일 총선은 투표함을 열 때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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