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촛불·태극기, 앞으로 열흘만이라도 집회 중단을

조선일보
입력 2017.03.02 03:14

3·1절 98주년인 1일 서울 광화문과 시청 광장 일대에서 촛불·태극기집회가 각각 열렸다. 경찰 1만6000여 명이 차벽으로 완전히 두 집회를 차단했지만 곳곳에서 적의(敵意)와 저주에 가득 찬 말싸움이 벌어졌다. 3·1 독립운동의 상징 태극기마저 갈라졌다. 태극기집회 측 참석자들은 대형 태극기로 몸을 두르고 '3·1절 노래'를 불렀다. 촛불집회 측은 노란 리본을 매단 태극기를 들었다. 서로 다른 태극기를 든 사람들이 엇갈리면 욕설을 하거나 피해 다녔다.

이날 집회는 혈서를 쓴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큰 사고 없이 끝났다. 그러나 이러다 결국 무슨 일이 날 것만 같은 위태로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탄핵 반대 측은 박영수 특검 집에 몰려가 야구방망이를 들고 시위하고 헌법재판소장 대행 집 주소까지 공개했다. 이에 앞서 탄핵 찬성 측도 마음에 안 드는 정치인들을 향해 욕설이 섞인 문자 폭탄과 '18원 후원금 폭탄'으로 저주의 악순환에 불을 붙였다.

이날 촛불집회엔 문재인 전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 추미애 당 대표 등 민주당 주요 인사들이 대부분 참석했다. 태극기집회에도 자유한국당 친박(親朴)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대선주자 지지율 선두권에 있는 문 전 대표와 이 시장은 기어코 전 국민의 대선후보가 아니라 한쪽 세력의 지도자가 되는 길로 가고 있다. 지금 당장은 촛불 쪽 사람이 많다고 생각하겠지만 민심은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것이다. 한쪽 편에 서서 시위하고 선동하다 대통령이 되는 사람이 나오면 그 후유증이 길고도 심각하게 이어질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팬클럽인 박사모 측은 이날 집회에서 '대통령 메시지'를 낭독했다. 2월 초 박 대통령 생일 때 보낸 편지들을 읽고 박 대통령이 감사 답신을 보내왔다는 것이다. 집회 주최 측이 이 메시지를 시위 확대에 이용하기 시작하면 그 자체가 큰 논란을 낳을 수 있다. 대통령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작년 12월 9일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의결했을 때 모두가 '문제의 시작이 아닌 끝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 후 석 달간 이어진 사태는 탄핵소추가 문제의 끝이 아닌 시작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헌재가 결론을 내려도 그것이 또 다른 시작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부 법치에 승복하지 않고 '내 뜻대로 안 되면 들고일어나겠다'는 불복 심리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은 안 된다. 사태의 중심에 있는 정치인들부터 달라져야 한다. 박 대통령은 헌재 결정이 나오기 전에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승복하겠다는 뜻을 명백히 밝혔으면 한다. 나아가 지지자들을 향해서도 자중을 당부하고 설득해야 한다. 문재인 전 대표를 포함한 대선주자들은 마지못해 '승복하겠다'는 말 한마디가 아니라 집회 불참과 함께 지지자들에게도 집회 중단을 호소해야 한다. 유권자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 대선 주자들을 바로 보고 심판해야 한다.

헌재 결정까지 앞으로 열흘은 우리 사회에 중대한 갈림길이 될 수 있다. 이 열흘이 잘못되면 위험한 길로 접어든다. 열흘 동안만이라도 모든 집회를 중단하고 헌재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각계 원로들이 나서 집회 중단과 헌재 승복을 위한 공론(公論)을 모아나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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