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황제가 와플을 먹었다?

    입력 : 2017.03.01 03:01

    - 고궁박물관 '대한제국실' 재개관
    공간 확장, 유물도 100점 늘려
    영국산 제과용 틀·일본 자기 등 서구화 노력했던 모습 전시

    창덕궁에서 발견된 철제 와플 틀.
    창덕궁에서 발견된 철제 와플 틀. /고궁박물관
    대한제국 황제는 오얏꽃(李花)이 그려진 프랑스제 자기에 커피를 따라 마시며 갓 구워낸 와플을 먹었을까?

    올해는 고종이 1897년 대한제국을 선포한 지 120년이 되는 해. 당시 황실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엿보게 하는 유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국립고궁박물관(관장 김연수)은 반년에 걸친 리모델링을 거쳐 전시 공간을 30% 이상 키우고 전시 유물 100여점을 늘린 '대한제국실'을 28일 재개관했다.

    새롭게 등장한 제과용 틀에 먼저 눈이 간다. 창덕궁에서 발견된 철제 와플 틀은 홈이 파인 모습이 마치 지금 카페에서 와플을 만들 때 쓰는 기구를 보는 것 같다. 와플 틀 옆에는 '베넘 앤드 프라우드(Benham&Froud)'라는 영국 회사 로고가 찍힌 제빵용 틀도 함께 있다. 지금까지 수장고에 있으면서 조명받지 못했던 식생활 관련 유물이 전시 공간이 늘어나며 빛을 본 셈.

    대한제국 황궁인 경운궁(현재 덕수궁)의 정전(正殿) 중화전과 서양식 건축물인 석조전 접견실, 연회장을 50% 크기로 전시실 안에 재현했다. 덕수궁·창덕궁에서 나온 식기와 소품을 활용해 연회장을 당시처럼 꾸몄다. 구한말 프랑스·일본에서 수입해온 자기에다 영국 메이플사(社)에 주문 제작한 가구들이다. 2014년 미국 오바마 대통령 방한 당시 돌려받은 '국새 황제지보'(보물 제1618-2호), 1909년 순종이 신의주까지 살피며 순행(巡幸)한 모습을 찍은 사진 62점도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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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고궁박물관 대한제국실에 재현한 대한제국 시기 경운궁 연회장. /연합뉴스
    김경미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이 회사 로고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만 사용했던 것이라 구한말에 수입해 썼던 것으로 본다"며 "서양 음식을 먹으며 호의호식했다고 보기보다는 근대화·서구화를 위해 먹는 것도 서구식으로 바꿔나갔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궁박물관은 당시 대한제국 칙임관(황제의 칙명을 전하는 관리) 관복도 고증을 거쳐 이른 시일 안에 선보일 계획이다.

    김연수 관장은 "120년 전 고종이 조선의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바꾸고 황제에 즉위한 것은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자주적 근대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며 "일제강점기에 비해 대한제국은 관심을 덜 받는 편인데 전시를 통해 대한제국의 긍정적인 부분을 알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무료. 문의 (02)3701-7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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