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랜드, 아니 문라이트!" 작품상 뒤바뀐 초유의 해프닝

조선일보
  • 이태훈 기자
    입력 2017.02.28 03:02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

    - 몰아주기 대신 다양성
    흑인 이야기 '문라이트' 작품상
    '라라랜드' 에마 스톤 여우주연상

    - 세대교체와 블랙 파워
    최연소 감독상 데이미언 셔젤
    흑인배우 주·조연상 후보만 6명

    "'문라이트' 여러분, 무대로 올라오세요. 농담 아닙니다. 여러분이 수상자입니다."

    26일 저녁(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코닥극장에서 열린 제89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사상 초유의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피날레이자 최고상인 작품상 수상작이 '라라랜드'에서 '문라이트'로 뒤바뀐 것이다. 트로피를 받고 소감까지 모두 밝힌 '라라랜드'의 제작자들이 뒤늦게 '문라이트' 팀을 무대 위로 불러 올리자, 객석의 할리우드 스타들은 모두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며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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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사진)'위플래쉬'에 이은 두 번째 영화‘라라랜드’로 최연소 오스카 감독상(32세)을 받은 데이미언 셔젤. (가운데 사진)남우주연상 케이시 애플렉, (오른쪽 사진)여우조연상 비올라 데이비스. /AFP 연합뉴스
    작품상을 발표한 건 1967년작 '보니와 클라이드'에 함께 출연했던 워런 비티(80)와 페이 더너웨이(76). 봉투를 열어 더너웨이에게 카드를 건넨 왕년의 악동 워런 비티는 "장난친 게 아니다. '에마 스톤, 라라랜드'라고 적혀 있어 나도 이상했다"고 해명했다. 미국 언론들은 "작품상 직전 시상된 여우주연상 수상자 카드가 잘못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식스 센스' 등 반전 영화로 유명한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트위터에 "오늘 아카데미 시상식의 엔딩은 내가 썼다. 우리가 그들을 속였어!"라고 농담을 했다.

    '몰아주기' 대신 '균형·다양성'

    올해 아카데미는 사실상 LA의 백인 예술가들이 주인공인 뮤지컬 '라라랜드'와 마이애미 슬럼가의 하류 인생 흑인 이야기 '문라이트'의 맞대결이었다. 기선을 잡은 건 '라라랜드'. '타이타닉' '이브의 모든 것'과 같은 13개 부문·14개 후보(주제가상 후보가 두 곡)로, 아카데미 역대 최다 후보작의 기세였다.

    '라라랜드'에서 배우 지망생‘미아’를 연기한 에마 스톤
    '라라랜드'에서 배우 지망생‘미아’를 연기한 에마 스톤은 작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영화제를 시작으로 이날 오스카까지 여러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UPI 연합뉴스
    하지만 직전까지 전 세계 영화상 170여개를 휩쓸며 평단의 일방적 지지를 받아온 '문라이트'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아카데미는 결국 '균형과 다양성'을 택했다. 수상 숫자만 놓고 보면 '라라랜드' 6개에 '문라이트' 3개이지만, 전자는 감독·여우주연·촬영상을, 후자는 작품·남우조연·각색상을 가져가며 주요 부문에서는 균형을 맞춘 것이다.

    '너무 하얀 오스카'(#OscarSoWhite)로 비판받았던 아카데미가 올해 연기상 후보에만 유색 인종 배우 7명을 올렸을 때부터 예상됐던 일이기도 하다.

    '세대교체'와 '블랙 파워'

    올해 오스카를 관통한 또 다른 키워드는 '흑인의 힘'과 '세대교체'였다. 사회자인 코미디언 지미 키멜은 시상식 초반 "후보작들을 보면 백인이 재즈를 구하고(라라랜드), 흑인이 나사(NASA)를 구했다(히든 피겨스). 인종차별 얘기가 사라진 건 다 트럼프 대통령 덕"이라며 농담을 했다. 흑인 배우 주·조연상 후보만 6명이었고, 이 중 '문라이트'의 마허샬라 알리와 '펜스'의 비올라 데이비스가 각각 남·여 조연상을 받았다. '문라이트'의 흑인 감독 배리 젱킨스는 각색상을 받았지만 감독상 후보에도 올랐고, '컨택트'의 흑인 촬영감독 브래드퍼드 영도 촬영상 후보에 올랐다. 젱킨스는 흑인 청소년들을 향해 "우리가, 또 아카데미가 여러분을 응원하고 있다"고 격려했다.

    아카데미는 또 '사일런스'의 마틴 스코세이지,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등 거장들의 작품을 수상작에서 제외한 대신 젊은 감독들의 작품에 많은 상을 줬다. 서른두 살에 불과한 '라라랜드'의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이날 역대 최연소 감독상 수상의 기록을 세웠다.

    기록으로 보는 올해의 오스카 외
    스무 번째 오스카 후보에 오른 여배우 메릴 스트리프에게는 기립박수를 보냈고, '스타워즈'의 '레아 공주' 캐리 피셔 등 지난해 세상을 떠난 스타들을 일일이 호명하며 추모 공연을 통해 경의를 표했다. 사상 초유의 '뒤바뀐 작품상' 해프닝이었지만, 균형 감각과 우아함을 잃지 않은 '지상 최대의 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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