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기간 만료(오는 28일)를 이틀 앞둔 26일 박영수 특검팀은 이재용(49·구속)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지성(66) 삼성 미래전략실장을 소환 조사했다. '433억원 뇌물공여 혐의' 기소를 앞둔 보강 조사다. 특검팀은 이날 이른바 '주사 아줌마' 등을 청와대에 무단 출입시킨 이영선(38) 청와대 경호관에 대한 구속영장도 청구했다. 한편으로는 수사 마무리 준비를 진행하면서도 수사 기간 연장 여부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고 있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은근히 압박한 것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누구?]

특검은 황 대행이 수사 기간 연장을 승인하지 않으면 박근혜 대통령 대면(對面) 조사를 할 수 없게 된다. 수사 기간은 27일과 28일 이틀이 남았지만 27일엔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최종변론이 진행되고 28일엔 아직 기소하지 못한 피의자들에 대한 공소장을 법원에 넘겨야 하기 때문이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수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지난해 10~11월 검찰 수사에 이어 특검에서도 불발되는 것이다. 특검팀은 조만간 박 대통령 대면조사가 무산된 데 따른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처럼 특검 수사가 미완(未完)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검찰이 다시 이어받아 수사의 종지부를 찍을 수밖에 없게 됐다는 말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0~11월 검찰이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할 때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했다. 그러다가 검찰이 '박 대통령이 강요해 기업들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774억원을 냈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자신을 피의자로 입건하자 "검찰이 조사도 하기 전에 결론을 내려 수사의 공정성을 믿을 수 없다"며 조사를 받을 수 없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박 대통령은 이후 '특검에서 조사받겠다'고 해왔다. 지난 1월 1일 신년 기자간담회 때는 "특검에서 연락이 오면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했다. 이달 초 박 대통령 측과 특검팀은 '(2월) 9일 청와대 경내(境內)에서 조사를 진행한다'고 합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언론에 조사 일정이 사전 유출됐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현재까지 양측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검팀 관계자는 "9일 조사가 무산된 이후 대통령 측에서 별의별 요구를 다하고 있다"며 "돌이켜보면 애초부터 조사받을 생각이 없었던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조사 무산'의 책임을 박 대통령 측에만 돌리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검팀의 수사 전략에도 문제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출범 초기부터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이른바 '삼성 수사'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말을 들었다.

특검팀은 거의 한 달 동안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집중 수사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지난 1월 19일 기각됐다. 특검팀은 다시 한 달 가까이 보강 수사를 거쳐 이 부회장을 구속했지만, 전체적인 수사 스케줄이 뒤로 밀리면서 박 대통령 대면조사는 물론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 등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수사 기간 만료를 10일가량 앞두고 우 전 수석에 대한 영장을 청구했지만 '증거 부족'으로 기각됐다.

28일 특검 수사가 종료되면 박 대통령 조사는 물론 삼성 외 다른 대기업 수사,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 등은 모두 검찰로 넘어가게 된다. 법조계에선 "검찰도 수사를 단기간에 끝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 벌써부터 나온다. 특검의 수사 기록을 검토할 시간이 필요한 데다 3월 10일 혹은 13일로 전망되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 결과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 전 수석 수사는 검찰 내부에 '우병우 사단'이 건재한 상황이어서 '검찰이 과연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