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시 대산읍은 오지(奧地) 어촌이었다. 산지가 많아 농사지을 땅도 마땅치 않았다. 소외됐던 이 지역은 1980년대 간척사업이 진행되면서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들쑥날쑥했던 북쪽 해안선은 직선으로 반듯해졌고,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로 꼽히는 대산 석유화학단지가 들어섰다. 원유를 수입해 정제·가공하는 5개 기업의 연 매출은 28조8877억원(2015년 기준)이다.
하지만 대산읍을 공장 지대로만 알고 있다면 반만 아는 것이다. 갯벌이 일부 사라지긴 했지만 공장 주변엔 천혜의 자연 경관이 살아있다. 공단을 사이에 두고 해안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황금산과 충남의 미항(美港)으로 불리는 삼길포항도 있다. 3개월 후엔 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을 통해 중국인 관광객이 몰려와 국제적인 관광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중국 최단거리 여객 뱃길 열린다
중국 산둥성(山東省) 지역 여행사 관계자 10명은 지난 15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대산항, 해미읍성, 서산 마애여래삼존상(국보), 개심사, 간월암 등 지역 관광지를 둘러봤다. 인근 천안, 아산, 예산 지역 명소도 살폈다. 서산시가 6월에 대산항과 중국 산둥성 룽청시(榮成市)의 룽옌(龍眼)항을 오가는 국제여객선 취항을 앞두고 마련한 사전 투어 프로그램이었다. 대산항~룽옌항 항로(339㎞)는 충남의 첫 국제 여객항로이자 국내에서 중국과 가장 가까운 바닷길이다. 인천항이나 전북 군산항에서 중국으로 가는 항로보다 50~60㎞가 짧다. 승객 1000명과 화물을 150TEU(1TEU는 6m 길이 컨테이너 1개)까지 싣고 다닐 수 있는 카페리(car ferry)가 일주일에 3차례 왕복할 예정이다. 이 배를 통해 연간 3만5000여명의 인원과 최소 8100TEU의 화물이 양국을 오갈 전망이다. 서산시는 관광객 유입과 화물 운송 등으로 매년 400억원이 넘는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완섭 서산시장은 "2009년 한중해운회담에서 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논의가 시작된 이후 8년 만에 이뤄낸 성과"라면서 "6월에 계획대로 배가 뜬다면 중국에서 한국으로 가장 가깝게 관광객들이 드나들 수 있는 뱃길이 열려 서산이 국제적인 관광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생화 피는 황금산과 몽돌 해안
대산읍 서쪽 끝자락에 있는 황금산(해발 156m)은 원래 섬이었다가 대산석유화학단지 간척 사업과 함께 육지와 이어졌다. 금보다 귀하다는 뜻을 지닌 항금(亢金)산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황금(黃金)산으로 바뀌었다. 실제로 금을 캤던 동굴 2개가 남아있다.
등산로 왼편엔 서해바다가, 오른편엔 석유화학단지가 펼쳐져 이색적인 풍경을 자랑한다. 야생화가 피는 봄엔 평일 1000명, 주말 3000명의 관광객이 몰린다. 산 아래 주차장에서 정상까지는 걸어서 30분 정도면 충분하다. 정상에 있는 황금사는 조선 중기 명장 임경업 장군의 초상화를 모셔놓고 마을 주민들이 풍어제를 올렸던 사당이다. 황금산의 명물인 코끼리 바위는 서쪽 바다와 접한 해안에 있다. 해식(海蝕)작용으로 바위에 구멍이 나면서 지금의 모습이 됐다.
황금산에서 동쪽으로 10㎞ 정도 떨어진 삼길산에서는 삼길포항과 서해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166m 정상 전망대에선 동쪽으로 당진과 연결된 대호방조제가, 서쪽으로 대산 석유화학단지와 대산항이 보인다. 조용한 봄바다를 감상하려면 벌천포해수욕장이 안성맞춤이다. 모래 대신 몽돌이 깔린 600m 길이 해변에선 파도를 따라 몽돌끼리 부딪치며 내는 '달그락달그락' 소리가 운치를 더한다.
◇선상 횟집에서 먹는 우럭 일품
서산 앞바다에선 예부터 우럭이 많이 잡혔다. 가을엔 삼길포항에서 우럭축제도 열린다. 제철인 봄·가을에 잡은 우럭의 몸통을 반으로 갈라 소금에 절인 다음 물로 살짝 씻어내 서해의 볕과 바람으로 꾸덕하게 말리면 우럭포가 된다. 이 우럭포를 넣고 끓인 탕이 서산의 향토 음식인 우럭젓국이다. 다른 육수를 넣지 않더라도 사골처럼 뽀얀 국물이 우러난다. 무와 대파, 콩나물을 넣고 새우젓으로 간을 하면 짭조름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삼길포항 선상횟집에선 배 위에서 살아 있는 우럭과 광어를 회로 맛볼 수 있다. 자연산 우럭은 1㎏당 2만~2만5000원, 우럭포는 1마리당 1만원 선이다. 서산 가로림만 갯벌에서 나는 세발낙지를 데쳐 먹고 남은 국물에 칼국수, 수제비를 넣어 먹는 밀국낙지탕은 구수함이 자랑이다. 간재미를 매콤새콤한 양념장에 버무린 회 무침과 자연산 가리비 구이도 별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