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오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최종 변론 기일을 연다. 다음 달 초 선고가 유력하다. 최순실 사건 특검 수사 기한도 연장되지 않으면 내일로 끝난다. 탄핵 심판과 특검 수사 모두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다. 25일 열린 태극기 집회에선 "탄핵되면 아스팔트에 피가 뿌려질 것이다. 어마어마한 참극을 보게 될 것"이란 극언이 쏟아졌다. 인터넷엔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살해 협박 글까지 올랐다. 글을 올린 20대 남성이 경찰에 자수했지만 그냥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촛불 집회에선 벌써부터 "기각되면 혁명"이란 말이 나왔다. 뒤집어엎겠다는 것이다. 격앙된 분위기를 진정시켜야 할 유력 대선 주자들은 시위대에 끼어 선동 구호를 외치고 있다. 권력욕에 이성을 잃었다. 부끄러움도 모른다.

대통령 탄핵 여부를 헌법적 절차를 통해 마무리 짓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가장 첨예하고 중대한 문제를 정치 대결이나 힘 대결이 아니라 법적으로 해결한다면 그 자체로 우리 법치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탄핵 찬반 세력 모두가 깨끗이 승복한다는 전제에서 의미를 갖는 것이다.

지금 양쪽의 대선 주자들, 특히 유력한 주자들은 거의 대부분 헌재 결정 승복에 미온적이거나 부정적이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이러니 시위대에 '승복하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이들이 갑자기 나라를 걱정하는 정치가로 바뀔 가능성은 전무하다. 이런 상황에서 헌재가 탄핵이든 기각이든 결정을 내리면 불복 투쟁으로 인한 소용돌이가 불가피하다. 그래서 정말 지금 가는 이 길 외에 다른 길은 전혀 없는 것이냐고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설사 탄핵이 기각되더라도 아무 일 없었던 듯 대통령 직무에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나. 리더십 회복은 불가능할뿐더러 국정 공백과 국가 위기가 더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야권은 탄핵이 되면 권력으로 가는 꽃가마를 탄다고 생각하나. 대선 과정은 물론이고 집권한다 해도 심각한 반발에 직면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 나라와 국민을 진정으로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헌재 결정 외에 다른 선택은 정말 없는 것인지 대통령부터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