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 '미인도' 전시 계획에 유측 측 강력 반발

    입력 : 2017.02.26 21:06 | 수정 : 2017.02.26 21:06

    국립현대미술관이 고(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를 오는 4월 일반에 공개하기로 전격 결정한 것과 관련해 유족 측은 “전시를 강행할 경우 사자명예훼손과 저작권법 위반으로 추가 고소하겠다”며 반발했다.

    유족측 공동 변호인단인 배금자 변호사는 26일 “저작권자가 아닌 사람을 저작권자로 표시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의 ‘움직이는 미술관’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된 미인도는 천 화백이 “내 그림이 아니다”고 주장하면서 위작 논란에 휩싸였다. 검찰이 지난해 12월 “과학 감정 기법을 총동원한 결과 미인도는 진품으로 판단된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으나 유족 측은 항고했다.

    유족의 반발에도 국립현대미술관은 미인도 전시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미술관측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박성재 변호사는 “해당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취득한 것이고, 검찰이 진품으로 판단한 소장품을 미술관 내에서 전시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은 지난 23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인도는 (유족이 아닌) 한국 국민들에게 속한 국가 소장품”이라고 못박은 바 있다. 다수의 법률전문가들은 “유족이 항고한 상태라도 국가기관의 과학적 검증을 통해 진품이라고 결론 낸 검찰의 판단이 뒤집힐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전했다.

    진위(眞僞) 소용돌이에 휘말려 26년간 수장고에 잠들어 있던 미인도는 4월18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개막하는 ‘소장품전:균열’을 통해 일반 관람객을 만날 예정이다.

    강승완 학예연구실장은 “미술관 2층 3·4 전시실 중 한 곳에 배치될 미인도는 작가명·제작연대·크기·재료·기법 등을 명기하는 레이블(명제표)을 붙이는 대신, 미인도를 둘러싼 그간의 쟁점과 최근의 법적 판단들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는 식의 아카이브 형태로 꾸밀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개전시가 성명 표시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강 실장은 “미술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사건들이 미인도를 둘러싸고 전개됐다”며 “그 히스토리 자체로 전시할 가치는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미술계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장을 지낸 김현숙 덕성여대 교수는 “늦은 감이 있다. 더 일찍 오픈해야 했다. 원화(原畵)를 보고 토론하고 여러 학술적 분석과 의견들이 쌓이면서 진실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열 미술평론가는 “공개 전시는 유족에게도 의미가 있다. 검찰이 지명한 몇몇 전문가들이 아니라 더 많은 미술계 종사자들과 대중들이 직접 보고 토론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도 용광로처럼 들끓었던 미인도는 공개되는 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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