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진료 부추기는 '사무장병원' 7년새 47배

    입력 : 2017.02.24 03:06 | 수정 : 2017.02.24 08:13

    [면허만 빌려 불법 운영… 돈벌이 위해 불필요한 처방 남발]

    진료비 부당청구 5억→5400억… 주로 신불자·노령자 의사 고용
    의료사고 일어나는 경우도 많아… 교통비·식비 주는 병원 의심을

    의료기관, 약국 부당 청구 진료비 추이 그래프

    충남에서 장례식장을 운영하던 고모(58)씨는 같은 건물에 있던 노인요양병원을 지난 2007년 인수했다. 임종을 앞둔 환자를 치료하고 장례까지 연결하면 '돈 되는 장사'라고 판단한 것이다. 문제는 의료법이었다. 의료법상엔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나 의료업을 목적으로 세운 법인만 병원을 세우도록 돼 있다. 이에 고씨는 의사 이모(58)씨에게 "월급 1200만원 주고 판공비 200만원도 주겠다"며 의사 이름을 빌린 이른바 '사무장 병원'을 차렸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적발되기까지 이 병원은 6년간 313억500만원을 부당 진료비(요양급여·의료급여)로 타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불법으로 운영되는 사무장병원이 갈수록 증가해 건강보험료를 갉아먹고 있다. 23일 건보공단에 따르면, 작년에 적발된 사무장병원(의료기관·약국)은 총 279곳으로, 2009년(6곳)에 비해 7년 새 47배로 증가했다. 환수 결정 금액으로 따지면 968배(5억5800만→5403억4400만원)로 늘었다. 사무장병원이 부당 청구한 진료비 중 건보공단이 환수하지 못한 금액은 작년 1조원을 넘어섰다.

    ◇1조원 넘게 증발한 건보 재정

    사무장병원은 '의료 질서'를 흐리는 주범으로 꼽힌다. 사무장병원에 이른바 '월급 의사'로 고용되는 의사들은 노령자나 신용불량자가 많고, 의사가 아닌 실제 운영자는 돈벌이가 목적이라 과잉진료나 불필요한 입원 처방을 남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작년 2월 경찰에 걸린 한 사무장병원이 대표적이다. 입원할 필요가 없는 교통사고 환자를 모아 입원시키는 수법을 썼다. 이들 일당은 서울 은평구의 4층짜리 빌딩에 뜸·물리 치료실 등을 갖추고는 교통사고 환자 633명을 입원시킨 뒤 2000여명이 진료를 받은 것처럼 허위 진료기록부를 작성해 건보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4억1000만원 등을 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의료생활협동조합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가짜로 조합원이 있는 것처럼 꾸민 뒤 출자금을 받은 것처럼 속여 사무장병원을 차린다는 것이다. 이렇게 각종 사무장병원이 난립하면서 이들 병원이 부당 청구한 금액은 2014년 3140억원, 2015년 4026억원, 2016년 5403억원 등으로 늘어났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만약 의사가 너무 자주 바뀐다든지, 환자를 유치하려고 교통비·식사비까지 보조해준다는 병원이 있다면 사무장병원으로 의심해볼 만하다"면서 "사무장병원에선 의료 사고가 나는 경우도 많아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징수율 7.42%뿐

    문제는 사무장병원이 건보공단에서 부당하게 타낸 돈을 환수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최근 3년(2014 ~2016년) 징수율은 평균 7.42%에 그쳤다. 건보공단이 사무장병원으로 의심되는 곳을 찾아내 수사 기관에 의뢰한다고 해도, 수개월 이상 걸리는 수사 기간 동안 사무장들이 다른 사람 명의로 재산을 빼돌리는 수법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2009~2016년까지 미환수 금액은 1조4100억원에 이른다. 사무장병원으로 걸리면 개설자에게 5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의료법)을 매기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좀 더 강화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의료기관 설립 기준을 강화하는 등 종합적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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