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사건 최종 변론 기일을 27일로 결정하면서 탄핵 심판 선고일은 3월 10일이나 13일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선고일이 다가오면서 '탄핵 기각'을 주장하는 태극기 집회 세력과 '탄핵 인용'을 주장하는 촛불 집회 세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태극기 집회를 주최하는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와 촛불 집회를 여는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 국민행동(퇴진행동)'은 박 대통령 취임 4년을 맞는 날인 25일과 삼일절인 3월 1일 서울 광화문에서 각각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양측 모두 3월에는 매일 도심 집회를 열겠다고 하면서 자신들이 원치 않는 결과가 나오면 승복하지 않을 태세다.
◇탄기국 "탄핵 인용되면 혁명·내전"
박 대통령 측 법률 대리인인 김평우 변호사는 지난 22일 탄핵 심판 변론에서 "헌재가 (공정한 심리를) 안 해주고 국민이 결정하도록 맡기면, 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가 정면충돌해 우리나라 아스팔트길은 전부 피로 덮일 것"이라면서 "대통령파와 국회파가 갈려 내란 상태로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탄기국 측은 22일 밤 김 변호사의 변론을 인터넷상에 게재했고, 24시간도 안 돼 조회 수 3만건을 돌파했다. 탄기국 회원들은 "오늘도 우리는 피 흘릴 각오를 하고 있다" "기각이든 인용이든 양분으로 갈라져 폭동도 일어날 수 있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한 회원이 올린 "만에 하나 인용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는 글에는 "전부 뒤집어야 한다. 법으로 안 되면 애국 열사가 되겠다" "그러면(인용되면) 전시 상황이 올 것" "지도부의 지략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똘똘 뭉쳐서 목숨 걸고 싸워야 한다"는 의견이 달렸다.
탄기국 대변인을 맡고 있는 정광용 박사모 회장은 본지 통화에서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가 탄핵이 기각되면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하는데, 탄핵이 인용될 경우엔 훨씬 더 강력한 정도로 대한민국을 뒤흔들 혁명이 올 것"이라고 했다. 정한영(성호 스님)씨는 "인용되면 대구 같은 곳에서는 5·18 때보다 10배는 큰 민주화 운동이 일어날 것"이라며 "나부터 나가서 싸우겠다"고 했다.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탄핵 인용은 정권 찬탈 행위이므로 계엄령을 선포해야 한다" "탄핵이 되면 시민 수만 명이 내전으로 사망할 것" "탄핵은 역모이기 때문에 군법으로 응징해야 한다" 등의 글이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일부 극우 단체 회원들 중심으로 '청년암살 살수단 지원자 모집' '할복단 모집'이란 제목의 메시지가 돌기도 했다. 탄기국 관계자는 "총동원령을 내린 3월 1일 집회에는 500만명이 모일 것"이라고 했다.
◇퇴진행동 "기각은 천만 촛불 민심에 대한 배신"
퇴진행동은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의 탄핵 인용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1000만 광장 역사를 쓴 국민이 부정한 권력을 끌어낼 날이 다가왔다"고 했다. 퇴진행동은 헌재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해 이날 오후 2시부터 25일 오후 2시까지를 '48시간 비상행동' 기간으로 지정하고, 전국 100여곳에서 탄핵 인용을 위한 집중 선전을 진행하고 있다.
퇴진행동은 온라인에서도 '실시간 검색어 1위 만들기'를 통해 세몰이에 나서기로 했다.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특검 연장'과 '박근혜 구속'이란 키워드를 실시간 검색어 1위로 만들어 탄핵 인용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퇴진행동 내부에는 탄핵이 인용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퇴진행동은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에 관한 수많은 증거가 쏟아져나온 상황에서 탄핵이 기각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탄핵이 기각될 경우 승복하지 않겠다는 의견도 내부적으로 나오고 있다. 퇴진행동 관계자는 "탄핵 기각은 천만 촛불 민심에 대한 배신이기 때문에 또다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회원들 사이에서는 "기각되면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는 과격한 주장도 나온다.
한편, 경찰은 25일과 3월 1일 집회에서 양측 간 충돌에 대비해 대규모 병력을 투입할 예정이다. 양측은 3월 1일 집회 이후 탄핵 심판 선고일까지 평일 집회를 매일 계속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