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리그 장쑤 쑤닝의 최용수(44·사진) 감독은 2011년부터 FC서울에서 리그 우승 1회,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1회를 기록했다. 2013년엔 AFC 올해의 감독상도 받았다. 지난 시즌에도 3관왕을 노리던 그는 시즌이 한창이던 6월 장쑤와 연봉 35억원 2년 6개월 계약을 맺고 돌연 중국으로 떠났다. 당시 최용수 감독은 "돈 때문이 아니라 세계적 감독들과 겨뤄보겠다는 '도전' 의식 때문에 중국을 택했다"고 했었다.

그해 최용수 감독은 반 시즌 동안 장쑤를 이끌면서 중국 리그 2위, FA컵 준우승이란 기록을 냈다. 하지만 최 감독은 그 성과에 의미를 두지 않았다. 목표는 준우승이 아니라 우승이었기 때문이다.

장쑤가 최용수 감독을 택한 것은 그의 선수 장악 능력 때문이었다. 장쑤는 브라질 출신 미드필더 하미레스, 공격수 테세이라 등 이적료만 둘이 합쳐 1000억원이 넘는 세계 최정상급 플레이어를 보유하고도 지난 시즌 AFC 챔스리그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거액의 스타 외국인 선수'들이 통제 불능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이들은 패스 대신 홀로 드리블을 하다 공을 빼앗기거나, 중국 동료들에게 이유 없이 짜증을 내며 팀 분위기를 해쳤다.

최 감독은 장쑤에 부임하자마자 외국 선수들을 중국 선수와 똑같이 대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전매특허인 '형님 리더십'으로 팀을 하나로 만들었다. '나태하면 무조건 뺀다'는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권위를 내세우지는 않았다. 그러자 하미레스나 테세이라 등 콧대 높았던 수퍼스타들이 그를 형처럼 믿고 따랐다.

중국 장쑤 쑤닝의 하미레스(하늘색 상의)가 K리그 제주 유나이티드 선수들 사이에서 공을 다루는 모습. 하미레스는 결승골을 넣어 최용수 장쑤 감독에게 AFC 챔스리그 시즌 첫승을 선물했다.

['극장승' 최용수 감독 "우리는 아직 미완성의 팀"]

장쑤엔 최 감독 외에도 국가대표 수비수인 홍정호가 지난해 7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이적해 주축 수비수로 활약 중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국가대표 동료인 김남일 코치도 지난해 연말 합류했다.

'아시아 최고'에 도전하는 최용수 감독의 두 번째 시즌이 승리로 스타트 총성을 울렸다. 장쑤는 22일 AFC 챔피언스리그 H조 첫 경기(제주 월드컵경기장)에서 홈팀 제주 유나이티드를 1대0으로 꺾었다. 후반 45분 하미레스가 결승골을 터뜨렸다. G조 경기에선 수원 삼성이 일본 가와사키 프론탈레와의 원정 경기에서 1대1로 비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