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신해철 의료 소송'에서 드러난 맹점들

    입력 : 2017.02.23 03:15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전문의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전문의
    가수 신해철을 의료 사고로 잃은 지 벌써 두 해가 지났다. 수술 집도의에 대한 법원의 1심 판결은 사고 발생 2년이 넘은 최근에야 나왔다. '신해철이 떠난 지 벌써 두 해나 됐나?' 하다가 '1심 판결이 이제야 났어?'라며 놀란다. 수술 의사 강모씨는 업무상 과실치사로 금고 10개월의 유죄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초범이라는 이유 등으로 금고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집행유예라 해도 조건부로 집행하지 않을 뿐 엄연히 형이 선고된 것이다. 그럼에도 강씨의 의사 면허가 온전히 보존됐다. 비록 의도한 것은 아니라 해도 명백한 오류로 환자가 사망하는 과실치사 처분을 받았는데 해당 의사의 면허는 취소되거나 정지되지 않았다. 현행법상 의사는 의료법을 위반해야 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되지 과실치사 같은 형법상의 형벌은 면허 취소 요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진단서를 허위로 작성하거나 불법 낙태 등으로 의료법을 위반할 때만 의사 면허에 제한을 둔다. 현행법에서는 의사가 수면 마취제를 잘못 써서 환자가 식물인간이 되어도 형법상 과실치상에 해당한다면 그 의사는 아무런 제한 없이 계속 수면 마취를 할 수 있다.

    신해철. /뉴시스
    다른 전문직은 어떤가. 변호사는 금고 이상 처벌을 받으면 해당 업무 자격이 즉시 정지된다. 죽고 사는 업무가 아니어도 이런 처분이 내려진다. 의사는 생명을 다루는 직업임에도 형법으로 징역 처분을 받아도 의사 면허가 유지된다. 이게 말이 되나 싶을 텐데, 우리나라 법이 그렇다. 의사 강모씨는 현재 호주인 환자 비만 수술 사망 사건으로도 재판 중인데 여기서도 업무상 과실치사 판결만 받으면 의사 면허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럼 외국 의사는 어떤가. 미국·독일·일본 등은 의료 사고와 연루된 의사가 벌금 이상의 형사 처벌만 받아도 의사 면허 취소와 의료업 정지 처분이 내려진다. 금고형까지 걸 것도 없다. 이 나라들이 의사가 미워서 그런 법을 두진 않았을 것이다. 신해철 측 변호를 맡은 의사 출신 박호균 변호사는 "만약 직업이 없거나 변변치 못한 60세 넘는 고령 환자가 병원서 치료받다가 과실치사로 사망하면 민사소송으로 소액의 위자료밖에 주어지지 않는다"며 "형사 처벌받은 의사가 면허를 유지한다면 생명 경시 풍조가 심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의료 분쟁이 났을 때 진실 규명 작업은 공정한 환경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그 핵심은 환자 차트, 의무 기록의 투명한 공개다. 환자 진료에 대한 기록은 의료 행위를 한 이후에 보완되기도 하고 수정되기도 한다. 그런데 의료 분쟁이 나면 병원 측은 최종 의무 기록만 제출한다. 환자 측은 사고 발생 당시 원본 기록을 알 수 없다. 나중에 의사 측에 유리하게 기록이 수정될 수 있음에도 현행법상 병원 측은 원본 제출 의무가 없다. 환자 측이 의무 기록을 요구할 때 언제까지 환자에게 주어야 한다는 기한 명시가 없기에 병원 측은 기록 제출을 질질 끌 여지도 있다.

    환자의 건강과 생명은 언제든 위태로울 수 있기에 의사의 자율 판단과 그에 따른 권한은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 그럴수록 높은 윤리적 기준과 법적 책임이 의사들에게 뒤따라야 한다. 그것이 '신해철 의료 소송'이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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