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부천사 변신 73세 전과 11범, 그는 왜 다시 교도소 갔나

    입력 : 2017.02.22 03:08 | 수정 : 2017.02.22 08:33

    [사건 블랙박스]

    50대 여성에 전재산 빌려줬다 작년 못돌려받게 되자 살해
    출소 14년만에 새삶 물거품

    '평생 교도소만 드나든 인생, 이렇게 마감하고 싶지 않다.'

    절도 전과 11범 장모(73)씨는 지난 2002년 쉰여덟 나이로 교도소를 나오며 이렇게 다짐했다. 스무 살 때 처음 남의 물건에 손을 댄 뒤로 20년 넘게 교도소에서 지낸 게 후회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출소한 장씨에겐 당장 돌아갈 방 한 칸도 없었다. 암을 앓던 아내는 그가 교도소에 있는 동안 세상을 떠났고, 집 나간 딸은 연락이 끊긴 지 10년이 넘었다. 장씨는 출소자의 사회 복귀를 돕는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에서 생계비를 지원받으며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오전·오후에는 막노동을 하고, 퇴근하면 주유소에서 일했다. 고령에도 하루 3~4시간만 자며 폐지를 주워 팔았다. 틈나는 대로 공부해 2015년에는 장례지도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그는 혹시라도 전과자라는 이유 때문에 물건을 훔쳤다고 의심받을까 봐 물건을 사면 영수증을 모아두었다고 한다.

    10년 넘게 성실히 일했더니 1억원 넘는 돈이 모였다. 2009년부터는 "나처럼 자립하려는 출소자들을 돕겠다"며 법무보호복지공단에 매달 30만~40만원씩 기부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7년간 기부한 돈이 2700만원에 달한다. 설 명절에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출소자들을 모아 합동 차례를 지내고, 떡과 소고기도 선물했다. 제2의 인생 개척에 성공하는 듯 보였던 장씨는 그러나 출소 14년 만인 작년 말 다시 교도소에 수감됐다. 일하던 주유소에서 알게 돼 10년 넘게 가깝게 지냈던 50대 여성에게 전 재산을 빌려준 게 화근이었다.

    작년 5월 돈을 돌려받지 못할 상황이 되자 그는 홧김에 이 여성을 목 졸라 살해했다. 그는 징역 16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법원 관계자는 "악착같이 새 삶을 살려던 70대 노인이 10년 넘게 쌓았던 선행들이 한순간의 범죄로 모두 물거품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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