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직접 일정 짜고 숙소 잡고… 시니어 배낭족 늘어난다

입력 2017.02.22 03:08 | 수정 2017.02.22 08:04

- "패키지보다 자유여행이 좋아"
인터넷 통해 항공권 등 예약
자녀에게 구글맵 사용법 배워 현지서 맛집 검색, 제발로 척척

중장년에 해외여행 코스 추천… 온라인 동호회 활동에도 열심

작년 대기업에서 퇴직한 한기정(63)씨는 지난 9월 아내와 단둘이 중국 베이징으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여행 가이드만 따라다니면 되는 패키지 여행과 달리 배낭여행은 비행기 표와 숙소, 여행 코스 등을 모두 직접 준비해야 한다. 한씨 부부는 여행을 떠나기 한 달 전부터 인터넷 커뮤니티와 여행책을 통해 정보를 모아 6박 7일 여행 일정을 직접 짰다. 또 인터넷 숙박 예약 사이트에서 가격과 교통편을 꼼꼼히 비교한 뒤 마음에 드는 숙소도 직접 골랐다.

[NOW] 직접 일정 짜고 숙소 잡고… 시니어 배낭족 늘어난다
/김성규 기자
한씨는 "현지에서 딤섬 맛집을 찾아가기 위해 버스를 탔는데, 둘 다 중국어를 할 줄 몰라 엉뚱한 곳에 내려 꽤 고생했다"며 "그래도 여행 중 모든 걸 직접 결정하면서 돌아다니니까 오랜만에 신혼으로 돌아간 것처럼 젊어진 기분이었다"고 했다. 두 사람은 올해 결혼기념일엔 유럽 배낭여행에 도전하기로 했다.

부산 사하구에 사는 박미자(여·62)씨도 지난달 친구와 일본 후쿠오카로 3박 4일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박씨는 항공권과 교통편뿐 아니라 료칸(일본 전통 여관)도 직접 예약했다. 모르는 것은 딸에게 물어봤다.

그는 여행을 떠나기 여섯 달 전부터 구청에서 진행하는 '초급 일본어 회화' 수업을 들으며 준비했다. 박씨는 "친구들과 단체로 관광버스를 타고 무리 지어 다니는 것도 좋았지만, 죽기 전에 젊은이들이 하는 배낭여행을 꼭 경험하고 싶었다"며 "가이드에게 의지하지 않고 내가 직접 현지인들에게 물어 료칸에 도착하니, 몸은 힘들어도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했다.

여행 코스가 미리 짜인 패키지 관광을 선호했던 중장년층들이 변하고 있다. 숙소 예약부터 여행 코스까지 주도적으로 계획을 세우는 '시니어 배낭족(族)'이 늘어나고 있다.

여행사 '하나투어'에 따르면 자유 여행(항공권과 숙소만 예약해주는 여행 상품)을 다녀온 60대 이상 여행객은 지난 2012년 4500명에서 2016년 1만8000명으로 4배가 됐다.

65세 이상 중 1년내 해외여행 경험 비율 외
시니어 배낭족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5060 해외 배낭여행'은 회원 수가 1700명이 넘는다. 이들은 중장년층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해외여행 코스를 추천하는 등 여행 정보를 공유한다. 작년에는 회원들끼리 이집트, 터키, 아프리카로 배낭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시니어 배낭족들에겐 여행 중 각종 정보를 현장에서 즉각 찾아볼 수 있는 스마트폰 활용이 필수다. 이계성(여·60)씨는 작년 12월 이탈리아 배낭여행을 떠나기 전 딸들에게 구글맵 등 여행 관련 앱 사용법을 배웠다.

덕분에 이씨는 실시간 경로 검색을 통해 원하는 장소를 헤매지 않고 찾아갈 수 있었다. 이씨는 "함께 간 친구들이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배낭여행을 한다고 무척 걱정했는데, 스마트폰 덕분에 수월하게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고 했다.

국내 여행사들도 이런 변화에 맞춰 시니어 배낭족들을 겨냥한 여행 상품을 내놓고 있다. 여행사 모두투어는 "최근 60대 이상을 타깃으로 하는 여행 상품은 효도 관광처럼 짜인 코스보다는 직접 여행 코스를 짤 수 있는 자유 여행으로 바뀌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은퇴 후 자식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60대들이 배낭여행을 통해 자기 주도적으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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