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성공회대 깜짝 놀라게한 경비·미화원

    입력 : 2017.02.17 03:24

    졸업 축사 연사 "학교 발전기금 보태고 싶다"
    월급 십시일반… 용역업체도 보태 2000만원 전달

    16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졸업식에서 이 학교 미화원과 경비원이 모은 기부금을 경비원 김창진(73)씨가 대표로 전달하고 있다.
    16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졸업식에서 이 학교 미화원과 경비원이 모은 기부금을 경비원 김창진(73)씨가 대표로 전달하고 있다. /성공회대

    "여러분 저 아시죠? 학교에서 17년간 근무한 경비원이에요. 최근 학교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 경비·미화원도 마음을 보태고 싶어서 발전기금을 냅니다."

    16일 오전 11시,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이천환기념관에서 열린 2016학년도 졸업식에 특별한 축사 연사가 등장했다. 연두색 작업복에 등산화 차림을 한 성공회대 새천년관 담당 경비원 김창진(73)씨였다. "어려운 시기에 홀로 서기 하는 것만으로도 큰 성공"이라는 그의 따뜻한 축사에 교직원과 학생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축사 전 김씨는 성공회대 시설관리 용역 업체인 푸른환경코리아 임직원과 소속 경비원·미화원 23명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2000만원을 '아름다운 동행 학교발전기금'에 전달했다. 올 2월부터 1년간 경비원·미화원들이 매달 각자 월급에서 2만~4만2000원씩 약 600만원을 기부하고, 나머지 액수를 푸른환경코리아가 보탰다. 성공회대 경비·미화원들이 오전 5~6시 출근해 12시간을 일하고 받는 월급은 약 140만원. 단돈 몇 만원도 귀한 어려운 형편이지만 큰 결심을 한 것이다.

    푸른환경코리아 김기만(46) 이사는 "학교의 운영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은 경비·미화원 분들이 '학교에 우리도 기부를 하고 싶다'고 작년 초부터 이야기해왔다"며 "이정구 총장이 '월급도 많이 못 드리는데 절대 받을 수 없다'고 한사코 사양했지만 기부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다"고 했다. 3년째 학교에서 일하는 양모(여·58)씨는 "깨끗하게 치워둔 곳에서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걸 볼 때마다 큰 보람을 느낀다"며 "기부하자는 말이 나왔을 때 흔쾌히 동의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고마움을 감추지 못했다. 졸업생 대표로 감사의 뜻을 전한 김선영(여·24)씨는 "부모님, 교수님 그리고 학교 아침을 열어주신 경비·미화원분들 덕분에 많은 추억을 쌓았다"고 했다. 기부에 동참한 23명 가운데 이날 졸업식에는 10명가량만 참석했다. 다른 직원들은 이날도 성공회대 건물 곳곳을 지키고 청소하느라 바빴다. 작업복 차림으로 졸업식장에 참석했던 직원들도 행사가 끝나자 바로 일터로 향했다. 이들은 "학생들이 꿈을 이루고 좁은 취업문을 뚫길 기도하면서 오늘도 학교 경비와 미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학교 정보]
    성공회대학교 학교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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