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가 재밌어… '나홀로 국대' 6년

    입력 : 2017.02.17 03:03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 유일한 국가대표 김광진]

    모굴서 중학교때 종목 바꿔… 홀로 독학 연습하며 단련
    '평창 유망주'로 눈에 띄어 성장
    어제 예선 1차서 넘어져 부상 "빨리 회복해 반드시 메달 딸 것"

    김광진은 “점프가 너무 즐거워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 종목을 택했다”고 했다.
    김광진은 “점프가 너무 즐거워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 종목을 택했다”고 했다. /스포티즌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half pipe) 종목은 원통을 반으로 자른 모양의 슬로프 위에서 스키를 탄 선수가 좌우로 오가며 공중 묘기를 선보이는 경기다. 서커스 같은 몸동작을 수차례 하고 미끄러운 슬로프에 그대로 착지하기 때문에 부상이 많기로 유명하다. 신체 일부가 마비되는 중상을 입거나 숨지는 선수도 나온다. "점프가 재미있다"며 이 위험에 뛰어들어 국가대표가 된 청년이 있다. 국내 1호이자 남녀를 통틀어 유일한 스키 하프파이프 국가대표 김광진(22)이다.

    김광진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6년째 고독한 국가대표 생활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생소한 스키 종목, 그중에서도 알려진 게 거의 없는 하프파이프 종목에 입문한 순간부터 외로움은 그의 운명이었다.

    스키인의 싹은 다섯 살 때 발견했다. 스키 마니아인 아버지를 따라 스키장에 갈 때마다 김광진은 물 만난 고기처럼 놀았다. 작은 몸으로 리듬을 타는 모습으로 스키장 명물이 됐다. 그의 아버지는 "스키 맛을 한 번 본 이후 스키 없이 못 사는 애가 됐다. 집에서 '스키'라는 말만 꺼내도 자다가 벌떡 일어났다"고 했다.

    여섯 살이 되면서부턴 아버지의 스키 동호회에서 성인 회원들과 나란히 스키를 탔다. 그냥 타는 건 재미없다며 스키를 탄 채로 자주 '점프' 동작을 했다. 처음엔 점프 실력을 모굴 경기에서 뽐냈다. 2006년 경기도 한 리조트에서 평소처럼 스키를 타고 놀던 그를 당시 프리스타일 스키 모굴 대표팀 김춘수 코치가 발견하고 본격 입문을 권유했다. 하지만 김광진은 중학교 진학 이후 종목을 하프파이프로 바꿨다. "점프만 하는 게 더 재미있다"는 이유였다. 모굴은 둔덕을 지나는 기술을 겨루다 두 차례만 점프하지만, 하프파이프는 처음부터 끝까지 점프가 기본이다. 그의 운명이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하프파이프 설원 훨훨 - 스키 하프파이프는 이렇게 공중에 떠오른 찰나의 순간에 아찔한 묘기를 부려 승부를 가린다. 한국 스키 하프파이프의 김광진(오른쪽 15번)이 14일 프리스타일 스키 월드컵(평창 휘닉스스노우파크) 공식 연습에서 공중 묘기를 부리는 장면. 그는 국내 1호이자 유일한 스키 하프파이프 국가대표다. 왼쪽은 현장 안전 점검을 위해 테스트런에 나선 대회 관계자.
    하프파이프 설원 훨훨 - 스키 하프파이프는 이렇게 공중에 떠오른 찰나의 순간에 아찔한 묘기를 부려 승부를 가린다. 한국 스키 하프파이프의 김광진(오른쪽 15번)이 14일 프리스타일 스키 월드컵(평창 휘닉스스노우파크) 공식 연습에서 공중 묘기를 부리는 장면. 그는 국내 1호이자 유일한 스키 하프파이프 국가대표다. 왼쪽은 현장 안전 점검을 위해 테스트런에 나선 대회 관계자. /연합뉴스
    국내에 경쟁자가 없는 종목에서 김광진은 홀로 자신을 단련해 나갔다. 중학생 때부터 독학으로 연습했고 국가대표가 된 이후에도 전담 코치를 개인적으로 섭외했다. 지원 스태프가 없어 세계 대회에 나가 숙소를 예약하고 스키를 정비하는 일도 그의 몫이었다. 부모님에게 폐 끼치기 싫어 비행기는 꼭 가격이 싼 티켓으로 탔다. 2012년 유스올림픽에 출전했을 때는 다른 종목 대표팀에 끼어서 함께 움직이고 훈련한 적도 있다. 2013년 소치올림픽 테스트 이벤트 대회에선 다른 나라 코치들에게 장비 점검을 부탁하기도 했다. 모두 1인 국가대표이기에 겪은 일이었다.

    지금은 김광진의 곁에 트레이너, 코치, 외국인 감독까지 셋이 붙어 있다. 2018년 평창올림픽을 준비하던 한국 체육계에서 유망주 김광진을 알아보기 시작한 것이다. 홀로 버티던 김광진에게 날개가 달린 것이다. 그는 2015년 말 미국 레볼루션 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2016년 9월엔 호주-뉴질랜드컵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아시아인이 FIS 공인 국제 대회 시상대에 오른 건 이때 김광진이 처음이었다.

    김광진은 16일 올림픽 테스트 이벤트로 평창에서 열린 월드컵 예선 1차 시기에서 넘어져 병원으로 실려갔다. 가벼운 뇌진탕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의 도전이 늘 이런 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 있던 대회에서 실수해 나 자신에게 실망스럽지만 빨리 회복해 올림픽 준비에 전념하겠다"며 "반드시 메달을 따내 국가대표 후배를 여럿 만드는 게 지금 나의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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