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여성 암살범

    입력 : 2017.02.17 03:16 | 수정 : 2017.02.17 08:20

    최연소 인도 총리를 지낸 라지브 간디가 1991년 인도 남부로 선거 지원을 나갔다. 라지브는 젊고 잘 생긴 얼굴에 활력이 넘쳤다. 오전 10시 10분쯤 노천 연설을 준비하던 그에게 꽃바구니를 든 중년 여성이 다가왔다. 미소로 인사를 건넨 여성은 라지브의 발등에 입을 맞추려는 듯 허리를 굽혔다. 순간 여성이 배에 두른 군용 폭약 RDX 700g이 굉음을 내며 터졌다. 마흔일곱 살 라지브는 형체를 분간 못 할 만큼 몸이 찢겨나갔다. 현장에서 25명이 숨졌다.

    ▶별난 호사가가 '여성 암살범 톱 10'을 인터넷에 올렸다. 라지브와 함께 폭사(爆死)한 여성이 여섯째 자리였다. 스리랑카 타밀분리주의 단체가 그녀의 배후였다. 뒷날 인도에서는 가장 실패한 경호(警護) 사례로 꼽혔다. 꽃을 든 여성이라 몸수색 없이 접근을 허용했던 게 구멍이었다. '톱 10' 첫째는 1970년대 독일 적군파 요원으로 이름난 여성 몬하우프트다. 납치·암살이 꼬리를 물었던 1977년 무렵 살인 9건을 저질러 25년 형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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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쿠알라룸푸르공항에서 독약 스프레이를 뿌린 두 용의자도 '타깃 김정남'에게 접근이 쉬웠던 여성이었다. 여성 편력이 질펀했던 김정남이라 젊은 미녀에게는 경계심을 늦추었을까. 먼저 붙잡힌 여성은 29세로 베트남 여권을, 뒤에 체포된 쪽은 25세로 인도네시아 여권을 갖고 있었다. 뒤 용의자는 참고인으로 조사받은 남성과 애인 관계라고 한다. 그래서 이들이 고용됐거나 사주를 받았을 가능성도 커졌다. '청부살인'이란 말까지 나왔다.

    ▶몇년 전 한 이란 무술학교가 주목을 받았다. 이곳에서 여학생 3500명이 차도르를 쓰고 '닌자 어쌔신'처럼 훈련을 받는다고 영국 신문이 전했다. 맨손 격투, 쌍절곤, 공중 돌기, 장검까지 암살자가 되는 고난도 실전을 익힌다고 했다. 북한 정찰총국 밑에는 20대 초·중반 여성들로 조직된 '모란꽃 소대'가 있다고 한다. 간첩 양성소인 김정일 군사정치대학에서 4년을 배우고, 해외 현지화 교육까지 거친 뒤 암살 공작에 투입된다고 한다.

    ▶김정남 암살 때 여성 범인 한 명은 가슴께 'LOL'이라 쓴 티셔츠를 입었다. 이틀 뒤 붙잡힐 때도 같은 차림이었다. '크게 웃는다'(Laugh out loud)는 뜻의 영어 약자(略字)를 일부러 드러냈다. "장난을 치려 했다"는 진술과 앞뒤를 꿰맞추려던 것이었을까. 암살 세계에서도 여성이 완력은 뒤져도 다른 부분은 남성보다 훨씬 낫다고 한다. 여성은 쓸데없는 공명심에 연연하지 않고 암살 자체에 몰두한다. 그리고 잘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이번은 예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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