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칼럼] '帝王 대통령'만 수술? '바보 국회'는 놔두고?

    입력 : 2017.02.17 03:17

    무소불위 대통령? 立法 독재도 문제다
    경제 활성화 막고 기업 발목 잡는 무능·저질 국회는 왜 개혁하지 않나

    박정훈 논설위원
    박정훈 논설위원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3월 위기설'까지 나오는 작금의 혼란은 단언컨대 피할 수 있었다. '질서 있는 퇴진'이란 카드가 있었다. 애초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가 합의하면 그에 따라 물러나겠다고 했다. '4월 퇴진, 6월 대선' 시나리오가 유력했다. 국정 공백을 줄이고 정치 일정을 예측 가능하게 할 최선의 해법이었다.

    그런데 여야가 이것을 걷어차 버렸다. 촛불 압력에 주눅이 들어 탄핵의 외길 수순으로 달려갔다. 결과는 우리가 아는 대로다. 탄핵이 기각되든 인용되든 갈등과 충돌이 불가피하다. 정치권은 이 모든 것이 대통령 탓이라 한다. 그러나 대책 없이 혼란을 키운 것은 정치권이다. 대통령의 실정(失政)에 실망한 국민은 정치의 무능에 또 한 번 낙담했다.

    최순실 스캔들은 한국식 대통령제의 민 낯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과도한 권력 집중이 문제였다. 대통령이 사정 기관을 틀어쥐고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렀기 때문이었다. 대통령 권력이 분산되고 견제받았다면 비선(�線) 발호는 없었을 것이다.

    지금 개헌 논의도 대통령 권력을 어떻게 분산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회 개헌특위는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로 방향을 잡았다. 대통령은 외교·안보만 맡고 내치(內治)는 총리에게 넘기는 골격이다. 권력 서열도 뒤바뀐다. 국회가 뽑는 총리가 대통령의 우위에 서게 된다. 권력의 무게중심이 국회로 넘어가는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손봐야 한다는 데 누구나 공감한다.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 그러나 그 대안이 국회라면 갸우뚱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대통령 못지않게 의회 권력에 대한 국민적 불신감이 크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국회의 실상을 신물 나게 목격했기 때문이다.

    지금 국정이 이 꼴 된 데는 국회 책임이 적지 않다. 먹고살기 힘들고 일자리가 사라졌다. 그런데도 국회는 경제 살릴 법안들을 사사건건 발목 잡았다. 노동개혁법이며 서비스산업기본법 등을 몇년씩 붙잡았다. 청년 실업이 걱정된다면서 일자리 만들 법안도 막았다. 경제계에선 국회에 대한 불만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국민을 가난하게 하는 법'만 만든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운영은 결코 합격점을 받기 힘들다. 하지만 규제를 풀어 경제 기력을 회복시킨다는 방향 자체는 옳았다. 모든 나라가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도록 도와주는 정책을 편다. 이걸 방해하는 의회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우리는 거꾸로다. 경제 활성화를 막는 세계 유일의 의회가 대한민국 국회다. 규제 늘리고 기업에 족쇄 채우는 것을 주특기로 안다. 세상은 4차 산업혁명을 치닫는데 국회의원들은 낡은 운동권 의식에 젖어 있다. 국회의 입법 방해 때문에 새로운 산업이 싹트지 못한다. 바이오, 원격 의료며 인터넷 금융 등의 신생 기업들이 애를 먹고 있다. 이런 바보 같은 국회에 권력을 더 주겠다니 정말 괜찮을까.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비(非)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 때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답변 중 다수의 의원석이 빈자리로 남아 있다. /연합뉴스
    정책에 관한 한 대통령 권력이 무소불위란 말은 틀린 말이다. 한 경제 부처 장관은 "행정부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입법권을 쥔 국회에 막혀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4대 개혁 입법이 그랬고, 일련의 규제 완화 관련 법안들이 그랬다. 대통령이 그렇게 요청해도 국회가 번번이 묵살했다. 그래서 입법 독재란 말까지 나왔다.

    기업 팔 비틀기도 국회의원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 기업을 숙주(宿主) 삼아 지역구 민원을 떠넘기고 정치 자금을 구걸한다. 인사 청탁도 비일비재하다. 협조 안 하면 보복하고, 걸핏하면 기업 총수를 불러내 망신준다. 기업들은 국회의원에게 시달리는 게 더 힘들다고 한다. 국가를 개혁한다면서 이런 저질 정치는 그냥 놔둬도 되나.

    국회의원은 국익을 생각할 헌법상 의무를 지고 있다. 헌법 제46조는 의원이 '국가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정파(政派)주의와 사익(私益)에 빠진 지금 국회는 헌법을 어기고 있는 셈이다. 헌법 위반을 이유로 대통령을 탄핵 소추한 국회가 헌법 위반 상황이다. 이런 국회에 대통령보다 더 큰 권력을 주어도 되냐는 말이다.

    분권형 개헌은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다. 내각제 요소를 결합한 이원집정부제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같은 무능·저질 국회를 놓아둔 채 권한만 키우는 것은 위험하다. 국민 동의를 얻기 힘들다.

    제왕적 대통령제와 함께 국회 시스템도 고쳐야 한다. 의원 수를 줄이고 선거구를 광역화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의원의 특권을 줄여 명예직 성격을 강화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무엇보다 국회의 만성적인 기능 부전증(不全症)을 고쳐야 한다. 꼭 필요한 법안조차 처리 못 하는 국회가 왜 필요한가.

    그러나 개헌특위의 논의 대상에 국회 부분은 빠져 있다. 여야 어느 정당도 국회 개혁은 말하지 않는다. 오직 대통령 권력을 빼앗아 오는 데만 관심이 있는 듯 하다. 국회 개혁, 정치 선진화 없는 개헌이라니, 이래도 되는가.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