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암살 배후인 김정은 ICC 법정에 세워야

  • 고영환 국가안보전략硏 부원장

    입력 : 2017.02.17 03:13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前 북한 외교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前 북한 외교관

    북한 출신 엘리트 탈북자들은 김정남 암살을 예견해 왔다. 김정은이 권력을 잡고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2인자로 나섰을 때 그가 5년을 버티지 못하고 제거될 것이라 예상했고, 장성택이 2013년 12월 처형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음 차례는 김정남이 될 것이며 그 역시 5년 이상을 버티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예상대로 됐다. 그렇다고 해서 탈북자로서 느끼는 착잡함과 비통함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2000년 이후 최근까지 탈북한 엘리트들은 김정남이 김정은과 그의 친모 고용희의 감시선 안에 있었으며, 해외 파견 국가보위성 요원들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가 바로 김정남의 동선을 낱낱이 파악하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김정은이 권력을 장악한 2012년 중국에서 김정남을 암살하려는 정찰총국의 움직임이 있었고, 이를 감지한 중국 당국이 북한 지도부에 경고했다는 사실들이 북한 연구자들 사이에서 공유됐다.

    김정은은 왜 이렇게 김정남 암살에 편집광적인 집착을 보여 왔을까? 이는 다음과 같은 사실들로 방증된다. 김정남은 김정일의 장남이고 북한 주민들이 그토록 열광했던 영화배우 성혜림이 그의 친모다. 반면 김정은의 친모 고용희는 '째포' 출신의 이름 없는 무용배우 출신이다. 북한 주민들이 북송 교포를 비하해 부르던 용어가 바로 '째포'다. 김정은이 아직 친모의 이름도, 생일도, 사망일도 밝히지 못하고 우상화를 추진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정은이 혈통의 콤플렉스 때문에 김정남을 증오해 왔다는 것이다. 둘째 이유는 김정남과 장성택-김경희 부부의 친밀한 관계였다. 김정일은 성혜림을 모스크바에 내보내면서 어린 김정남의 양육을 여동생 김경희와 매제 장성택에게 맡겼다고 황장엽 비서가 증언한 바 있다. 김정은은 자신이 최고지도자가 된 이후에도 김경희와 장성택이 김정남을 만나면서 생활비도 보태준다는 사실에 극도로 분노했다고 한다. 셋째로 김정남이 중국 당국의 비호를 받는 것을 보면서 김정은은 중국이 유사시 김정남을 자신의 교체 카드로 사용할지 모른다고 의심했다는 분석이 있다.

    굳은 표정의 김정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아버지 고(故)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광명성절ㆍ2월 16일) 75돌 기념 중앙보고대회에 참석했다. 조선중앙TV와 중앙방송, 평양방송은 15일 평양체육관에서 당ㆍ정ㆍ군 일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보고대회에 김정은이 주석단에 나왔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 같은 체제하에서 김정은의 지시 없이 이른바 '백두혈통'을 암살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아무리 김정남을 증오했어도 21세기 대명천지에 외국에서, 그것도 공항에서 사람을 독살한다는 것은 김정은이 얼마나 패륜적이고 잔인무도한 편집증 환자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암살자들의 자백이나 암살 증거가 추가로 나온다면 김정남을 보호해 오던 중국 지도부는 경악할 것이고, 암살자 일부의 여권 소지국인 베트남 등과 북한의 관계는 파열할 수 있다.

    탈북 인권단체들은 장성택과 현영철을 고사총 등으로 처형하고 그 측근들을 정치범 수용소로 보낸 잔학 행위의 책임을 물어 김정은의 국제형사재판소(ICC) 제소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김정남 암살 사건도 북한 인권이 얼마나 참혹한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국제사회는 김정은의 반인도적 범죄를 단죄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 첫 단계로 김정은을 ICC에 기소해 범죄에는 책임이 꼭 따른다는 경고 메시지를 북한 지도부에 보내야 한다.
    [키워드 정보]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어떤 기관?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